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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성희롱 시비 모르면 큰 코 다친다

  • 순간의 실수가 인간관계 벌려놓아… 간부 사원들의 몰이해가 더 심각한 수준
    50인 이하 소사업장엔 무료 교육… 경기도 가족여성개발원에 지원 요청토록
  • 이석우 기자 yep249@chosun.com
    입력 : 2007.08.15 23:48 / 수정 : 2007.08.15 23:49
    • “어휴~ 아직도 멀었어요. 제가 성희롱 예방교육한다고 사무실을 방문하면 제가 있는 자리에서도 여직원 어깨를 주무르는 사람이 있어요. 여직원이 싫다고 해도 막무가내에요. 자기 딴에는 친근감의 표시라고 생각하겠지만 완전히 착각이죠.”(경기도 여성개발원 성교육 전문 강사 안명자씨·44)

      직장과 학교에서 끊임없이 성희롱, 성폭력 범죄가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 나라 기업의 성범죄 의식 수준은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다. 작업 환경이 열악한 영세기업은 물론 대기업, 시민단체, 학교에서도 여전히 성희롱은 진행 중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한국인 직장 상사가 외국인 남·여 근로자를 상대로 성희롱을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 제 13조 2항에는 “사업주는 직장에서의 성희롱을 예방하고 근로자가 안전한 근로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성희롱의 예방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 법규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300만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은 성 희롱 사건이 터진 뒤에야 부랴부랴 강사를 불러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 ▲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체에서 근로자들이 성희롱예방 교육을 받고 있다. /경기도 가족여성개발원 제공

    •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도 가족여성개발원은 ‘성평등교육강사은행’ 제도를 고안해 냈다. 2006년 2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이 제도는 성희롱 예방교육, 양성평등교육, 성교육, 성매매 예방교육 등 4개 분야에서 전문 강사진을 발굴하고 재교육 시켜 공공 기관과 기업체의 요청에 따라 적합한 강사를 보내 주는 제도다. 직원 50인 이하의 작은 기업체에는 무료로 강사를 파견해 준다. 강사료는 경기도 가족여성개발원이 연구 용역 등의 사업을 해 마련한 돈으로 10만원 안팎의 강사료를 대신 지급한다. 기업들은 가족여성개발원 홈페이지나 전화를 걸어 강사를 신청하면 된다.

      경기도 가족여성개발원 홍보팀의 박미아 팀장은 “제도가 도입된 지 2년도 되지 않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작업 기업체 입장에서 무료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 ▲ 공공기관과 각 기업체에서 성희롱예방과 양성평등 교육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강사들이 경기도 가족여성개발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가족여성개발원은 근로자 수 50인 미만의 사업장에게는 무료로 강사를 파견해 준다.

    • 교육 현장을 누비고 있는 전문 강사들은 성희롱 예방 강의를 실시하는 기업도 여전히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강사 안명자씨는 “규모가 좀 큰 기업에 가면 성희롱 예방 강의에 대부분 현장 근로자만 참석하고 정작 성희롱 가해자가 될 확률이 높은 간부들은 쏙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강의가 끝나고 나면 여직원들이 강사를 찾아 와 “000 부장 그 사람은 꼭 이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라며 한탄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경기도 가족여성개발원은 2006년 강사 은행제도를 도입하면서 여성가족부의 양성평등진흥원이나 각 사회연구 기관에서 성평등, 성희롱 교육 경험이 있는 강사를 선발했다. 현재 가족여성개발원 강사 은행에 등록된 전문 강사 수는 89명. 7월까지 성희롱 예방 교육 59건, 성교육 250건, 성매매예방교육 16건, 양성평등교육 4건 등 강사 은행에서 329차례를 지원했다.

      가족여성개발원 박숙자 원장은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전 교육을 통해 사업주와 근로자가 성희롱에 대한 지식과 민감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대규모 기업과 학교 등 공공기관은 물론 모든 사업장에 바람직한 성희롱 예방 교육이 실시 될 수 있도록 강사 은행제도를 활성화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