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화와 어머님
목련은 추운 겨울에도 동사하지 않기 위해서는 양지 녘에 꽃눈을 털로 감싸고 낙엽송들이 죽은 듯 잠자는 때도 끈기와 인고로 견디어 생동하고 있음을 꽃눈이 겨우내 보여준다. 눈보라와 찬 서리에 견디어온 목련은 봄이 다가올 때쯤이면 상당히 성숙된 꽃눈이 되어 봄기운이 먼발치에 찾아 올 테 면 소담하게 큰 꽃피운다.
그토록 힘겹게 피웠던 목련화이건만 누가 화무십일홍이라고 말했던가? 목련은 피어서 십일을 보내지 못하고 너무도 허망하게 소리 없이 시들고 만다.
내가 백목련을 남달리 좋아하는 이유는 어여쁜 꽃모습과 순백의 아름다움이 처녀시절 사진속의 어머님의 얼굴을 뵙는 것 같아 백목련을 대할 때 마다 순결하게 살다가 돌아가신 어머님의 영상이 내 머리에 떠오르기 때문인 것 같다.
목련꽃이 오래 피어 있지 못하고 그토록 쉬 지고 마는 이유는 우리 어머님처럼 삶에 힘이 부쳐서 자신의 자양분을 다 내어주시고 간 나의 어머님의 삶과도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의 어머님은 어여쁜 한 여인으로서 우리의 가문에 시집와서 격변의 세월 속에 삶을 살아가시기 위해 몰아치는 찬바람이 그렇게도 모질었는지? 그리도 고와든 얼굴엔 어느 날 잔주름으로 얼굴을 채웠고 중년을 지나 노년에 이르기도 전에 세월의 무상한 아쉬움 속에 힘겹게 이어온 삶을 한 송이 목련화처럼 어느 날 한마디 말씀도 없이 허망하게 저들 곁을 떠나셨다.
목련화 같은 나의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 들어도 시들지 아니한다. 주위에서 양친 부모를 모시고 계시는 분들을 대할 때 그보다 부럽고 탐나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저렇게도 축복받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진 자는 가지고 있지 아니 하는 자의 그 마음을 알 길이 없을 테지?
내가 어릴 적에 할아버지로부터 소학을 배울 때 명륜편 부모에 대한 효도의 가르침을 배웠고 아직도 기억하는데 철없던 시절에는 무엇 몰라서 실천하지 못하였고 성장하여서는 어영부영 하다가 세월이 다가고 말았네.
「아들로서 부모를 섬길 때에 겨울에는 방과 의복을 따뜻하게 해드리고, 여름에는 서늘하게 해드려야 하며, 밤에는 이부자리를 깔아 잠자리를 정해 드리고, 새벽이면 안부를 여쭈어 편안하신가를 알아 보아야한다. 또한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다녀오겠다고 여쭈어야 하고, 밖에서 돌아오면 다녀왔다고 여쭙고 부모의 안색을 살펴야한다. 그리고 노는 곳을 항상 일정하게 하여 부모가 근심을 안하시게하며, 학업에 힘써 올바르게 자라야 부모가 기뻐하시고, 부모 앞에서는 평소에 말할 때 늙었다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목련이 피어 날 때 면 나는 언제나 소학 속의 이 구절이 생각나며 실천할 수 없는 아픔마음과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여기 담고 있는 일상의 평범한 내용은 1000 여년전 중국의 성현들의 가르쳤던 효도에 대한 철학 원리이지만 변함없는 진리인 것 같다.
활짝 핀 아름다운 목련화 속에 피어나는 어머님의 고운얼굴이 그립고 보고파 카메라로 수없이 세트를 눌러보지만 어디에도 생전의 어머님 모습은 나타나지 아니합니다.
어머님!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 보니 어머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며 불효자는 이렇게 어머님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철없었던 시절 불효했던 잘못을 용서하여 주시고 못 다한 효도를 이렇게 뉘우치며 용서를 빌어 봅니다.
소학은 주자(朱子:朱熹)가 제자 유자징(劉子澄)에게 소년들을 학습시켜 교화시킬 수 있는 내용의 서적을 편집하게 하여 주자가 교열·가필(加筆)한 것이다. 1185년(남송 순희 12)에 착수하여 2년 뒤 완성하였다. 책의 구성은 내편 4권과 외편 2권으로 모두 6권이다
조선 초기부터 성리학자들에 의해 그 중요성이 인식되어 서울의 사학(四學)과 지방의 향교·서원 ·서당 등 교육기관에서 기초 과목으로 활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언해(諺解)본을 널리 보급하여 많은 소년들이 책을 읽도록 권장하였다. 그 내용에 있어서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 도리와 도덕의 원리가 집약되어 있는 책으로서 조선시대 널리 읽혔던 수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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