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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우리 쉴만한 곳에서 이 가을 쉬어보자

어제 오후에 잠깐 뒷 동산 거닐었는데
오솔길에 늘어서 도열해 주던 나무와 풀들이 거의 다
힘을 잃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쓸슬하기 그지 없었다.
 
누가 가을을 풍성한 사색의 계절이라 말하였 던고  
어제 만은 가을이 그런 느낌의 여유로운 말이 통하지 아니했다 .
 
내가 남달리 자연속에서도 식물을 좋아하여 가까이 하는것은
푸른 잎새을 자랑하면서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에서
자신의 삶을 자랑 삼고 살아가는 의지와 표상을 읽을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식물을  나도 닮아가고 싶고 어쩌면 닮아 있을테다.
그것은 서로 깊은 정을 쌓아가고 있었기 일테지.
어느 것들 보다 밀접한 관계에서 가르침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도 서로가 입을 열어 말 해 본적은 없었다
가슴 열고 속내를 털어놓은 말을 요구하지도 아니하고.
스킨쉽으로 접근하길 바라지도 아니하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무듬덤 그것이다.
 
그저 내가 좋아서 안달이고  발광부리지만
식물은 제자리에서 자신을 지키며 
언제나 그렇듯이 가느다란 미소를 지어주며
깊은 적막감속에서 그저 소리없이 나를 껴안아 주었을 뿐이다.
어쩌면 지독한 스토킹 행새를 내가 한 것이지.
 
봄 여름 가을 내가 좋아서  곁에서  말을 건넨  동무
그 동무를 무척 사랑했다. 그런데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었다.
이제 그들도 쉴만한  곳으로  한마디 작별의 인사없이  매일 어디론가 가고 있나 보다.
 
식물보다 더 잘나고 똑똑한 나도 피곤한 이 육신을
어디에 가서 기대어 볼 그런 쉴곳을
이 가을에는  찾아야 되지 않을까,
그들처럼 깊고 어두운 잠이 아니더라도
잠깐 토막잠이라도 마음놓고 잘 수 있는 그런 쉴만한  곳  말입니다.

내곁에 있어준  소멸해가는 것 들에 대한 애잔한 슬픔에 취해보며,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우리 서로 겸손해지는 시간을 가져보면  아니될까?

그래 잘났다고  큰소리 치는 너들  별수 있나?
늙음에 대하여 예외 없으니
나도 늙어가고 있으며 너도 늙어 질텐데  뻐길것이 무엇인고,
오늘, 오늘 하루만은 
파안 대소하며,  웃고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