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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개나리 사랑

 

 

개나리 사랑

 

초봄에 도심을 노랗게 물들이는 개나리는 봄이 왔음을 제일 먼저 알리는 꽃이기 때문에 영춘화라고도 한다. 서양에서는 골든 벨(golden bell)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가지마다 노란 꽃을 소복소복 달고 있는 개나리의 모습에서 금방이라도 맑은 종소리가 들려올 것 같아서 이런 예쁜 이름을 얻은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의 수도 서울특별시를 상징하는 꽃은 개나리입니다.

 

우리의 서울은 1394년 조선의 새 도읍지도 태조 이성계가 정한이래, 우리나라의 수도로서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면에서 중심지 역할을 해 왔습니다.

서울의 면적이 605.33, 우리나라 전체의 0.6% 정도에 해당해. 전체 인구의 약 21% 정도가 모여 있어. 무려 10,381,711(2007)이 사는데, 서울의 인구밀도는 세계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이며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기후 특징이 잘 나타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의 상징인 개나리꽃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은 우리의 서울을 사랑하는 것과 맥을 같이합니다. 개나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리문단 중진 시인들이 노래한 개나리시를 올려봅니다

 

 

 

+ 개나리

 

어디엔가 숨어

너도 앓고 있겠지

 

사방 가득 어지러운 목숨들이

밤새워 노랗게 터쳐나는데

 

독종(毒種)의 너라도

차마 버틸 수는 없겠지

 

(송기원·시인, 1947-)

 

+ 개나리

 

(전사들이 다 사라져 적막한 교정에

겨울 지나며 제일 먼저 개나리가 피었다)

사람 같은 사람 하나

만나러

이른 아침 남몰래 깨어

크게 한번 외쳐보는 거다.

그리움 하나로

이 세상이 환해질 때까지

소리 없는 고함 한번 질러보는 거다.

 

(최동현·시인)

 

 

+ 개나리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란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다 ''이란 말은 차마 쓰기 어려워서.

 

(이은상·시조시인, 1903-1982)

 

 

+ 개나리

 

너를 바라보는 동안

너의 맘속을 헤매는 동안

시름 깊어 황달이 져도

포기하진 않겠어

 

사립문 밖 걸려 있는

저 무언(無言)의 별 무더기들

노랗게 타는 봄볕 아래

저리 눈부신 것을

 

(마정인·시인)

 

 

+ 개나리꽃 피는 봄

 

개나리꽃 피는

봄이 왔다

노란 꽃들이 재잘거리며

떠드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의 어린 시절이 다가온다

 

웃음 가득한

개구쟁이 친구들의

보송보송한 얼굴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개나리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곳에 있으면

마음속까지 꽃 핀 듯이

벅차 오른다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다

문득 사랑에 빠질 것 같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개나리꽃

 

마을마다

봄병아리 소리로

피어나는

개나리꽃,

누가 돌아오려나.

꽃길, 小路길로 해서

작은아씨

돌아오려나.

봄병아리 소리로 피어나는

개나리꽃,

꽃길 小路길로 해서

누가 돌아오려나.

작은아씨

돌아오려나.

 

(김명배·시인, 1932-)

 

 

+ 개나리

 

한번은 보았던 듯도 해라

황홀하게 자지러드는

저 현기증과 아우성 소리

내 목숨 샛노란 병아리떼 되어 순결한 입술로 짹짹거릴 때

그때쯤 한번은

우리 만났던 듯도 해라

 

몇 날 몇 밤을 그대

눈 흡떠 기다렸을 것이나

어쩔거나

그리운 얼굴 보이지 않으니

 

4월 하늘

현기증 나는 비수로다

그대 아뜩한 절망의 유혹을 이기고

내가 가리

 

(김사인·시인, 1956-)

 

+ 개나리꽃

 

함께 무리 지어

막강한

 

진노랑

빛의 물결

 

개나리꽃

덤불 속에 섰다.

 

방금 전까지

슬픔에 젖어 있던 나

 

졸지에

희망의 한복판에 있다.

 

(정연복·시인, 1957-)

* 개나리 꽃말은 '희망'이다.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