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관심은 이념이나 과거사가 아니라 잘살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해외 동포 기업인들이 한국 정부와 정치권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부산 벡스코에서 31일 개막한 제6차 세계 한상(韓商)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고국을 방문한 해외 동포 기업인들은 전날 본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펼치고 이념이나 과거사에 매달리는 현 정부와 정치권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지난해 제5차 세계한상대회 대회장을 맡았던 미국 로열아이맥스 정진철 회장은 “노조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성이고, 장관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는데 어떻게 믿고 (한국에) 투자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정 회장은 “교육 개혁을 하지 않으면 우수한 한인 2, 3세들이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 개혁을 통한 두뇌 유치를 주문했다.
세계 해외한인무역협회장을 지내기도 한 정 회장은 1978년 미국으로 건너가 모발 패션과 무역업으로 지난해 매출 1억 달러(약 900억 원)를 올렸다.
천용수 호주 코스트그룹 회장은 “왜 자꾸 과거만 찾고, 되지도 않는 얘기만 하면서 국민의 뜻을 읽지 못하는지 답답하다”며 “국민의 관심은 이념이나 과거사가 아니라 얼마나 잘살게 해 주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 해외한인무역협회장이기도 한 그는 “남북한 인구를 합친 7000만 명의 10분의 1인 700만 명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며 “민족의 큰 자산인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려 하지 말고 당당하게 주류 사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재일(在日) 한국상공회의소 최종태 회장은 “나라가 불안하면 투자를 할 수 없다”면서 “투자를 유인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고 획기적인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이 일본에서 운영하고 있는 야마젠흥산, 히라야마운수는 지난해 매출이 1조2000억 원에 이른다.
라오스 재계 순위 1위인 코라오 그룹의 오세영 회장은 “국가는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운영해선 안 된다”며 “모험심이나 화려한 개인기에 의존하지 않고, 좋은 인재를 잘 쓰는 모나지 않은 지도자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라오그룹은 자동차, 오토바이, 건설, 전자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올해 매출 1억8000만 달러(약 1440억 원)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 그룹의 라오스 내 자동차 판매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세계한상대회를 처음 만든 조병태 미국 소네트 회장은 “선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부가 북한에 이것저것 해 주겠다며 너무 저자세를 보이고 있어 아쉽다”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우리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소네트는 세계 스포츠 모자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은 1억5000만 달러(약 1350억 원).
한편 해외 동포 기업인들은 정치적인 당리당략으로 아직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재외동포 참정권 문제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올해로 6회째인 세계한상대회는 중국의 화상(華商)이나 인도의 인상(印商)처럼 세계 곳곳에 흩어진 동포 경제인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비즈니스 무대로, 37개국 동포 기업인 1200여 명을 포함해 역대 최대인 3000여 명이 참가했다.
부산=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2007.11. 1 03:0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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