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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사색하면서 오솔길을 걸어보다

 

 

 

 

오솔길 따라 사색하면서 하루를 보내다.


저기 북한산 지척에 보여요.


붉은 단풍잎으로 물들어가는 아파트 단지 뒷산 오솔길 따라 아내와 함께 오래간 만에 둘이서 산책을 했다. 부부란 일심동체라고 말들은 하지만 지붕 밑에 더불어 같이 호흡하고 살아오기는 해도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동종의 직업이 아닌 서로의 다른 생활환경과 조건에서 생활 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면 대게 떨어져서 보낸 세월이 더 많다. 직장에서 남에게 배려하며 보낸 시간보다도 더 소외시키고 살아온 세월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나도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아니 했던가? 서로 남남이 만나서 가정을 꾸미고 자녀들 낳아서 기르며 살아왔다. 살기 위하여 하루 종일 바동거리다가 집에 와서 잠자리에 들어간 시간이 부부와 같이 지낸 시간들이며 개미 체 바퀴 돌 듯 하여 긴 세월 다 보내었다.

이제 늙어서 나에 곁에 있었던 그 많은 사람들 다 떠난 자리에 마지막으로 내 곁에 아직 남아 지켜주는 사람이 하나 있으니 바로 아내인 것 같다. 인간이 큰소리치고 폼 재며 법석 떨지만 별수 있나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이다. 참 묘하게 만들어진 우리 내 삶이다. 정말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왔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대단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철학자 칸트가 어떻고 헤겔이 무어라고 했던 지금 나에게 그것이 무엇에 소용이 있으며 필요한가?


펄펄하던 육신이 쇠약해져서 제대로 힘도 못쓰고, 병후로는 항상 힘에 부쳐하는 남편을 그래도 염려해주는 아내가 곁에 있어주어 감사하고 때로는 말동무 되어주어 속내로 감사 할 뿐이다. 푸르른 초목처럼 싱싱하기만 하던 날에 누가 힘없이 매말아 떨어지는 낙엽을 생각하리요. 인생도 언제나 피 끓는 지금의 젊음만 생각하지 쇠잔하고 병들어갈 자신의 모습을 왜 생각하겠어요. 나 역시 한번이라도 깊이 이런 생각하였다면 거짓말이지요.

이것이 오늘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참모습이랍니다. 우둔하고 불쌍하지만 참 모습이지요. 조금만 일찍이 깨달아 삶에 반영하고 살았노라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사랑과 봉사와 희생의 정신으로 참 인생을 아름답고 고귀하게 살수도 있었을 터인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쓰쳐가네요.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잎과 말없이 떨어진 낙엽 속에서 나의 귀전을 울려주는 소리가 있으니  지금이라도 각자에게 주어진 살아가야할 시간을 소중하게 다루어 인간도 마지막 잎 새의 모습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며 생활하여 자신이 떨어져 쉴 자리는 곱게 해야 할 의무 같은 것이 있다고 속삭여준다.


말없이 터벅터벅 걸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나를 알아 차렸는지 ꡒ무슨 생각을 하는 거요ꡓ저기북한산을 보세요. 오늘 따라 지척에 있어 보이네! 라고 한다.


언제나 보아도 아름답고 우람한 북한산의 저 멋진 자태로 저기 저렇게 앉아 억겁의 세월 속에서 오늘을 고뇌하며 살아 간 사람들 중에서 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다고 먼 훗날 기억해 주겠지 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니 오늘은 참 의미 있고 기쁜 하루가 된 날이 틀림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