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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흔적

“연평해전, 영화로 처음 접해… 용사들 사연 마음에 콕콕 박혔어요”

‘무덤가 익명 편지’ 여고생 인터뷰

입력 2022.06.22 03:00

“저는 연평해전 기사나 영상 보는 게 일상이거든요. 우연히 기사를 클릭했는데 제가 쓴 편지가 나와서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지난달 6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의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에 손편지 6통을 두고 간 고3 여고생이 나타났다. 당시 이 편지는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윤영하 소령, 한상국 상사, 조천형 상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 앞으로 보낸 것이었다. 묘역을 청소하던 계룡시 해군동지회 관계자가 발견했는데, 해군동지회 측이 마침 개최 중이던 청소년 문예 공모전에서 이 편지를 쓴 학생에게 대상을 줬다. 이후 해군동지회 측은 익명의 이 학생을 찾아나섰는데, 지난 20일 본지 보도로 이 일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가 나타난 것이다.

지난달 6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의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에 손편지 6통을 두고 간 김양(18)의 수첩.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의 인적 사항 등 김양이 이들에 대해 알게 된 내용이 적혀있다.

그는 충청남도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18)양이었다. 그는 본지 통화에서 “일부 안 좋은 댓글들에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이 된다”며 익명을 요청했다.

김양은 지난달 6일 혼자서 KTX와 지하철을 타고 국립 대전현충원을 찾았다고 한다. 마침 김양의 학교가 쉬는 날이기도 했고, 어버이날인 5월 8일 유족들이 현충원을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도 전하고 싶었다. 그가 쓴 6통의 편지는 전날 밤 4시간 내내 썼다고 한다.

 

그가 제2연평해전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건 초등학생이던 2015년 당시 개봉한 영화 ‘연평해전’을 보고나서였다. 김양은 “가족 중에 군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래 희망도 전혀 연관이 없지만, 그냥 어린 나이에 나라를 지키다 세상을 떠난 분들의 얘기가 마음속에 콕콕 박히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김양은 또 당시 현충원에 사실 6통이 아니라 7통의 편지를 들고 갔다고 한다. 6통은 고(故) 윤영하 소령 등 여섯 영웅에게 보내고, 나머지 한 통은 제2연평해전에서 부상을 당했고, 이후 천안함 폭침 때 순직한 고(故) 박경수 상사를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김양은 천안함 46용사 묘역에도 들러 그에게도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겼다. 김양은 “이분들께는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계룡시 해군동지회 측은 오는 29일 시상식을 열고 김양에게 보훈처장 상장과 3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수여할 예정이다. 해군동지회 관계자는 “제2연평해전을 잊지 않고 이렇게 마음을 다해 기억해주는 여고생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