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잃은 신랑’미국이 울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르네 클라인(21) 씨는 웃지도 않고 무표정한 모습이다. 해병대 제복에 ‘퍼플하트’(Purple Heart·명예상이훈장)를 달고 옆에 선 신랑 타이 지걸(24) 씨의 모습은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미 예비역 해병대 병장인 지걸 씨의 얼굴에선 어떤 표정도 읽어내기 어렵다. 창백할 정도로 하얀 얼굴에는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심지어 코와 귀조차 찾아낼 수 없다.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가 아버지 다스베이더의 검은 가면을 벗겨낸 직후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그의 얼굴은 심하게 훼손됐다.
이 사진은 뉴욕 젠 베크먼 갤러리에서 이라크전 부상 군인을 주제로 8일부터 열리고 있는 한 사진전에 전시돼 있다.
뉴욕타임스는 22일 이 사진이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며 사진 주인공들의 사연을 22일 전했다.
지걸 씨는 2년 전 이라크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당했을 때 불붙은 트럭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트럭을 감싼 화염 때문에 그의 뼈와 살은 녹아 내렸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그는 그 후 텍사스 주 군병원에서 부서진 두개골을 플라스틱으로 막는 등 19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일리노이 주에서 클라인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 사진전에는 10여 점의 이라크 부상병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척수를 다친 루이스 캘더론(22) 씨, 수류탄 공격으로 손 하나를 잃은 로버트 애코스터(20) 씨, 포격에 왼쪽 뇌를 다치고 실명한 제레비 펠드버시 씨 등.
이들 사진을 찍은 니나 베르만 씨는 “굳이 반전(反戰)의 뜻을 나타내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진들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전쟁의 참혹함 그 자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동아일보 입력2007.08.24 02:59 내 손안의 뉴스 동아 모바일 401 + 네이트, 매직n, ez-i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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