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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입동을 맞이하면서

 

 

입동을 맞이하면서



입동을 특별히 절일(節日)로 여기지는 않지만 24절기의 하나이다. 상강과 소설 사이에 들며, 음력 10월, 양력 11월 8일경으로, 태양의 황경이 225°에 이를 때이다.


그러나 절기 중 우리의 겨울 생활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다. 겨울 동안의 김치를 장만하는 김장은 입동을 기준해서 하기 때문이다. 김장은 입동 전 혹은 입동 직후에 하여야 제 맛이 난다.


예전엔 입동이 지난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들의 생활 주위는, 싱싱한 부식의 재료들이 살아지고, 날씨가 추워져 일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때가 되면 시장에는 무, 배추가 가득 쌓이고, 또한 냇가에서 부녀자들의 무, 배추 씻는 풍경이 장관을 이루기도 한 때가 있었다.



경상남도 도서지방에서는 입동에 갈가마귀가 날아온다고 하며, 창녕?밀양지방에서는 갈가마귀의 배에 흰색의 부분이 보이면 이듬해에 목화가 잘 된다고 했다. 제주도에서는 입동 날씨 점을 본다. 전라남도 지방에서도 입동의 날씨를 보아 그해 겨울 날씨를 점친다. 즉, 입동 날 추우면 그해 겨울은 몹시 춥다고 한다.


즉, 입동에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해 바람이 독하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10월 10일에서 30일 사이에 이른바 고사를 지낸다. 그해의 새 곡식으로 시루떡을 만들어 토광, 터줏단지, 씨나락섬에 가져다 놓았다가 먹고, 농사에 애쓴 소에게도 가져다주며, 이웃집과도 나누어 먹는 전래풍속이 있었다.



이때쯤이면 해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가을의 끝자락 닿아져 온 산이 붉게 물들어 가면서 나를 가만히 놓아두지 아니한다.

혼자 가만히 있기에 너무 힘들어 무작정 걸어보는 무념의 오솔길에서 찬 바람이 외투 속을 파고들어 가슴이 차가워 오지만 슬프지는 않다.


풍성하게 쏟아지는 가을빛 속에 너와나 그리고 우리가 같이하기에 때문이 아닐까?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잎의 아름다움과 떨어져오는 낙엽소리가 시공을 초월한 상념의 세상으로 나를 이끌어 준다.

이제는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

다시 돌아오는 봄을 기약하며 새 희망의 싹을 준비해야 한다. 세상으로 향한 자신의 욕심을 접어 버리고 한 알의 밀알의 마음을 준비하는 저 아름다운 단풍들의 희생의 모습을 좀 배워야한다.


밝은 가을 빛 속에 얼마 남겨지지 아니한 시간을 자신의 최고의 자랑스런 시절에 생명의 기운을 다하여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발산하며 미련도 없이 떠날 채비를 서두르며 오늘도 자신을 불태우고 있지 아니하는가?


야멸친 바람에 견디기가 어려워 떨어져 누워 나의 시린 발목을 잡는 낙엽들

하나 하나가 모두들 사연이 있겠지

지나간 봄날에 오늘을 기약하며 매정하게 꽃과도 이별하던 아픔들이 있었고. 하늘을 향하여 푸른 꿈을 손짓하던 즐거운 날도 있었지요.


그러기에 찬바람에 떨어져 누운 나신은 지나간 날의 아픔을 담아두고 말하기엔 너무도 힘들어 말없이 옷을 벗어던지고 나의 발아래 누웠는지 모르지요.


겨울을 찾아가는 세월의 아픔을 말없이 바라던 세상을 꿈꾸며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나와 함께 가을의 전설을 새로이 새겨 가고 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