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행보서 쏟아진 쓴소리
“황 대표, 자기 세력 없으니
정부에 제대로 대항 못해”
50代 택시기사 “구미라고 해도
무조건 찍어줄거란 건 오산”
식당운영 50代 “정책 미흡해”
20代 학원강사 “존재감 미약”
“국정 경험이 도움” 기대도 “자유한국당 대표가 되고 나서 국민한테 희망을 주는 대안 비줬나(보여줬나).”
6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만난 장모(58) 씨는 “지금 나라가 정치·사회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처지인데도 여러 분야에서 정부에 제대로 대항을 못 하고 있다”며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장 씨는 “황 대표가 자기 세력이 없으니까 제대로 된 얘기를 못 하는 것 아니냐”며 “개인적으로 최저임금 문제 등에서 황 대표 생각과 공감하는데, 언론과 여당에서 잘라버리니까 그 얘기가 쏙 들어간 걸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경북 영천시와 구미시를 잇달아 방문해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달 16일 대구를 방문한 데 이어 한 달이 채 안 돼 대구·경북(TK)을 다시 찾은 것이지만, 현장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황 대표와 제1야당에 대한 실망감이 적잖게 묻어났다. 구미시 인동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손모(여·55) 씨는 “뚜렷하게 어떤 정책을 펼치겠다고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줏대가 딱 선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좋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봉재(55) 씨는 “불교 행사에 가서 자기는 불교 안 믿는다고 합장을 딱 안 하는 걸 보니 전 국민을 포용해야 하는 대통령감인지는 잘 모르겠더라”며 “구미가 보수 텃밭이라고 해도 무조건 보수 쪽을 찍어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했다.
구미는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젊은 층이 많아 보수 지지세가 강한 TK에서 조금 분위기가 다른 지역이기는 하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은 장세용(66) 현 구미시장이 당선되기도 했다.
2030 세대는 최근 황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기도 했다. 구미역에서 만난 박은정(여·37) 씨는 “아들 취업 성공담 논란을 보면서 젊은 사람 입장에서 실망이 컸다”며 고개를 저었다. 학원 강사로 일하는 김도현(여·27) 씨는 “초반 기대와 달리 지금은 존재감이 딱히 드러나지 않는다”며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다거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지 잘 체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황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보수 텃밭에까지 퍼진 이런 심상찮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6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황 대표는 19.6%를 받아 이낙연 국무총리(25.0%)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뒤졌다. 황 대표는 1월 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으나, 6월 조사부터 2위로 내려앉았고 2월 이후 5개월 만에 1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아직 기대감도 상당했다. 채두한(61) 씨는 “아직 잘한다는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공직에서 국무총리까지 했으니 민생도 챙기고 대통령이 돼도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구미 새마을중앙시장 상인 임재춘(여·86) 씨는 “어쨌든 우리나라를 앞으로 이끌어 나갈 사람은 큰 사람이어야 한다”며 “공직에서 일했던 사람이니 그 경험이 뒷받침해주지 않겠냐”고 말했다.
구미=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