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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73살 고등학교 1학년 여고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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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살 고등학교 1학년 여고생입니다.

일성여고 만학도 학생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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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중졸이란 학력 때문에 한이 맺혀 있었는데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다니 너무도 마음 설렌다.

왕복 4시간이란 통학거리,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 영어, 수학,

짊어지고 다닐 책들의 무게, 콜록거리는 나의 건강,

이 모든 것이 장애물이 되어 힘들지만

그래도 고교입학은 나에게는 찬란한 아침 햇빛으로 느껴진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3남매를 대학, 대학원까지 가르치고

손자, 손녀 6명을 돌보느라 내 인생은 어느덧 중천을 넘었는데

그래도 지는 해를 멋있게 장식하고 싶은 이 마음이 지금 시작이다.

입학식에서 교장선생님의 훈화도 즐겁고

친절하고 젊은 우리 담임선생님도 아주 마음에 든다.

1학년 6반 우리 반 학생들도 아주 좋은 사람들의 집합체 같다.

손녀같은 10, 딸 같은 40대와 함께 공부하다니

70대인 나는 분명 젊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양주에 사는 나는 중앙선 전차에 몸을 싣고

왕십리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이대역에서 하차한 후

학교까지 15분 오르락내리락 비탈진 길을 힘들게 걸어 도착한 일성여고,

여기가 나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줄 진리의 전당이 되리라 생각된다.

평생 동반자가 된 기관지염, 매일 약을 먹고 환절기만 되면 위태로워지는 상황을

어떻게든 극복하고 열심히 공부하여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싶다.

인생이란 바다위에 떠 있는 나의 조각배는

내 마음의 돗대에 떠 있는 나의 조각배는 내 마음의 돗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내년에 시작하는 것 보다는 올해가 1년이나 빠르지 않은가?

지금 백세시대에 나는 앞으로도 수 십 년을 더 살아야 한다.

다행히 남편이 외조를 잘 해 주고 건강하여 내 공부에 적극 협조를 해 주기 때문에

매일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고 신기하기만 하다.

내가 아주 젊었다고 착각할 정도로 공부 의욕이 솟구친다.

늙은이, 젊은이 각양각층의 학생들을 잘 가르쳐 보려고 심혈을 기울이는 선생님들,

우리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시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오래도록 귀에 젖어있다.

나는 아주 열심히 할 것이다.

“One is never too old lear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