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전해주는 삶의 의미
죽음 앞에 선 사랑
어둠이 아직 걷히지 않은 새벽의 바람은 제법 차다..
이제 가을도 한 가운데를 지나서 무르익어 감을 무게감 있게 느껴진다.
하루가 다르게 여위어가는 나무 가지에 아직 하늘거리며 붉게 물들어진 잎 새들이 가을의 향수를 머금고 있으며 내 고향 산천 선대의 산소에도 풀벌레울음 소리가 사라져 간지 오래이겠지? 화왕산 산기슭에 숨어 우는 억세 꽃바람 소리가 귓전에 들여오는 듯 마음을 구슬프게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앞 한강의 푸른 물결이 오늘도 유유히 세월의 배에다 우리를 실고 그렇게 무심히 흘러가고 있다. 내가 살아오면서 정들었던 그 곳들을 떠나 일생을 방랑하며 이곳에 살아오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옛날 중국의 열자가 우리네 인생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사람들은 모두 삶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삶 가운데 고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며 늙어서 힘들게 된다는 것은 알지만 늙으면 편안함이 온다는 것을 알지 못하며 죽음에 대한 무서움만 알지 죽음이 휴식을 준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그 멀고 먼 옛날의 성현들의 삶도 어쩌면 오늘의 우리네 삶의 의식구조가 같았나보다.
하늘을 찌르는 권세를 가진 자나 수조 원을 가진 재벌이나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미인이나 한 끼의 끼니를 걱정하는 극빈자나 힘없는 소시민이나 모두 죽음 앞에서는 공평하다는 사실이다.
<열자>는 <장자>와 함께 죽음의 주제를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는데, 아래 문답이 바로 다음에는 중국적 생사관을 대표하는 유명한 대화이다.
"옛날에는 죽은 이를 '돌아갔다(歸人)'고 했다. 그러므로 인생은 '길을 가는 것(行人)'이라고 할 수 있다. 길을 떠돌며 돌아갈 줄 모른다면 이는 곧 집을 잃은 사람이다(行而不知歸,失家者也)."
그래서 하우(夏禹)는 '삶이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임시 거처일 뿐이고 죽음이야 말로 고향에 돌아가는 것(生寄也,死歸也)'이라고 했고,이백은 '인생은 나그네(生者爲過客)'라고 노래했던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창조주가 인간에게 내려준 제일 공평한 혜택 인지도 모르겠다..
돈으로 생의 시간을 살수가 있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사람은 나이가 들고 그리고 이 세상을 떠난다.
이것은 정해진 운명 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 운명의 무게를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느끼면 무게에 짖 눌려서 삶이 신음하고 도무지 느끼지 못하면 삶이 한 순간에 흩어져 뒤늦게 후회하게 됩니다.
운명에 속지도 운명을 속이지도 않기 위해서 제대로 나이 먹고 근사하게 나이가 들려면 겸허한 자세로 공부하고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사명대사가 일러준 시 구절처럼
생이란 한 조각구름의 일어남이요..(生也一片 浮雲起) 사란 한 조각 뜬 구름의 스러짐 이라.(死也一片浮雲滅) 사람은 죽으면 지수화풍 (地 水 火 風) 으로 사라진다고 합니다..
삶은 흙으로 돌아가고 피는 물로 돌아가고 심장은 불로 그리고 영혼은 바람으로 사라집니다.
구름은 본래 실체가 없는 것. 나고 죽는 것 또한 그러 할진데. 한 물건 있어 뚜렷하니 그건 고요해서 생사에 따르지 않네. 그 한 물건은 육신의 사멸에도 상관없는 진아 (眞 我) 라는 것. 생명의 근원적인 입장에서는 생도 없고 사도 없다.
죽음이란 이런 것인데 인간이 일생 살아오면서 죽고 싶을 만큼 절망해 본적이 없는 사람은 죽음의 의미를 모릅니다. 가난하고 외롭고 병들어 보면 작은 일에도 행복해 질수 있고 오히려 더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욕심을 버리고 아주 작은 일에도 행복해 지는 마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아프게 합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플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연 없는 불행이 어디 있을까? 억울하지 않았던 슬픔이 있을까?
깨달으려면 아파야 하는데 아프려면 바라봐야 하고 느껴야 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깨달음이 바탕이 되는 진정한 삶은 사랑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이해 없이 존재하지 않고 이해는 관심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인간이 하늘로부터 받아온 참 본성의 심성이다.
우린 진심으로 서로 사랑하고 아픔을 함께 하여야 한다..
이것이 죽음 앞 둔 자들이 할 수 있는 참 모습이다.
'우리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기주의로 병들어가는 세상 (0) | 2018.02.27 |
---|---|
봄이오는창가에서 (0) | 2018.02.22 |
서로 사랑하는 인생의 삶 (0) | 2017.11.09 |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爲)한 열 가지 선물 … (0) | 2017.11.04 |
급난지붕(急難之朋)의 친구 (0) | 2017.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