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감에 대한 추억
박인로가 지은 이런 시조가 있다..
盤中(반중) 早紅(조홍)감이 고아도 보이나다.
柚子(유자)가 아니라도 품엄즉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이 업슬니 글로 설워 하나이다.
작가 박인노(1561~1642)는 조선조 때의 무신이자 시인이며, 그의 호는 노계(盧溪)이다.
早紅枾歌(조홍시가)'라 이 노래의 유래는 이렇다. 작자는 퇴관하여 은일 생활하며 존경하던 한음 이덕형 선생을 자주 찾았다. 그 당시 반가운 손님이 방문하면 대접하던 과일 중에 제일이 홍시나 곳 감 이었다.
. 이 시를 박일노은 선조 34년 9월에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을 찾아 갔을 때 소반에 받쳐 내놓은 빨간 조흥 감을 대접 받았는데 회귤(懷橘) 고사(故事)를 생각하고 돌아가신 어버이를 슬퍼하여 지은 효도의 시조이다.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라는 옛 글귀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미 돌아가신 어머님을 그리고 생각하는 애절한 심정이 우리의 가슴을 찌르고, 작자의 어버이에 대한 효성심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한마디로 풍수지탄(風樹之嘆)을 연상하게 하는 노래이다.
이 시는 노계집이나 해동가요에 실려 있으며 내가 중학교 때 배운 옛글과목 시조 편에 수록 되어 있었다. 내 평생 이시를 외우고 있어 여기 소개 하고 가끔 좋은 음식이나 이런 홍시가 앞에 놓이면 이 시를 뇌리 속에 떠올랐다.
,이제는 어버이 돌아가시고 효도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슬픈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것이 있으면 어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결같아 그 감을 품어가서 내 놓고 여기 맛있는 과일 홍시를 대접해 드릴 부모님이 없어 한스런 마음에서 이 시를 지었을 작가의 애틋한 심정이 지금은 이해 할 수 있다.
박인로는 도학과 조국애와 자연애를 사상적 바탕으로 천재적인 창작력을 발휘하여 그가 수군(水軍)에 참여 전쟁 중에서도 시정과 우국애가 넘치는 작품을 썼으며, 무인다운 기백과 신선미로서 화려 웅장한 시풍(詩風)을 이룩했다고 알려져 있다. 송강 정철을 계승하여 시조 60여수를 남기고 있다.
소개되는 ‘조홍시가’는 우리 모두 한번쯤은 읊조려 보았음직한 민족의 정서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고시조가 아닌가?
작자 노계의 작품을 오랜만에 음미 하노라니 돌아가신 조상님이 그리워지며 울컥해 진다. 살아계셨더라면, 홍시를 상에 차려놓고 같이 먹으려만 손위 어른들이 계시지 않으니 슬퍼하지 않고 견딜 수가 없다.
학교에서 배울 때는 그저 '남 이야기로 들리었던 시절이 있었고, 나에겐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되었는데 이젠 그게 아니다. 이미 내가 박인로의 심상에 빠져 사모곡(思母曲)을 부르게 된지도 수 십 년 되었다. 특히 생전에 할머니께서 좋아하셨기에 생각이 미칠 때면 목이 메어져 맘 놓고 하나 먹어보기 힘들다. 다른 어느 것 보다 대봉 감 홍시를 좋아하신 할머니 생각이 더한다.
내가 살았던 시골 집 울안에는 조부님이 근동에서 구하여 오신 여러 가지 다른 종류들로 감나무을 접하여 키었고 세월이 지나서 수확하면 두지 속에 저장되었다가 겨울에 우리식구들에게 허기를 채워주었다. 그중 대봉 감 홍시는 맛 그자체가 기쁨이기도 했다. 삶에 즐거움을 나누던 이들은 한 분 한 분 떠나갔다. 할머니는 30년 어머니는 25년 전에, 아버지는 11년 전에 돌아가시었고 작은아버지와 막내고모 가신지도 벌써 5 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해마다 내내 잊고 지내다 겨울철 이렇게 추운 날에 홍시만 보면 생전 조상님 생각이 간절하다. 이 먹음직스런 감 하나를 보면 더 심해지는 건 왜일까? 위암수술 후 소식으로 변해버린 신체조건 때문에 감하나 제대로 먹지 못하여 탁자위에 놔두면 곯아서 맛이 변하여 내다버리는 수도 있다. 이럴 때면 조상에 대한 그리움에 목이 더 메어진다. 유년시절 속의 대봉감은 내가 잊을 수 없다. 하동 악양 산 대봉감이 어릴 때 내가 먹었던 그 대봉 감 맛과 같다. 내년에도 주문하여 베란다에 놓아두고 대봉 감으로 지나간 세월을 대한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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