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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국방

“한미일 관계에 새로운 장 열었다... 정상회담 정례화”

 

한미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

 

입력 2023.08.19. 04:14업데이트 2023.08.19. 06:15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오후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오후 3시 14분(현지 시각)부터 약 56분 간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메릴랜드주(州) 캠프 데이비드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세 정상은 세계 정세의 전환점에서 한·미·일의 관계 강화가 시대의 소명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앞으로 매년 연례 3국 정상회의를 정례적으로 열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은 캠프 데이비드 내 캠프 사령관의 관사인 시더 캐빈(Cedar Cabin) 옆 야외에서 열렸다.

 

◇尹대통령 “미증유의 복합위기”, 바이든 “3국 협력은 이 시대의 소명”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 정상은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 대만과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위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나란히 거론하며 세계 정세가 전환점에 있다는 공동 인식을 드러냈다. 이런 정세 변화 속에 3국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라고도 했다.

모두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는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있다. 우리가 새로운 방식으로 선도하고, 협력하며, 함께하기를 요구받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그 소명에 응답했다고 오늘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인도·태평양에 이바지하기 위한 우리 삼국의 방위 협력을 승격시키겠다”면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공동의 결의를 재확인한다”고 했다. 질의응답에서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론하며 “60~70년마다 한 번씩 세계가 크게 변하는데 지금이 그 시점이라고 본다. 이것이 유럽의 문제라고만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날 미증유의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역내 가장 발전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경제대국으로서, 또 첨단기술과 과학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한미일 3국의 강력한 연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이곳 캠프 데이비드는 한미일 3국이 자유, 인권, 법치의 공동 가치를 바탕으로 규범 기반의 국제 질서를 증진하고 역내 안보와 번영을 위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을 천명한 역사적 장소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지금 법의 지배에 입각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 질서가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략에 의해서 국제 사회는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도 그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포함해 3국을 둘러싼 안보 환경은 더욱 엄중해지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일미 동맹과 한미 동맹의 공조를 강화하고 일미한 안보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 올리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 이것은 바로 시대적 요청”이라고 말했다.

18일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린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연례 3국 정상회의 개최 합의에 바이든 “영원히 하겠다는 뜻”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첫 3국 단독 회의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연례 정상회담에 합의해서 역사를 만들었다”면서 “우리는 정상급에서, 그리고 관련 각료급에서 정례적으로 만나기로 합의했다. 올해만이 아니라 내년만도 아니라 영원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내 위협이나 3국에 영향을 주는 어떤 일에 대해서도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을 조율하는 핫라인을 갖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평화롭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만들기 위한 경제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공급망 조기 경보망을 시작하기로 했으며 이는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 광물 등의 공급 문제에 대한 경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중보건, 암 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우리는 한미일 협력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다양한 수준과 분야의 삼국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며 “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와 함께 삼국의 외교장관,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한 각급 인사들이 각 분야에서 매년 만나 삼국 간 협력 방안을 긴밀하게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우리가 연 3국 협력의 장은 안보, 경제, 과학기술,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협력, 보건, 여성 이런 모든 문제에 대해서 3국이 긴밀하게 공조하기로 했다는 포괄적인 협력의 장”이라며 “이는 지금의 복합 위기와 도전의 시대에 우리 3국의 역할과 기여가 전 세계 모든 인류의 자유, 평화, 번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역량이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3국의 공동 이익은 우리들만의 배타적 이익이 아니라 전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보편적 이익과 부합하고 거기에 우리 3국의 공동 이익이 함께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 3국 간에 포괄적 협력 체계가 가동이 되면 먼저 공급망 안정, 금융 외환 시장에서의 안정, 첨단 과학 기술의 협력 이런 것들이 원활하게 이뤄진다”고 했다.

 

◇북핵 정보공유와 3국 훈련 실시, 대북 대화에도 열려 있어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 첫 부분에서 “한국과 일본은 유능하며 꼭 필요한 동맹이다. 미국의 한일에 대한 공약은 철통 같다”며 “나는 삼국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개인적 결의를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 그는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사이버 활동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 공유를 배가할 것이고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윤 대통령은 “전례 없이 고도화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면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올해 안에 본격 가동될 것이며 이는 삼국이 북한 미사일 탐지와 추적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삼국 간 방어 훈련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연례 계획에 따라 한미일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중요한 자금원이라고 하는 사이버 활동에 관한 3국 워킹그룹의 출범에 의견의 일치를 봤다”며 “북한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는 지역의 억지력 강화 뿐만 아니라 제재 이행에 대한 완전한 공조 강화를 확인하고 2024년에 3국 모두가 이사국이 되는 유엔 안보리에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 데 일치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한과의 대화에도 열려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바이든 “모든 전쟁포로와 납북피해자 송환에 협력할 것”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국군포로와 일본인 납치자를 포함한 모든 납북자의 송환을 촉구하는 데도 3국이 목소리를 함께 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5월 제가 일본 납북 피해자분들을 만난 적 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그분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우리는 입장이 같다. 함께 일함으로써 이 모든 전쟁포로와 납북 피해자들이 다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이 성공이 낳는다”며 “우리는 모든 납북피해자들이 자유로워질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납북자 문제는 해결 시한이 있는 문제란 점을 설명 드렸고,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오후(현지 시각) 캠프 데이비드 내에 마련된 3국 공동 정상 기자회견장으로 걸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尹대통령 “후쿠시마 오염수 투명한 점검 필요”

질의응답에서 윤 대통령은 3국 정상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가 논의되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오늘 회의의 의제가 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그러나 주신 질문에 대해서 제 말씀을 드리면 후쿠시마 오염수가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그것은 태평양을 돌아서 많은 국가의 국민들에게 우리 삼국 뿐만 아니라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 3국 국민과 모든 인류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오염수의 처리에 대해서는 과학에 기반한 투명한 과정을 통해서 처리돼야 하고 국제적으로 공신력이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점검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며 “다만 IAEA의 점검과 계획대로 처리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일본, 한국을 포함해서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그리고 투명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한국은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나라”

한국 국내에서 일본의 전향적 조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일한 관계의 강화에 대한 강한 마음을 윤 대통령과 공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일한 양국은 국제사회의 과제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나라이며, 윤 대통령과의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일한 양국이 파트너로서 힘을 합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갔으면 하고 바란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올해 윤 대통령을 일본으로 초청하고 저 자신도 방한을 하고, 국제회의 자리에서도 회담을 거듭해 왔다. 그런 가운데 양국 간의 안보, 경제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전향적인, 구체적인 움직임이 역동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안보협의회의 출범, 일본의 수출 통제 해제, 재무장관과 방위장관 간의 회담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바이든 “내가 행복해 보이나? 행복하다. 훌륭한 회담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내가 행복해 보인다면 실제 그렇기 때문”이라며 “훌륭하고도 훌륭한(great, great) 회담이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 캠프 데이비드에서 첫 정상회의를 개최했는데, 오랫동안 새로운 시작과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해 온 이곳보다 더 나은 장소를 생각할 수 없었다”며 “이번 회의는 그저 며칠, 몇 주, 몇 달이 아니라 우리가 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십 년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우리가 함께 모일 수 있도록 리더십과 용기를 보여준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캠프 데이비드는 역사적 장소로 기억될 것”이라며 “오늘 우리 세 정상은 처음 한미일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기시다 총리는 “초대를 해준 조(바이든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며 “이곳 캠프 데이비드에서는 수많은 역사적 회담이 이뤄져 왔지만 그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새길 수 있었음을 매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는 캠프 데이비드 내의 로렐 로지에서 이날 오후 11시30분부터 낮 12시35분까지 65분 간 회담을 갖고, 같은 장소에서 오찬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국 회담 개최 전 윤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와 각각 한·미, 미·일 정상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3국 회담과 오찬 후에 별도의 한·일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