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삶은 상처를 아우르는 것
나는 업무 차 부산 기장을 내려가면 맑은 공기가 너무도 좋아서 언제나 바람 불어오는 바닷가를 거닐다보면 파도 따라 밀리어 오가는 수많은 조약돌을 발고 걸었던 일이 있습니다.
조약돌 해변을 걸어가면서 얼마나 오랜 세월 시달리며 견디어 왔기에 푸른 파도로 아름답게 다듬어 지었을까? 작아질수록 더 다듬어지는 세월을 살아서 쉽게 부서지지 않는 저 부드럽고 단아한 저 조약돌을 바라보노라면 휘 바람이 절로 나고 신명이 세어 나왔습니다.
둥글고 둥글어 아름답게만 보이는 자갈들을 보며 어쩌면 저렇게 하나같이 모난 것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주의 깊게 자세히 조약돌을 들어다 보고 있노라면 어디 하나 성한 데가 없어 보였습니다.
큰 돌은 큰 것만큼 상처도 뚜렷하고 파인 곳도 큽니다. 작은 것은 모양새가 작을 뿐이지 긁히고 깨진 흠집투성이는 동일하였습니다. 조약돌의 생김새 다르고 크기만큼 상처가 다르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기름 끼가 넘쳐나 아름답게만 보이며 흠 없고 티 없던 조약돌에서 깨지고 파이고 긁힌 모습들이 조약돌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러한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얼굴모습 만큼 여러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이 인간이기에 얼른 보아서 알지 못하고 보이지 아니합니다.
서로가 건성으로 지나며 속내를 내어 보이지 않으면 상처가 있는지 아픔이 있는지 모르고 지나겠지만, 서로가 우정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마음에 문을 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누구 하나 상처 없고 아픔 없는 사람들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파도에 밀려다니는 조약돌에 모가 수없이 그려져 있는 것처럼 무상한 한 평생을 살아온 먼 길에서 인생에 남겨진 그 수많은 흔적들이 가슴에 한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상처와 회한 없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도 정의 내리지 못하지만, 내 길은 내가 열심히 걸어 왔어도 뒤돌아보니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별과 아픈 추억이며, 사랑했던 사람들과 소리 없이 멀어져 가버린 삶이며 가슴을 열고 사랑을 더 많이 나누지 못한 옹색한 삶의 자세 이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젊은 날에는 인생을 나 자신을 위한 자신감과 패기로 사는 것이 인생을 바른길로 살아가는 줄 알았지만 세월이 다 지나고 보니 마음이 가난하여 내주위의 불우했던 사람들에 대하여 얼마나 사랑을 베풀어주고 따뜻한 정을 느끼도록 나눔 하나 없는 자신의 삶이 이제 가슴에 맺힌 한들이 됩니다.
오욕 칠정을 벗어나 우리 서로가 더 많은 사랑의 마음을 품어 상처를 보듬어 주고 서로 위로하며 맑고 밝은 마음으로 더불어 아름답게 오늘을 살아가는 삶을 살게 될 때 이것이 한풀이 하고 바른 삶을 살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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