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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론

[김순덕 칼럼]이재명은 그들의 도구인가, 아니면 ‘도끼’인가

 

입력 2023-01-19 00:00업데이트 2023-01-19 08:28
 
민노당 후보와 단일화로 성남시장 당선
‘주사파 종북세력 소굴’이란 소문까지
개인 비리의혹 방탄에 당대표 권력 남용
민주당은 물론 ‘국가 리스크’ 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대장동 비리 의혹 관련 검찰 출석 요구에 응한다고 밝혔다. 다만 “많은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주중엔 일을 해야겠으니 (소환 날짜) 27일이 아닌 28일(토요일) 출석하겠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민생 문제에 몰두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 야당 대표로 알 판이다.

실제로는 입만 열면 주로 이재명 자신의 방탄이다. 12일 새해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도 “정치권 모두의 힘을 모아 민생과 미래 개척에 집중해야 될 때”라면서 “이를 위해 야당 말살 책동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기자들 질문 11개 중 첫 번째와 마지막 질문까지 6개가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였다. 회견 제목은 ‘국민의 오늘을 지키고 나라의 내일을 바꾸겠습니다’지만 실상은 ‘이재명의 오늘을 지키려 나라의 내일도 바꾸겠다’는 선사후공(先私後公) 정당 선언이 된 꼴이다.

이재명이 현재 민주당 대표가 아니라면 어떨지 상상해 보시라. 민주당도, 나라도 이렇게 제자리 맴맴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가 57%나 되는데도 민주당 지지율이 30%대 초반(1월 둘째 주 갤럽 여론조사)에 머물 리도 없다. 요컨대 이재명이 당 대표로 있는 한, 다수 국민은 민주당을 대안 세력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민주당이 지자체장 시절 비리 의혹이 덕지덕지한 이재명에게 ‘접수’당해 꼼짝 못 하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이재명은 민주당 홈페이지에 “계파도 학벌도 지연도 없이 정치를 시작했기에 오직 국민을 믿고 의지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고 자기소개를 했다. “그렇게 성남시장으로, 경기도지사로, 대선 후보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으로 국민이 저를 삶을 바꿀 도구로 써주셨다”고 썼다.

사실관계가 틀렸다. 2010년 그가 민주당 후보로 성남시장에 당선된 데는 이재명의 성남시민모임 활동과 김미희 민주노동당 시장 후보와의 단일화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2013년 9월 성남시의원 정용한은 시의회에서 “이재명 시장이 김미희 (통진당) 의원을 인수위원장에 앉히고 인수위원회에 종북 세력인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을 대거 영입했다”고 발언했다. ‘공동 정부’ 약속 때문이다. 시장 시절 이재명이 경기동부연합과 통진당 세력에 넘긴 행정 권한이나 이권 사업 등을 보면, 성남시는 민주당의 당적을 가진 이재명을 통해 엉뚱한 세력에 접수됐고 이재명은 그들의 도구가 아니었나 싶다.

 

검찰이 이재명과 ‘정치적 공동체’라고 규정한 전대협 출신 정진상은 성남시민모임에서 만난 사이다.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부터 이재명을 도운 이재명의 측근 김용은 한총련 정책위 지도위원을 지낸 운동권 핵심이었다. 김용이 이석기의 경기동부연합, 간첩단 일심회와 왕재산 사건의 활동가 등과 연관된 종북라인 관리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이 이 모든 걸 알고도 그들의 도구가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영악한 이재명은 도구에 머물지 않았다. 소년공 출신 인권변호사로서 ‘변방 장수’가 됐다는, 기득권에 맞서는 이미지와 사이다 발언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낙마 이후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는 민주당 접수에 성공했다.

그가 2020년 7월 16일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를 받은 이틀 후 ‘자주통일충북동지회’는 북한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문화교류국에 “이재명 지사가 민주·진보·개혁 세력 대선 후보로 광범위한 대중 조직이 결집되도록 본사에서 적극적 조치를 취해 달라”는 통신문을 보냈다. 이 단체 일부는 2021년 간첩죄로 구속돼 재판 중이다. 당시 북측은 “이재명이 대선 후보로 나서자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회신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자체장 시절 이재명이 왜 그리 대북사업에 열성이었는지 의문이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혹, 쌍방울 사내이사 출신이 회장이던 아태평화교류협회가 ‘이재명 대북 코인’이라며 팔았다는 가상화폐 의혹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어제 이재명은 “검찰이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편파적으로 권력을 남용한다”고 주장했다. 턱도 없다.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당 대표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이 이재명이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이재명이) 여의도와 국가 정치에 국정의 에너지와 공간을 잡아먹어 당의 리스크를 넘어서 국가의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이 계속 대표 자리에 앉아 권력을 남용하면 그는 민주당을, 우리나라를 까부수는 도끼가 될 수도 있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