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 가칠봉 아래에 가면 삼봉약수가 있다. 조선시대, 문종 임금의 왕비 현덕왕후 부친인 권전대감이 날개가 부러진 학이 안개가 피어오르는 계곡에 날개를 적시고 다시 날아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신비의 샘물이 삼봉약수다. 톡 쏘는 텁텁한 맛, 둔중한 충격을 주며 목줄을 타고 내려갈 때 형언하기 힘든 어떤 근원적인 상쾌함을 선사하는 무색의 투명한 탄산수, 그것이 삼봉약수의 맛이다. 위장병에 좋다는 이 물맛을 보기위해 삼봉약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줄을 서야 한모금 받아 마실 정도다. 부정한 사람이 마시면 약수물이 흙탕물로 변한다고 한다.
이혼의 위기에 처한 한 남자의 부인이 어느 날 수심에 가득 찬 얼굴로 강원도 홍천에 사는 유명한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다. "선생님 저는 더 이상 남편과 같이 살기 힘들 것 같아요. 그 사람은 너무 신경질적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아요." 그 말을 들은 의사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처방을 내렸다. "우리 병원 옆의 가칠봉이란 곳으로 올라가시다 보면 삼봉약수가 있습니다. 그곳은 신비의 약수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 약수물을 통에 담아 집으로 들고 가십시오. 그리고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시면, 그 물을 얼른 한 모금 드십시오. 절대 삼키시면 안 됩니다. 그렇게 실행 한다면 아마 놀라운 변화가 있을 겁니다." 부인은 의사의 말대로 약수물을 받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늦게 귀가한 남편은 평소처럼 부인에게 불평불만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부인도 맞받아쳐 싸워댔을 테지만 그날은 의사가 가르쳐 준대로 신비의 약수를 입안 가득히 물었다. 그리고는 물이 새지 않도록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자 남편의 잔소리는 잠잠해 졌다. 그 날은 더 이상 다툼이 되지 않아 무사히 하루가 지나갔다. 남편이 화를 낼 때면 부인은 어김없이 그 신비의 약수를 입에 머금었고... 그것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남편의 행동은 눈에 띄게 변해 갔다. 먼저 신경질이 줄어들었고, 부인에게 막 대하던 행동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부인은 남편의 변한 태도에 너무도 기뻐 강원도에 사는 그 의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러 갔다.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그 신비한 약수가 너무도 효능이 좋더군요. 우리 남편이 싹 달라졌어요" 의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당신이 남편에게 기적을 일으킨 것은 그 약수가 아닙니다. 당신의 침묵입니다. 남편을 부드럽게 만든 것은 당신의 침묵과 이해 때문입니다"
가끔은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일 때가 많다. 쓸데없는 말로 일이 커지는 것 보다 적당히 일이 풀릴 때까지 숨죽이고 있는 것이다.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서툰 사람에게 침묵은 특히 더욱 좋은 처방이다. 많은 이들에게 그렇듯이 침묵의 효과는 놀라운 것이다. 침묵 속에서만이 우리는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입력시간 : 2009-02-22 1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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