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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삶

에너지 절약만이 위기의 생존법

에너지 절약만이 위기의 생존법

'50달러 후반의 고유가 지속될 전망' '고유가로 경제 발목 잡을 것'

 

올초 언론이 경제예측론자들의 말을 인용,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경제전망 중 유가와 관련된 기사 제목들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연초에 국제유가가 안정추세를 보여 올해는 배럴 당 50달러 대 중반, 갖가지 변수를 감안해도 65달러 이상으로는 급등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런 전망을 무색케 하듯 올해 유가는 요동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배럴 당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안타깝게도 '유가 100달러 시대'라는 악몽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달러화 약세, 세계 원유수요 증가 등의 요인으로 국제유가는 조만간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가 5년 이내에 심각한 석유 공급부족 사태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최근의 에너지 위기는 예사롭지 않다.

1,2차 석유파동에 이어 제3차 석유파동은 이미 진행형인 듯 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런 고유가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점과 유가가 치솟고 있는 데도 우리는 그저 먼 산 바라보듯 너무도 태평하다는 점이다. 제3차 석유파동 사태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선 경제의 '쓰나미'가 될 가능성마저 있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자원개발이 국가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풍력이나 태양광, 조력 등 대체에너지 개발이 시급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이들 대체에너지는 당장엔 경제성이 없다는 게 문제다.

다행히 우리는 70년대 초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을 인식, 원전 건설을 추진해 78년 고리원전 1호기가 준공된 후 세계 6위의 원자력 발전국으로 도약했다. 원자력은 전력의 40%, 전체 에너지의 15% 정도를 담당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기술집약적 에너지이자 가동 중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는 원자력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석유, 석탄, 가스와 같은 천연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 지금 선진 각국에서도 석유와 유연탄값 상승, LNG 공급 불안, 기후변화협약 등으로 원전의 중요성이 재인식되고 있는 추세다.

경제성이 뛰어난 원자력 에너지로 전력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고 있지만,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절약정신이 몸에 배지 않고서는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 많은 국민은 '설마 전기가 어떻게 되랴'는 타성에 파묻혀 지낸다.

지구상 인구 중 아직도 16억 명 가량은 전기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전등 하나 더 끄고, 지나친 냉·난방을 자제하는 등 작은 실천에서 시작하는 절약의 생활화가 더욱 아쉽다.

에너지 절약 방법은 우리 곁에 무수히 많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고효율 제품 쓰기, 승용차 요일제 참여, 가까운 층 걸어서 다니기, 자전거 출퇴근하기 등. 또한 에너지 절약은 일회용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절약 실천의지 못지않게 절약의 습관화가 필수적이다. 물론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에는 다소간의 불편과 수고가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얼마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에너지 절약을 고유가 시대의 생존기법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소비가 미덕'이던 시대는 지났다. 전기를 '물 쓰듯' 하는 시대가 절대 아니다. 절제의 미덕이 돋보이는 시대이며, 반대로 요즘의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낭비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낡은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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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입력시간 : 2007/11/21 18:58:53
수정시간 : 2007/11/21 19:0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