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8월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 보수 1.7% 인상안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원천이나 수당 등 제대로 공개도 않고 징징징 징무원(‘징징대는 공무원’ 줄임말)”
이달 초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공무원 노동조합 소속 20~30대 젊은 공무원(MZ세대)을 중심으로 내년도 5급 이하 공무원 봉급 1.7% 임금 인상안에 대한 반발이 이어질 무렵이었다. 공무원들은 굴건까지 갖춘 상복 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최저임금보다 못한 9급 1호봉 실수령액(168만원 수준)”이라며 월 보수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를 “징징댄다”고 표현한 것이다.
실제 공무원 월급 얼마길래
정부의 1.7% 인상안 발표를 계기로 공무원 ‘박봉’ 논란이 일고 있다. 20~30대 젊은 공무원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보다 적은 급여를 받는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한쪽에선 본봉 등을 제외한 수당이 적지 않아 “결코 적은 월급이 아니다”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직 공무원 수가 12만4921명(19.8%·지방직 미포함)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고, 국가직 공무원 인건비도 9조2000억원(28.7%) 늘어난 상황이다 보니 공무원 봉급 인상이 쉬운 문제가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20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일반직 9급 공무원 1호봉은 본봉이 168만6500원이다. 민간기업 기본급이라 할 수 있는 본봉만 놓고 보면 한 달 최저임금 191만4000원(209시간 근무 기준)보다 적어 보인다. 하지만 이걸 9급 1호봉의 실제 월 보수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본봉 외 수당이 붙기 때문이다. 고정급처럼 받는 것을 포함해 총 18가지나 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공무원 수당 모두 18종 달해
수당 가운데 직급보조비와 정액급식비는 ‘출근’만 하면 모든 공무원이 받는 돈이다. 또 9급 공무원은 누구나 설·추석에 연간 본봉의 60%를 명절휴가비로 받는다. 이걸 12개월로 쪼개면 16만8700원이다. 따라서 9급 공무원 월 보수는 세전 기준 최소 215만200원쯤 된다고 볼 수 있다. 본봉 168만6500원에 직급보조비 15만5000원, 정액급식비 14만원, 명절휴가비 등을 합한 금액이다.
수당은 또 있다. 초과근무수당은 한 시간에 1만4446원(5급)~9160원(9급). 성과상여금은 매년 하위 10%(C등급)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무원이 받는다. 평균적으로 9급 247만~6급 470만원이다. 승진을 못 하면 받는 대우공무원수당도 있다. 이밖에 근무연수에 따라 거의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정근수당이나 부양가족당 지원하는 가족수당, 위험·특수업무 종사에 붙는 수당 등도 있다.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긴 하나 연평균 100만원의 복지포인트나 건강검진(30만원), 콘도 이용권 등 수당 외 혜택도 다양하다.
하위직 월급봉투 얇지만…. 5급 이상은 두터워
다만 공무원 수당은 직급·호봉·업무별로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같은 9급 1호봉이라도 보수가 들쭉날쭉하다. 실제 중앙일보가 확보한 자치단체 9급 공무원 1호봉 A씨(25·여) ‘8월 보수지급 명세서’를 보면, 세전 총액이 231만원가량 된다. ‘초과근무’(18만원)와 보유 자격증과 관련한 ‘기술정보’(2만원) 수당 등 7개 수당이 붙었다. 이 중 4개 수당은 모두 5만원 이하다.
A씨 월급은 가장 일반적인 9급 1호봉(215만원)보단 다소 많은 편이다. 하지만 실제 손에 쥐는 월급은 140만원 수준이다. 적금 격인 대한공제회비 50만원을 비롯해 기여금(공무원연금) 23만원, 건강보험 6만원 등 91만원이 빠져나간다. 서울 한 자치구 소속 8급 2호봉 B씨(30) 8월 월급 실수령액은 197만원이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대 공무원 "매일 이직 고민하게 돼"
A씨는 “건축인허가 등 민원처리 부서에 일하다 보니 야근이 잦은 편”이라며 “하는 일은 많은 데 월급은 적다는 생각이 들어 매일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자체 노조 관계자는 “9급 시간외근무수당(9160원)은 내년 최저임금 시급(9620원)보다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무원은 최저임금법이 아닌 공무원법에 따라 급여를 받는다. 공무원 수당은 내년에 오를지 동결될지 미정이다.
공무원은 6급까진 호봉제라 기본급이 차곡차곡 쌓인다. 9급으로 들어와 7급 6호봉 정도 돼도 본봉은 241만원 정도다.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300만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근로자 월평균 소득 320만원(2020년 기준)보다 낮다.
반면 기초지자체 과장급인 5급으로 승진하면, 보수가 꽤 많아진다. 다만 9급에서 5급까지 평균 승진 소요 기간은 24.4년(지방직 기준)이나 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임금인상, 인력감축 저지를 주장하며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박봉 논란, 전문가 생각은
공무원 박봉 논란에 대해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진재구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내년도) 공무원 보수 1.7% 인상은 정권 초기 민심을 얻기 위해 선보이는 전형적인 ‘관료 때리기’”라며 “최근 5~6년 사이 공무원 보수가 대기업 기준 70% 이하로 떨어지는 등 상당히 열악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일반 국민 평균 근속 연수가 20년 안팎일 때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30년은 된다”며 “공무원은 여전히 ‘안정성’이라는 메리트가 있는 직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7% 보수 인상도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평균 3% 이상 적용되는 호봉 승급제의 자연 상승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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