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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장한 외국인 효부 합동결혼 ‘호호호’

장한 외국인 효부 합동결혼 ‘호호호’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와 서울 영등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는 18일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몽골, 베트남 등 외국에서 온 신부를 대상으로 늦깎이 합동결혼식을 연다. 지난해 결혼식에 참가한 신랑 신부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웨딩드레스도 입어보고 책에서만 보던 제주도에도 가게 된다니 꿈만 같아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온 문희나상(34·여) 씨는 뒤늦게 올릴 결혼식에 한껏 부풀어 있다.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와 영등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여는 합동결혼식에 초대된 것.

결혼식에는 문희나상 씨처럼 가정형편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또 다른 외국인 여성 아홉 명도 초청됐다.

2004년 7월 결혼하자마자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었던 문희나상 씨는 아들 형민이를 낳았을 때 산후조리를 해줄 사람이 없어 혼자 미역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

그는 “남편이 가르쳐준 대로 미역국을 혼자 끓일 때 울란바토르에 계신 부모님이 무척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희나상 씨와 함께 결혼식을 할 베트남 출신 웬터김로안(27·여) 씨도 2005년 12월 결혼해 대장암에 걸린 시아버지와 자궁암으로 투병 중인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있다.

웬터김로안 씨는 “힘든 나날이었지만 시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 행복하다”며 “시어머니가 나를 위해 틈틈이 한국어 교실 같은 이민자 지원 프로그램을 손수 알아봐준다”고 자랑했다.

그는 “결혼식을 올리는 저보다도 시어머니께서 더 좋아하신다”고 덧붙였다.

결혼식에 초대된 일본인 나나유미 유코(38) 씨도 1997년 결혼해 시각장애 1급에 허리디스크까지 앓고 있던 시어머니를 모셨다. 외환위기로 남편이 실직했을 때는 방문판매원으로 취직해 가족의 생계까지 떠안았다.

나나유미 씨는 “어려운 형편에 결혼식은 생각도 못했다”며 “늦었지만 신혼의 행복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며 기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입력2008.05.05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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