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의 계절이 돌아왔다. 하지만 1000원짜리 한 장으로 뱃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던 붕어빵은 이제 옛말이 됐다. 1000원에 두 마리도 위태위태하다. 서울 일부 지역에선 붕어빵 1마리 가격이 1000원인 곳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최근 몇 년 사이 재료값이 폭등한데다 지속되는 물가 상승이 ‘길거리 간식’인 붕어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7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밀가루 가격은 전년대비 42.7%나 상승했다.
붕어빵 몸통을 만드는데 필요한 밀가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수급 불안이 지속되며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전 세계 밀 수출량의 4분의 1 이상은 흑해 지역에서 담당한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가 흑해 곡물 수출 협정 참여를 중단하는 등 ‘식량 무기화’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밀의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식용유도 마찬가지다. 붕어빵이 틀에 붙지 않게 하는데 필요한 식용유의 3분기 가격은 전년대비 32.8% 올랐다. 원자재 수급 불안은 물론 원달러 환율 상승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붕어빵 앙금을 만들 때 쓰는 수입산 붉은팥(40kg)의 상승세 역시 만만치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수입산 붉은팥(40kg)의 도매가격은 지난 4일 기준으로 평균 27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25만1500원이었는데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사이 7.35% 올랐다.
호떡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 시내에서 호떡 1개 가격은 1500~2000원까지 크게 올랐다. 식용유는 물론, 호떡 고명에 들어가는 견과류 가격이 급등해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10년 넘게 호떡 장사를 해 온 A씨는 이달부터 호떡 1개 가격을 10월 대비 50% 올린 1500원에 팔기로 했다. 일대에서는 이미 호떡 1개에 2000원까지 받는 곳이 있다.
A씨는 “식용유는 물론 견과류값이 정말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며 “재룟값이 비싸져 어쩔 수 없는데 올 겨울 손님들이 뚝 떨어질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길거리 간식의 가격 인상에 시민들은 하나같이 아쉬워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43)씨는 “붕어빵이나 호떡은 싼 맛에 사먹는 간식이었는데 이젠 가게 들어갈 때 지갑 사정 살펴 보게 된다”며 “월급 빼고 정말 안 오르는게 없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주부 조모(37)씨는 “아이들이 간식으로 즐겨 먹었는데 요샌 자주 사먹기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만들어 먹을까 생각 중인데 과연 가게에서 팔던 그 맛이 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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