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기자(파리) spic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8.04.04 23:17
- ▲ 파리 사무실에서 만난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씨. /파리=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4~5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환경 친화,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제 건축 프로젝트를 이해시키는 데 꽤나 애를 먹었으니까요. 하지만 최근 들어 의식 수준이 무척 향상된 걸 느낍니다."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이화여대 캠퍼스 센터(ECC·Ewha Campus Center) 설계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출신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Perrault·55)를 최근 파리에 있는 그의 건축 사무소에서 만났다.
페로는 1989년 파리 국립도서관(미테랑 도서관) 설계 국제 공모에 당선된 이후 프랑스 국가 건축상, 레지옹 도뇌르 훈장 등을 수상하며 명성을 날렸다. 파리에서 건축학과 도시계획을 전공한 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역사학 학위를 받았다는 그의 이력 때문인지 그는 "건축의 주인공은 인간"이라는 측면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이화여대 캠퍼스센터(ECC) 공모 당선(2004년), 한강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초빙 건축가(2005년) 등으로 한국과는 인연이 깊다. 이달 말 정식 개관식을 앞두고 있는 이대 ECC는 과거 운동장이 있던 자리에 연면적 2만 평(6만6000㎡) 지하 6층 규모로 만든 복합시설을 기본으로, 지상에는 환경 공원을 조성했다. 지하에는 도서관과 강의실을 비롯해 교보문고, 편의점 등이 입주했고 앞으로 씨네큐브 영화관과 갤러리 등 문화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그는 지하 건물보다는 지상 공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건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풍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대 ECC를 짓느라 한국을 수십 차례 방문해서인지 서울 여기저기 관심이 많았다. 특히 한강의 가치를 강조했다. "한강이 얼마나 광대한 자원입니까. 하지만 한국에선 한강의 가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강을 그냥 건너기만 할 뿐, 강변을 따라 이뤄진 프로젝트가 많지 않더군요."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역시 주변 시설 개발과 환경 보호가 복합적으로 진행돼야 할 문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소음이 엄청 많고 교통도 불편합니다. 턱시도를 차려 입고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여인들과 함께 그 섬의 한가운데 있는 모습은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 해답은 우리 스스로 풀어야 한다면서. "서울은 가능성은 있으나 제대로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프로젝트 자체는 건축학적으로 아주 흥미롭습니다만, 그보다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서울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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