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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삶

이혼율 30%, 그럭저럭 30%에 달하는 위기의 부부관계

이혼율 30%, 그럭저럭 30%에 달하는 위기의 부부관계 
 
 
政山 이달원 칼럼리스트 ldy@upkorea.net
 
 
 
우리사회는 해방이래 한시도 쉬지 않고 급격한 변동을 겪어왔다.

21세기 들어와서 가장 큰 변화와 진통, 혼돈을 앓고 있는 분야는 가족문화이다. 이혼율이 10여년 만에 3배로 늘어나더니 마침내 2006년에는 결혼한 4쌍중(33만2,000건) 한쌍(7만3,000건) 꼴로 이혼하면서 이혼율이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2위까지 올라갔다. 한해 새로 구성되는 가족 중 22%가 재혼가족이다.

10 여년전 한때 묻지마 관광이 몰아치더니 불륜과 외도를 다룬 TV드라마와 영화가 한때의 유행을 지나 이제는 일상의 소재가 되고 말았다. 드라마만 보면 대한민국은 가히 ‘불륜 공화국’이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방영하는 23편의 드라마 중 불륜 코드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은 작품은 8편뿐으로 65%의 드라마가 어떤 형식으로든 불륜을 극 전개의 주요 장치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이다(한겨레신문 2004.10.25)

최근에는 드디어 내놓고 불륜을 선정적으로 다룬 ‘내남자의 여자’(김수현 극본)가 선풍적인 인기속에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불륜산업이라는 신종업종까지 생겨났다.

대표적인 불륜산업의 하나가 모텔이다. 러브호텔의 천국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모텔이 숙박업이 주업이 아닌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모텔 주차장입구는 고객차량의 번호판을 보호해주느라 커튼을 쳐놓거나 아예 개별 차량 번호판에 덮개를 씌워주고 있다. 또한 불륜과 외도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써비스 차원에서 카운터에 직접 계산하고 키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 자판기 방식으로 모텔을 이용하게끔 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문화가 별로 존중받지 못하던 우리 사회에서 핸드폰과 인터넷 메일과 채팅등의 정보통신의 발달은 개인과 개인의 연락이 은밀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고 이는 이상한(?) 남녀관계를 촉발.촉진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오고 있다.

‘90년대 말에 나온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질투는 나의 힘’은 마침내 당당히 결혼생활과 불륜과 외도를 커밍아웃하는 세태를 잘 드러내 주었다. 경제적 조건을 충족해주는 남편 따로, 외도대상의 결혼전 애인 따로 라든지, “마누라에게도 잘하고 애인에게도 잘 하는 것이 마누라에게 못하고 애인 하나 없는 것보다 백번 낫다”는 선언은 결국 도덕적, 윤리적 잣대가 달라졌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한 남자(여자)가 한 여자(남자)만 평생 바라보며 사는 건 부질없는 짓인가?

이혼율의 가파른 상승과 부부관계(가족관계)가 위기에 처하면서 한국사회의 일부일처제가 무너져 가고 있는 징후가 사방에서 울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커플의 재발견’(필리브 브르노 지음, 에코리브르 2003)은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한국사회의 부부관계를 조망하는데 좋은 충고가 된다. 프랑스의 정신과의사이자 동물학자인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젊은 연인들이 결혼하도록 내버려두는가? 어차피 그들 중 30%는 이혼할 테이고 또 다른 30%는 불만족 속에서 현상유지에 급급할 터인데 말이다”

‘커플의 재발견’은 일부일처제의 탄생과 그 부정적인 결과를 꼼꼼히 고찰하면서 위기에 처한 인간의 결혼제도에 종합진단을 내린다.

이 책은 일부일처제는 생물학적으로나 문화.사회적 역사로 볼 때 유일무이한 제도나 해법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동물행동학을 빌려 인간의 결혼제도인 일부일처제의 토대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준다. 동물세계에선 포유류의 4%, 영장류의 18%만이 일부일처이고 또 이런 종들은 대개 멸종위기에 처하면서 소수집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더구나 인간과 가까운 아프리카 유인원, 즉 고릴라나 침팬지는 일부일처를 따르는 경우가 전혀 없다고 한다.

저자는 서양의 일부일처제는 유대-기독교문화가 강요한 것으로 인간의 자연스런 본성과 욕구를 거스르는 가혹한 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남성은 축첩, 외도, 성매매 등을 통해서 사실상 일부다처제를 누려왔다. 인류역사상 실질적인 일부일처제는 별로 없었다는 얘기이다.

그런점에서 일부일처제는 철저히 여성의 희생을 전제로 유지되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난 몇십년 사이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여성은 피임, 낙태 등을 통해 원치 않는 임신의 구속에서 벗어났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활동이 늘어나면서 남성에의 종속적인 위치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이에 여성이 결혼과 성적관계에서도 수동적인 자세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면서 그동안 억제되어온 여성의 애정과 관능과 욕구가 자연스럽게 발산되었다.

참고 지내온 세월에 복수라도 하듯이 여성이 주도하는 황혼이혼이 급격히 늘어났고 , 여성은 이제 언제든지 뛰쳐나갈 태세를 갖추게 되었다. 영화 ‘바람난 가족’은 이것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의 문제로 다가왔음을 드러내 주었다.

남성이 더 이상 그녀들을 일부일처제라는 울타리에 가들 수 없게 된 것이다. 사회환경의 변화도 변화지만 기존의 부부관계 방식으로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는 현대사회의 부부 대부분이 과거 유지해왔던 ‘닫힌 결혼’이라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부부가 같은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 같은 여가를 즐기고 ,다른 이성에게 끌리는 법이 없어야 한다고 믿고 가족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의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처럼 부부관계를 ‘1+ 1 = 1’이라며 자신의 내부조차 배우자에게 내주어야 하는 줄로 알았고 또 그러한 시늉을 해오며 살았던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관계는 인간의 자연스런 욕망을 부당하게 억제하고,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관계라고 비판한다. 욕망에 대한 부당한 억제와 억압은 일탈행위를 불러 일으키고 , 일탈행위중의 하나가 불륜이요 외도인 것이다.

저자가 욕망의 부당한 억제와 억압을 예방하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방안이 ‘열린 커플’에의 지향이다. 즉 개방적인 ‘열린 커플’을 통해 커플의 재발견을 함으로써 부부관계의 의미를 재정립하자는 주장이다.

열린 커플의 부부관계는 ‘1 + 1 = 2 ’ 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열린 커플의 부부는 배우자 각자의 개별적인 삶과 자유를 존중한다. 결혼 = 합일 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 각자 자유롭게 욕망과 층동의 흐름을 체험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열린 커플이 무제한으로 무조건적으로 배우자의 욕망과 충동을 허용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해와 관용과 수용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현대인에게는 사랑하는 배우자와 일부일처의 커플로 살아가려는 욕망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 이미 누구든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큰 현대사회에서 ‘열린 커플’ 에의 지향만이 그나마 위기의 부부관계를 회복할 유일한 방안임을 강조한다.

공자는 역경 해설서 서괘전에서 ‘부부’가 인간사회에서 가장 본질적인 관계임을 설파하고 있다.

“ 有天地然後에 有萬物하고 天萬物然後에 有男女하고 有男女然後에 有夫婦하고 有夫婦然後에 有父子하고 有父子然後에 有君臣하고 有君臣然後에 有上下하고 有上下然後에 禮義有所錯(착) 이니라“

(천지가 있은 후에 만물이 생겨나고, 만물이 번성하면 남녀가 생기고 , 남녀가 있으면 부부가 생기며 , 부부가 있은 연후에 비로소 부자관계가 나오고, 나아가 군신관계, 상하관계의 예의가 생긴다)

부부관계가 금이 가기 시작하면 인간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토대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政山 이달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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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10월 19일 14:0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