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탈당’ ‘안되면 탄핵’
기존 정치 문법파괴한 언행
모든 것은 총선 결과로 평가될 것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일어나는 전례 없는 일들을 보면서 우리 국민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대통령을 처음 겪고 있다는 사실을 또 절감한다. 야당과는 달리 여당의 대표 경선은 당의 2인자를 뽑는 선거다. 여당 1인자는 당연히 대통령이다. 당내 1인자를 뽑는 야당 경선에 비해 아무래도 치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여당 대표 후보자는 사전에 어느 정도 대통령과의 공감대가 조성되곤 했다.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여당 대표 경선은 흔히 ‘재미없는’ 선거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국민의힘 대표 경선은 예상치 못하게 대중의 ‘눈길’을 받고 있다. 대통령과 사법시험 공부할 때부터 잘 아는 사이로 알려졌던 사람이 ‘정치적 사기 행위’라는 말까지 들으며 공개적으로 내쳐지고, 대선 후보 단일화를 했던 사람은 ‘국정 훼방꾼’ ‘적’으로 지목됐다. 누가 여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이 탈당하고, 자칫 대통령 탄핵 사태가 날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얘기들이 연속 터져 나온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노골적인 충격파의 원천 발신지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한국 정치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 어떤 정치인이 무슨 말을 하면 그 정치적 의미가 무엇인지 대강 알아차린다. 정치인들도 이를 감안해 정치적인 문법과 화법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대통령은 더욱 간접적인 방식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낸다. 그렇게 대통령의 생각과 호불호가 은연중에 전달되면서 그 방향으로 사안이 조정됐다. 예외적으로 대통령 뜻과 다른 결과가 나와도 노골적 대립이 아니었던 만큼 정치적으로 수습 가능했다. 이게 여당 내부 정치였다.
윤 대통령은 이런 정치가 생리에 맞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절박함 때문인지 우리 국민, 특히 보수적인 국민에게 익숙한 기존의 정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조용한 내부적 조율 대신 파열음이 터지는 외부적 타격을 한다. 간접적 화법 대신 ‘누구는 적이다’ ‘안 되면 탈당’이라는 극단적인 언어를 동원한다. 과거에 본 적이 없는 이런 사태에 국민은 어리둥절하다가 놀라게 되고, 불안해진다.
가장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특기할 점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60대 이상에서도 비슷했다.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에게 낯설고 저항감을 주는 윤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이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연속으로 드러난 결과로 보인다. 한마디로 대통령답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해본 적도 없이 최고위 정치인이 된 사람이다. 출마도 단 한 번으로 끝이었다. 많은 우리 국민들처럼 아마도 평소엔 우리 정치를 경멸하고 혐오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기존의 정치 방식, 관습, 문법, 화법 모두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대체로 정치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자신의 방식이 옳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을 것이다. 그러니 기존의 ‘대통령 다움’ 따위는 무시하고 시끄럽더라도 직접적으로, 거칠더라도 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윤 대통령의 이 낯선 스타일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선 속단하지 않으려 한다. 세상 모든 일은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보니 괜찮았다’는 쪽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무리를 해서라도 여당 대표를 호흡이 맞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차후의 더 큰 분란을 막는 길일 수도 있다. 이것이 내년 총선에서 더 나은 결과를 낳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다만 두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보수층 국민을 주머니 속 공깃돌 정도로 취급하면서 ‘내가 어떻게 하든 당신들이 어디로 가겠느냐’는 계산을 한다면 패착이 될 것이다. 보수층 국민은 윤 대통령 당선과 그 이후 하는 일에 대해 안도하기도 했지만 실망도 했다. 그 실망 수위는 전당대회 문제로 좀 더 높아진 것으로 느껴진다. 더 이상은 곤란하다.
지금 시중에는 윤 대통령에게서 조금 위압적인 느낌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서 드는 자연스러운 느낌일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대통령 국정에 대한 지지가 오르는 데 큰 저항이 된다. 대통령 지지율이 50%는 돼야 총선을 기대할 수 있으며, 40%가 되지 않으면 총선은 치르기 힘들다.
세상 각 분야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으니 정치의 문법도 바뀔 수 있다. 우리 국민이 처음 겪는 대통령에 대한 낯섦도 차츰 나아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진통은 노동, 연금, 교육, 공공, 규제 개혁을 위한 국정 동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처음 겪어보는 대통령’의 성패는 오로지 여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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