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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히틀러도 못 뚫은 모스크바…러軍, 용병부대 프리패스 시켰나

소극적 대응하며 묵인

프리고진, 무혈진격 주장
NYT “美, 반란 사전 인지”

입력 2023.06.25. 15:31업데이트 2023.06.25. 17:28
 
 
 
 
24일(현지시각)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철수를 지시한 후 러시아 시민들이 탱크 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AP 연합뉴스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둬 스스로 황제 자리까지 오른 프랑스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무너지게 된 건 러시아 원정 실패 때문이었다. 69만명의 원정군 가운데 나폴레옹이 파리로 돌아왔을 때 남은 장병은 불과 4만명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역시 러시아를 침공했다가 패배하면서 전쟁의 향방은 독일의 패전으로 기울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월 미국을 향해 “히틀러와 나폴레옹이 과거에 같은 전략을 쓴 적이 있다”고 했다. 과거 러시아를 정복하려던 외국의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음을 강조한 것이었다.

그런 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가 하루 만에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에 뚫릴 뻔 했다. 러시아군의 허술한 대응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24일(현지시각) 외신 등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군 사령부를 장악하고, 모스크바를 위협하기까지 모든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하루만에 800㎞를 진격해 모스크바에서 불과 200㎞ 남겨진 곳까지 진격했으나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협상으로 철수했다.

바그너 그룹은 긴 거리를 돌파할 동안 러시아 정규군과 간헐적인 교전을 벌이긴 했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북진했다.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로스토프나도누 군 사령부를 접수할 때 총알 한 발도 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방해하지 않았다.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빨간 원)이 점령 중이던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떠나고 있다. /호주 SBSNEWS

러시아군이 사태 초기 큰 저항 없이 프리고진의 부대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반란에 투입된 바그너 그룹의 차량은 대부분 용병들을 실어 나르는 일반 트럭이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 정규군 중 일부가 바그너 그룹을 묵인하며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그너 그룹은 적어도 두 곳의 러시아군 주요 보안 시설을 점령하면서 별다른 저항을 겪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특수부대와 기지를 공유하는 등 오랜 기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바그너 그룹을 막기 위해 배치된 러시아군이 어느 편으로 움직일지는 알기 어려웠다”고 했다. 러시아 군이나 정보기관 중 어느 부대라도 프리고진 편에 섰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프리고진이 러시아군 수뇌부를 겨냥한 군사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NYT는 이번 무장 반란이 바그너 그룹의 힘이 어느 정도였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벨라루스 미디어 넥스타는 이번 반란으로 러시아군이 헬리콥터 6기와 항공관제기 1기 등 항공기 7기를 손실했다고 전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 연합뉴스
 
 

이번 협상을 주도한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프리고진에게 제안한 협상안이 “(프리고진의 입장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이 프리고진과 반란에 투입된 바그너 그룹 용병들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것 만으로 모스크바를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던 프리고진이 돌연 철수에 순순히 응했다는 점에 의문이 남는다.

프리고진이 맹비난해 온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관련 ‘이면합의’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프리고진과의 협상에서 정확히 어떤 합의가 이뤄졌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거래를 존중할지 여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직 바그너 그룹 용병의 말을 인용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사임과 바그너 그룹 용병들을 본래 국가인 아프리카로 돌아가도록 하는 게 합의 내용이라고 전했다. 게라셴코 장관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가는 게 끝은 아닐 거라며 “한가지 분명한 건, 어떤 종류로든 속편은 나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