초가집 문 풍지소리
금방이라도 쓸어져 버리고 말 초가집 지붕 밑에 쪽문하나 의지하여 겨울을 맞이하던 때면 ‘ 문풍지 떨리는 그 소리에 따라 시선을 옮길 때면 하얗게 눈 쌓인 나뭇가지를 스쳐오는 을씨년스런 바람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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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으로 남겨둔 홍시가 떨어질 때면 살얼음 덮인 동치미국물로 배를 채우던 참담했던 시절 삶의 모진한파가 몰아치고 지나가는 해를 부여잡고 안간힘을 다해도 가는 해는 지겹기만 하였고 오는 새해는 느리게만 느껴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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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지 문 사이에 달린 문풍지의 떨림이 온몸을 움츠리게 하고 작은 화롯불 하나에 추위를 잊으려고 화로 중심으로 차가운 손을 녹이며 이웃이 모여앉아 살림살이 걱정으로 담소를 나누는 정겨운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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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숨김없는 형편이 같은 살림살이 먼 산에 땔감꺼리 하려가는 이야기며 소 마구 깐 거름 쳐내기며 앞뜰에 보리밭 밝기며 가마니 짜기 위한 일이며 어느 하나 공감을 가지고 서로 나누는 대화에서 삶을 같이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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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안개 걷혀가고 먼동이 터 오를 때면 온 동네 굴뚝에선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마을의 아침연기가 안개에 밀어내면서 밝아 질 때 즈음엔 밤새 불어온 찬바람에 처마에 자란 고드름을 따서 와작와작 씹으며 왁자지껄한 소란은 역동적인 하루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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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마을을 잇는 오솔길과 달구지 길이 강과 내를 휘돌아 논과 밭과 산을 잇고 심하게 굽은 길들의 조화는 느리지만 새롭게 부상하던 것이 당시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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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벌써 한 달이 다지나갔다. 내일이면 새로운 달 2월이다. 떡국을 먹고, 달력을 한 장 넘기고, 1월이 다 가게 되어도 정말 새로운 해가 되었는지 실감이 가지 아니하고 무엇 하나 변화를 동반한 새로움이 없는 것 같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라고 하는 것은 일종에 관습이 된 것이 오랜 도시생활이다. 한해가 지나고 또 다른 해가 온 현상자체만을 두고 새해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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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을 365일이 지난 다음이라는 이유만으로 새해라고 규정한다면,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속박의 도구에 갇혀버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묵은해가 지나고 다시 등장하는 해는 묵은해의 연장과 반복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푼 팔이 하며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새해는 관념이며, ‘새해 복을 받으라’는 인사말도 주술로 들려 온지 오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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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더불어 생각을 나누고 일거리를 같이하면서 서로를 위하고 걱정하며 때로는 도움을 같이하면서 살아가던 시절에는 춥고 배고파도 살만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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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쟁력 강화로 경제는 호전되고 삶의 질은 향상 되었다고 하지만 삶에 만족도에서는 서민들은 어느 누구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며 불평과 불만이 날로 심화 되어가고 만 있다. 인간은 배부른 것이 모든 것을 해결 해주는 능사는 아닌가 보다. 어쩌면 참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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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는 복잡하고 어느 누구도 정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며 사람을 치리하는 이런 것이 정치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기에 총선과 대선을 앞에 두고 서민피부에 와 닿지 아니하는 잡음들이 요사이 초가집 문풍지 소리처럼 서민들의 신경을 매일 건드리기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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