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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삶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글쓴이 : 최 열_환경재단 대표

내가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과 함께 그루터기 나무에 앉아 있다. 이 사진은 비엔나 교외의 도시 숲을 답사하면서 찍은 것이다. 우리는 2003년 8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문학의 집•서울 이사장 김후란 시인을 모시고 10명이 일행이 되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다녀왔다. 두 나라의 환경단체, 그리고 환경 현장과 숲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이 사진을 보면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 다정하게 보인다. 꼭 대학 학창시절에 찍은 것 같다. 우리 둘이 숲속을 걷다가 그루터기를 발견해 자연스럽게 앉아 찍은 것이다. 문국현의 팔이 내 어깨에 올라간 것을 보고 우리 딸이 꼭 애인과 함께 찍은 사진 같다고 놀린다.

비엔나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도시 한가운데에 우거진 숲이다. 나무를 아끼고 잘 가꾸기로 유명한 오스트리아는 자기 집 뜰에 있는 나무를 옮겨 심을 때에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들었다. 우리가 다녀온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오스트리아의 생태체험장으로, 조그마한 공연장을 장작더미로 쌓아 만들었는데 너무나 환경친화적이고 좋은 아이디어였기에 나도 언젠가 그런 공연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도 가꾸고 일자리도 창출한 ‘생명의 숲 국민운동’ 나는 꼭 30년 전 환경운동을 한평생 하겠다고 결심했고 지금까지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 문국현은 유한킴벌리에 입사해 20년 전부터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나무 심기 운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숲운동, 환경운동, 일자리 늘리기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 둘이 본격적으로 힘을 합친 계기는 1997년 말 IMF 위기 때였다.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서울역 근처에 수천 명의 노숙자가 겨울밤을 지새우는 것을 보고 우리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밤낮 가리지 않고 만나서 만든 것이 ‘생명의 숲 국민운동’이다. 지난 30년간 심기만 해왔던 나무를 이제는 더 굵게, 더 크게 자랄 수 있도록 나무를 솎아내고 가지를 쳐주는 간벌 일인데 여기에 많은 실직자가 참여하면 일자리도 늘게 되고 숲도 가꾸는 일석이조가 된다고 생각하였다. 지금은 산림청장이 된 조연환 당시 과장과 삼림생태계 인사,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정부 예산을 배정받아 시민들이 참여하는 숲 가꾸기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재정을 꾸려낸 사람이 바로 문국현이었다. ‘자가용 요일제’는 문국현 사장의 아이디어 우리 둘은 1인당 20평도 안 되는 면적을 가진 서울에 더 많은 녹지공간을 만들자고 노력해 35만 평 뚝섬을 서울시와 함께 ‘서울 숲 공원’을 조성하는 데 일조하였으며 지금은 난지도 골프장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가족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 시절부터 문학청년이고 시인이었던 문국현은 그 후 문인들의 창작 공간과 모임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남산 길목에 문학의 집•서울을 마련해주었다. 우리는 숲 가꾸기 운동을 문화예술과 연결시켜 유인촌 씨와 함께 <나무를 심은 사람>을 뮤지컬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은 역동성 있는 도시다. 공기만 맑아지면 살 만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서울은 자동차 배기가스와 건설 공사로 인해 미세분진이 도쿄보다 세 배나 많아 호흡기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가용 출퇴근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 중 하나가 자가용을 월요일부터 금요일 사이 하루 동안만 이용하지 않는 일이다. 이 아이디어는 문국현이 내고, 내가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제안해 지금 ‘자가용 요일제’로 실시되고 있다.

“강원도를 동아시아의 스위스로 만들자” 문국현과 나는 2004년부터 강원도를 동아시아의 스위스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금강산과 설악산, 숲으로 우거진 산과 강, 동해안의 푸른 바다, 그리고 지난 50년 이상 보존된 비무장지대DMZ를 문화와 결합하면 21세기 생태문화 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말하는 비전이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환경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환경과 숲이 우리의 생명이고 21세기의 반도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문국현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다음 세대를 위해 숲과 환경을 함께 지켜나갈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비전이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환경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환경과 숲이 우리의 생명이고, 21세기의 반도체라고 생각한다

문국현 홈페이지 200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