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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 문국현 죽어야 산다"

지역구 출마-신당과 선거연대 요구 비등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창조한국당의 몸부림이 시작됐다.
  
  김영춘, 정범구 최고위원을 위시한 핵심당직자들은 18일 열릴 최고위원회의에서 문국현 대표에게 '특단의' 총선 대책을 요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른 정당과의 제휴 가능성을 열어놓고 적극적인 정계개편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문 대표는 '전사'를 각오하고서라도 격전지에 출마하라는 것이 요구의 골자다. 유의미한 정치세력화를 위해서 '문국현 당'으로서의 정체성은 일정부분 포기하자는 얘기다.
  
  창조한국당 후보로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손가락에 꼽힐 정도인 상황에서 현실적인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창조한국당이 비례대표 몇 석의 군소정당으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문 대표의 차기 대권 가도에도 빛을 찾기 힘들어 진다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문국현 색' 빼야 '문국현 당'이 산다
  
▲ 창조한국당이 총선에서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국현 대표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당 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뉴시스

  최근 창조한국당 전략기획위원회는 "구정 연휴 전까지 당 지지율을 10% 대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총선 이후 당의 존립이 어려울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가 주재한 회의에서 발제된 이 보고서는 지지율 반등을 위한 해법으로 △문 대표의 지역구 출마 △정계개편 주도 △외부 대표 영입 등을 제시했다.
  
  회의 참석자 중 한 인사는 "여러 단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두 사람이 각각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당이 살리기 위한 해법은 일치했다"고 전했다.
  
  문 대표의 지역구 출마 요구는 대선 전부터 있어왔다. 문 대표가 "243개 모든 지역구에 출마자를 내겠다"고 공언한 만큼, 본인이 솔선수범을 보여야 다른 정치 신인들의 도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선을 통해 문 대표를 인지하게 된 대중들 앞에 '희생적 리더십'과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보여주는 것이 문 대표 개인의 정치 행로에 있어서도 원내 진출보다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도 덧붙었다.
  
  그러나 문 대표의 팬클럽을 중심으로 "창조한국당의 가치를 상징하는 문 대표가 제도권 정치를 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계개편 역시 당 내에서 찬반이 엇갈리는 지점이다. 최고위원 그룹에서도 김영춘, 정범구 위원이 "세력 없이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신당과의 제휴를 주장하는 반면, 전재경 위원은 "독자 세력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대선은 참신한 인물 한 사람으로 가능했지만 총선은 세력의 대결이니 만큼, 각개전투 후 공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선 때보다는 신당과의 관계를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제휴를 주장하는 이들의 논지다. 일부 당직자들이 총선 불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한명숙 전 총리를 새 당대표로 영입하자는 의견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국현, '일주일 째 침묵'의 뜻은?
  
  자신의 '희생'을 전제로 한 이 같은 당내 요구에 문 대표는 일주일이 다 돼 가도록 묵묵부답이다.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표가 밝힌 총선 구상은 기존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문 대표는 자신의 출마와 관련해서는 "당의 전략에 따르겠다"면서도 "선거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해 비례대표를 선호하는 듯 한 뉘앙스를 풍겼다. 신당과의 선거 연합에 대해서는 "당과 당 차원에서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당 내에서는 문 대표의 용단을 끌어내기 위한 전방위 압박이 시작됐다.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문 대표의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한편, 문 대표와 당직자, 총선 출마자, 지지자 등이 다 같이 총선 전략을 논의하는 공개토론을 제안할 예정이다.
  
  총선 전략과 문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논쟁은 이달 말 경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마침 다음 주에는 문 대표가 다보스 포럼 참석차 출국이 예정돼 있어 귀국 직후 정리된 입장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는 만큼, 문 대표가 이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김헌태 전략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은 "아직 큰 틀의 비전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 대표가 좌고우면하는 것 같다"며 "판을 만들어서 지역구 중심으로 크게 가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판을 다시 짤 수 있다는 확인이 든다면 비례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은 제휴론에 관해서도 "내부 강화를 통해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짝짓기도 가능하다는 것이 문 대표의 생각"이라며 "세력이 없으면 선거를 제대로 치르기도 어렵다는 점은 누구보다 문 대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문 대표가 당의 정체성 강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할 경우에는 적잖은 파열음이 예상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내달 17일 전당대회 전까지 문 대표의 가시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으면 집단 탈당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프레시안 2008-01-17 오후 2:52:51
  이지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