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면 톱 ‘신구 정권 갈등 희생양’으로 송강-곰이 소개
독자들 “사람과 살던 개를 동물원에 넣다니”
“‘평화의 상징’ 갖다붙여 정치적 동물학대”
입력 2022.12.16 14:16
미국 뉴욕타임스가 15일(현지시각) 종합4면 톱기사로 면의 3분의2를 할애해 집중 보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두 마리 파양 사건. '전현 대통령의 으르렁거림 속에 선물받은 개는 동물원에 버려졌다'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전현 정권간 극한 갈등의 상징적 장면으로 분석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두 마리 파양 사건을 전현 정권 간 갈등의 극적 사건으로 크게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15일자(현지시각) 4면 국제 톱기사로 지면의 3분의2를 할애, ‘전현직 대통령 간의 으르렁거림 속에 선물받은 개들은 동물원에 들어갔다’는 제하의 서울 특파원의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2018년 선물받은 풍산개 송강과 곰이를 키우던 당시의 모습, 그리고 최근 이 개들이 광주 동물원의 관리에 맡겨져 뛰노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NYT는 “윤석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둘다 개 애호가이지만, 북한에서 선물받은 개를 어찌할 지를 두고는 합의하지 못했다”며 “버려진(orphaned) 개들은 결국 동물원으로 보내졌다”고 했다. NYT는 이 사건을 단순히 문 전 대통령이 제기한 개 사육 예산 관련 논란이나 개주인과 개 사이의 관계 문제가 아닌, 과거 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와 정치보복 논란으로 이어진 ‘한국의 고질적 신구 정권간 다툼’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해석했다.
현재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의혹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국방장관과 국정원장 등 안보 라인 참모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한편, 윤석열 정부는 각종 내각 인사 문제와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이태원 핼러윈 참사 등으로 인해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이전 정권의 흠을 들추고 있다는 야당 측 주장 등을 소개했다.
이 정도로 전현 정권 간 갈등이 팽팽한 상태에서, “국가기록물의 일종인 개들을 키워야 하는 전직 대통령과 별다른 예산을 집행해주지 않은 현직 대통령의 갈등의 희생양이 바로 풍산개가 됐다”는 것이다.
12일 오전 광주 북구 생용동 우치동물원의 임시놀이터에서 풍산개 암컷 '곰이'와 수컷 '송강'이 뛰어놀고 있다./뉴스1
그러나 이 기사를 읽은 미국 독자들은 한국의 복잡한 정치적 맥락을 따지기보다는, 전직 대통령이 키우던 개를 버렸고, 특히 ‘동물원’에 집어넣었다는 사실 자체에 매우 놀라고 있다. 미국 주류사회는 최근 동물원을 비윤리적인 동물 학대의 공간으로 보는 시각이 많고, 기존의 동물원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또 미 대통령들은 백악관에서 개를 키우거나 안 키우거나 둘 중 하나였고, 국민들은 퍼스트독들이 죽어서야 대통령들과 이별하는 장면만 봐왔기 때문에,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 정치적 문제를 들어 키우던 개를 버렸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날 온라인 기사 댓글창에서 NYT 독자들은 “어떻게 야생 동물도 아닌 사람과 살던 개를 동물원에 넣을 수 있느냐” “나도 개 두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얘들을 버려야 한다면 고통이 클 것” “(강기정 광주시장이 송강과 곰이를 ‘평화의 상징’으로 잘 관리하겠다고 한 데 대해)개라는 독립된 생명체에 ‘평화의 상징’ 같은 말을 갖다붙이고 정치 싸움의 대상으로 만든 것부터가 동물 학대이고 물건 취급”이라고 분노했다.
또 “주인에게 버림받았지만 그나마 한 쌍이라 불행중 다행이다. 서로 의지하면 되니까” “한국에선 개고기를 먹는다던데, 전직 대통령은 키우던 개를 버리기도 하느냐”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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