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사랑에 대한 추억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때 당시 “스와니강의 추억” 이란 영화가 상영되었는데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한일이 있었다. 1952년 개봉된 영화 원작 금발의 제니( Jeanie with the light brown hair) 를 당시 부산 극장가에서는 제목을 “스와니 강 추억” 번역하여 상영하였다.
미국민요 작가 포스트의 짧은 일생을 그가 지은 곡을 주제로 엮어 음악 영화로 제작된 것이었다. 그 영화 내용에 있어서 포스트의 애잔한 사랑과 가난한 작곡가인 포스트를 사랑하는 제니는 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결실을 위해 포스트 곁에 머물면서 인생의 반려자로서 어려운 생활 속에 음악과 더불어 살아갔지만 포스트는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좌절하는 세월을 보내며 음악적인 삶은 허물어지고 만다. 그리고 그 토록 사랑하던 제니도 견디지 못하고 곁에서 떠나고 혼자 좌절하여 쓸쓸히 술로 살아가고 있을 때 다시 환한 미소의 천사로 제니가 찾아와 스와니강 언덕을 거닐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추억 속에서 그가 작곡한 스와니 강 노래 속에 영면 한다.
포스트가 사랑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픔에 도취되어 두 번이나 보았다. 인간이란 경제적 속박에서 벗어날 수가 없으며 돈이라는 것은 그토록 소중하며 사랑하던 사랑도 갈라놓는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된 연인 제니(실제는 금발이 아님)를 그렇게도 사랑해 지은 곡이 우리에게도 너무도 잘 알려진 금발의 제니 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영화를 감상한 학창시절 나는 영화의 여주인공의 제니와 너무도 흡사한 한 소녀을 이웃에서 만나지는 날들이 있었다. 1959년 5월 봄 예쁜 여중생이던 그 소녀가 홍조를 띠우면서 장미꽃핀 대문 앞에 서서 하얀 가운을 입고 옅은 미소로 눈인사 한 것이 나에게는 전부입니다. 그 후 소녀에 대한 나의 정보는 그녀의 집 대문 앞 문패를 보고 성이 송씨라는 것과 당시 착용한 교복으로 부산여중 2학년 여중생이라는 정도 뿐이다.
그 소녀를 처음 만난 이후 하얀 장미꽃 덩굴이 수를 놓았던 집 앞을 지날 때마다 가끔 밝고 맑은 천사가 보내어준 해맑은 웃음이 가슴 뭉클하게 하였다. 지금까지도 잊어지지 아니하고 소녀의 집 앞을 지나다 먼 발길에서 소녀의 얼굴을 보게 되면 난 홍당무가 되어 도망치다시피 고개 숙이고 총총 걸음으로 책가방 들고 다니던 학창시절의 부산 서대신동에서 있었던 나의 추억은 꺼지지 아니하고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아름다우 꽃으로 피어난다.
세월이 흘러도 그리움의 생각은 밝고 맑은 추억은 나만이 간직한 아름다운 자랑이었지만 이제는 그리움이 추억으로 변하여진 지가 오래 되었다. 지나간 것들은 언제나 그리움이 되고 애잔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일생을 살아오면서 나에 곁에서 떠나간 모든 것들이 그리워지고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는 시절의 한 사연이 나이 들어감에 가끔 그때의 학창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산다고 하는 것이 곧 이별의 연속이고 언제나 나에 곁에 있어줄 것 같은 부모 형제며 친구 등 아름다운 것들은 잠시 곁에 머물다가 살아져 가버리고 마는 그런 것이 사랑이라고 불러진다면 세상에 태어나서 이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품었던 추억이 지금은 첫사랑이라고 불려져도 좋지 아니 할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하였던 한 소녀에 대한 내 감정의 쏠림의 현상은 지금도 잊어지지 아니하고 흐르는 세월 속에 또렷하기만 합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들이 얼마나 더 많이 잊어버리기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지 모릅니다. 사람이 한 평생이란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처럼 사랑했던 것들도 잊어버리며 살아가게 되어 있지만 결코 잊어지지 아니 하는 것이 그 소녀에 대한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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