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공(色卽是空)

색즉시공(色卽是空)

보라 분홍 온갖 교태(嬌態)로

아름다움을 뽐내던

예쁜 ‘꽃’들도

 

해 지고 밤(夜)이 되면
모두가 어둠 속에 묻혀

같은 색깔(同色)이 되고

天下第一 權勢家와
富豪라는 사람들도

生前의 英雄豪傑
傾國之色 絶世美人도

이승의 울타리 넘어서면 白骨이 된다네.

있음을 자랑하고 높음을 뽐내며
무너지고 사라질 物事에 목을 매고
丹楓놀이 永遠할 듯 기뻐 웃는
어리석은 사람들아!

 

 

嚴冬雪寒 매서운 바람
이제 곧 닥쳐오리니
소리 없이 흐르는 歲月 앞에
金石인들 온전할까 ?

보시게,

그 많은 사람들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며
喜喜樂樂 쳐다보던

‘한가위’ 둥근 달도
이제 겨우 며칠 지났다고
벌써 이렇게 찌그러졌는데 ……

살아서는 남들의 질시(嫉視)와 손가락질 받기 쉽고
죽어서는 後世人들에게 辱듣기 쉬운
俗世의 地位와 富가 얼마나 가겠는가?

 

 

그러니

높은 자리 물러나서도

손가락질 아니 받고

貧寒해져서도

賤待받지 않고

죽은 뒤 辱먹지 않으려거든,
높을수록 너그럽고

있을수록

謙虛해야 하는 法이라네.

고려 <문신 이규보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