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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흔적

北 연예계 새 얼굴 나왔다… 주인공 꿰찬 신인 배우는 누구

입력 2022.06.18 08:34
북한 영화 '하루낮 하루밤'에서 주인공 남영주 역을 맡은 신인 배우.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최근 북한 드라마와 영화에 새 얼굴이 연이어 등장하며 연예계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정체돼 있던 문화 정책과 관련해 일대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북한 매체에 따르면 조선4·25예술영화촬영소는 지난 4월 예술영화 ‘하루낮 하루밤’을 공개했다. 전쟁노병 라명희를 모델로 한 이야기로, 북한이 신작 예술영화를 내놓은 건 6년 만이다. 눈길을 끈 건 주연을 맡은 신인 여배우다. 그간 얼굴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배우의 이름 등 자세한 신상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낮 하루밤’은 별도 시사회를 가진 데 이어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기념하는 북한 최대 명절)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영화상영주간에 상영되는 등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방송가에도 신선한 얼굴이 등장했다.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TV 드라마 ‘마지막 한 알’에서다. 조선영화문학창작사 리안희 작가가 시나리오를 쓴 이 작품은 총 6부작으로, 1970년대 세계 탁구대회를 제패한 박영순의 생애를 그렸다.

박영순 역을 맡은 건 신인 배우 리효심(22)이다. 평양연극영화대학 배우학부 영화배우과 3학년 재학생으로 알려져 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리효심의 연기력을 극찬하며 “많은 시청자가 그를 전문 탁구 선수 경력을 가진 배우로 착각했다” “진실한 연기 형상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리효심은 종영 인터뷰에서 “미숙한 연기였지만 사람들이 어제날의 살아있는 박영순을 보는 것 같다고 이야기할 때 정말 흥분과 격정이 컸다”며 “그럴수록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분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 예술계에서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없다. 특히 영화광으로 전해졌던 김정일 사망 이후 영화·방송계는 더욱 쇠락했다. 여기에 코로나 여파로 북한 유일의 국제영화제였던 평양국제영화축전(PIFF)도 2019년을 끝으로 열리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러자 조선중앙TV에는 ‘공훈배우’ ‘인민배우’ 호칭을 받은 배우들의 수십 년 전 작품이 재방송되기만 했다.

이런 북한에서 올해 들어 신인 배우들이 여럿 등장한 것은 문화정책에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본주의 문화가 젊은 층에 침투해 사상이 이완되지 않도록 콘텐츠 다변화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이다. 과거 여러 번 예고됐던 투자 확대가 이제야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