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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문화

쫄깃한 식감vs딸기보다 달다…찰옥수수·초당옥수수, 뭘 먹지 [쿠킹]

중앙일보

입력 2022.05.23 05:00

업데이트 2022.05.23 11:17

찰옥수수와 초당옥수수. 양자택일의 기로에 자주 올라오는 주제다. 어떤 게 더 취향이냐고 묻는 양자택일이다. 이 질문에 옥수수 유전육종학을 연구하는 충북대 식물자원학과 소윤섭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단지 옥수수라는 것만 같을 뿐, 너무 다른 품종이고 맛도 각자 다르다.” 마치 봄의 딸기, 여름의 수박 중에 어떤 게 좋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을 정도로 이 둘은 서로 다르다고 말이다.

곧 제철이 다가오는 옥수수에는 다양한 품종이 있다. 사진 unsplash

알다시피 찰옥수수는 쫄깃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하다. 전분이 모두 아밀로펙틴(식물에 존재하는 다당류로, 아밀로스와 함께 녹말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다)으로 구성돼 있어 찰기가 있다. 소 교수는 “찰옥수수는 찹쌀을 먹는 것과 같다. 우리가 보통 먹는 멥쌀에 비해 찹쌀은 불투명하고 더 찰기가 많다. 찰옥수수도 똑같다”고 설명한다.

초당옥수수는 참 달다. 얼마나 단지 이야기하기 전에 간식용 옥수수 분류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크게 찰옥수수와 단옥수수가 있고, 단옥수수는 유전자형에 따라 일반 단옥수수→고당도 단옥수수→초당옥수수로 나뉜다. 그러니까 초당옥수수가 가장 달다는 뜻이다. 당도는 16~18브릭스 정도다. 제철 딸기가 11~12브릭스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단맛이다. 수분 함량도 많다. 제주에서 아열대 채소를 생산해 제품화하는 ‘공심채’ 홍창욱 대표는 “밭에서 따서 깨물어 먹었더니 수분이 앞사람 얼굴에까지 튀었다”고 말한다. 과일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젊은 사람의 선호도가 높다.

초당 옥수수 밭. 단옥수수의 재배는 2018년부터 다시 늘어났다. 사진 공심채

찰옥수수를 클래식에 비유한다면, 초당옥수수는 아이돌 정도가 아닐까. ‘클래식’답게 찰옥수수의 인기는 지금도 상당하다. 나름의 역사도 있다. 소윤섭 교수는 “찰옥수수 품종은 198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그전에는 재래종을 심어서 먹다가, 기술이 발전하며 재래종보다 이삭(낟알이 아니라 옥수수 하나를 뜻한다)이 크고 품질이 균일한 품종을 개발했다”고 설명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품종은 더 다양해졌는데, 이와 반대로 단옥수수의 재배면적은 점차 줄어들었다. 단옥수수 재배가 다시 늘어난 건 2018년이다. 초당옥수수가 인기를 끈 해다. 농진청에서 발간한 『농업기술길잡이, 옥수수』에 따르면, 단옥수수 종자 수입량(초당옥수수 포함)은 2018년 1.7톤, 2019년 8.1톤, 그리고 2020년 12.8톤으로 늘었다.

알곡용 옥수수가 무엇이길래

 

알곡 옥수수는 완전히 익어 딱딱한 노란 옥수수의 낟알을 하나하나 딴 것을 말한다. 사진 unsplash

그런데 이 자료에는 찰옥수수와 초당옥수수의 인기 흐름만큼이나 흥미로운 부분이 나온다. ‘알곡용 옥수수’의 재배면적 변화다. 식량과학원에서 옥수수를 연구하는 배환희 농업연구사는 “알곡 옥수수란 완전히 익어 딱딱한 노란 옥수수의 낟알을 하나하나 딴 것”이라고 설명한다. 보충 설명하자면 옥수수는 익으면 딱딱해진다. 종자를 남길 수 있는 생리적 성숙기다. 사람들은 딱딱하게 익기 전의 풋옥수수를 먹는다. 이때를 재배적 성숙기라고 한다.

다시 알곡용 옥수수 재배면적으로 돌아가 보자. 1965년은 4만9000ha지만, 1994년 6600㏊, 2005년 1500㏊로 줄더니 2010년부터는 아예 숫자가 적혀 있지 않다. 자료에 의하면 알곡 옥수수는 예부터 강원도나 충청북도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식량용으로 재배했으나, 1970년대에 쌀을 자급하면서 식용보다는 가공용이나 사료용으로 이용한다고 설명돼 있다. 요즘은 어떨까? 배 연구사는 “실제로 알곡 옥수수를 재배하는 농가는 거의 없다”고 한다. 쓸데가 없어서 재배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한해 900만~1000만톤(2020년 수입량 1165만 5천톤)을 수입하기 때문이다. 소윤섭 교수는 이렇게 비유한다. “대략의 수치지만, 현대자동차에서 북미 지역에 자동차를 수출해서 번 돈과 옥수수 수입하는데 쓰는 돈의 규모가 비슷하다.” 한국은 전 세계 옥수수 수입량 2위다. 1위는 일본이다.

수입한 옥수수의 80%는 가축의 사료로 쓴다. 나머지는 식용이다. 그중 17%는 전분용이다. 가공해서 전분을 뽑아 식품원료로 쓴다. 이렇게 쓰임이 많은데 왜 수입에 의존하는 걸까? 소 교수는 “사료용으로 생산하려면 규모가 커야 하는데, 우리는 미국처럼 밭의 규모가 크게 정리되질 않아 기계화가 쉽지 않다. 또 수입하는 옥수수 물량을 국내서 직접 생산하려면, 전국의 논을 모두 밭으로 바꿔 옥수수를 생산해야 할 정도”라고 설명한다. 또 기계도 몇억씩 할 정도로 비싸다. 소규모로 생산하기엔 돈이 되지 않는데 비싼 기계를 수입하거나 개발할 수도 없다.

 

우연히 먹다 발견한, 맛있는 돌연변이 옥수수

 

상당한 단맛을 자랑하는 초당옥수수는 나중에 만들어진 돌연변이 품종이다. 사진 공심채

보통 ‘옥수수’하면 찰옥수수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알곡 옥수수’야말로 가장 일반적인 옥수수라고 한다. 오히려 찰옥수수와 초당옥수수는 나중에 만들어진 돌연변이다. 배환희 연구사는 “1990년대 들어 육류 소비가 많아지며 옥수수 수입이 늘었고, 이걸 찰옥수수와 구분하기 위해 사료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영어로는 ‘콘(corn)', '메이즈(maize)' 등으로 부르지만, 국내에서는 용도로 구분해 ‘알곡용’ 또는 ‘사료용’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오해가 있을까 덧붙이면 농업의 역사에서 돌연변이는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장점이 많았다.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도 돌연변이 종자의 유용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농작물 개발에 있어서 일반적인 문제는 이따금 발생하는 돌연변이 개체가 정상적인 개체보다 인간에게 더 유용하다는 점이다.(예를 들면 종자가 더 크거나 쓴맛이 덜해서)”라고 말이다. 배 연구사는 “작물을 여러 개 심으면, 백만분의 일 확률로 돌연변이가 생긴다”고 말한다. 우연히 먹었는데 더 맛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찰옥수수는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한 만큼 품종도 다양하며 대부분 국산이다. 소윤섭 교수는 “그중 강원도농업기술원 옥수수연구소에서 개발한 미백 2호(2005년)라는 우수한 품종을 전국에서 재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초당옥수수 품종은 거의 수입이다. 초당옥수수 브랜드 ‘달콘’을 운영하며 옥수수 공부를 시작해 석사 과정까지 마친 이신영 대표는 “국내에서 재배하는 초당옥수수 품종의 99%는 미국산이다. 미국 품종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상황이다. 가끔 일본 종자를 수입하는 곳도 있는데, 미국 회사의 아시아 총판권을 가져온 게 일본”이라고 설명한다.

품종 개발의 포인트, 찰옥수수는 식감 초당옥수수는 단맛

 

높은 당도와 수분함량으로 인기가 많은 초당옥수수의 품종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공심채

그런데 미국 품종을 국내서 재배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이 대표는 “미국 중북부에는 옥수수만 집중적으로 재배하는 농업지대가 있다. ‘콘벨트(Corn Belt)’라고 부르는데, 정해진 위도를 벗어나면 옥수수를 키우지 않는다”고 말한다. 콘벨트는 연평균 강수량이 1000mL 이하다. 평균 온도는 25℃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태풍 없는 지역에서 옥수수만 키운다. 이 대표는 “이런 환경에서 키우도록 만들어진 품종은 한국의 다이내믹한 기후를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한여름에 옥수수가 쓰러지거나, 기형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새 품종이 들어오면 잘 적응하는지 관찰해야 한다. 저온기에는 발아율이 덜 민감한 품종을 심고, 고온기에는 기형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테스트해서 시기에 맞는 품종을 심고 있다.”

인기가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초당옥수수 품종 연구가 한창이다. 초당옥수수 품종을 개발할 때 중요시하는 맛의 포인트는 찰옥수수와 좀 다르다. 찰옥수수는 식감에 집중한다. 특히 과피(껍질)가 얇도록 개량하는 편이라고 한다. 껍질이 두꺼우면 질기고 이물감이 있다고 느껴서다. 초당옥수수의 핵심은 단맛이다. 어떤 것은 20브릭스가 넘기도 한다. 문제는 너무 달면 품종화가 쉽지 않다. 당 함량이 높을수록 전분 함량은 낮아지는데, 전분이 없을수록 씨앗에서 싹이 트는 ‘발아’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소윤섭 교수는 “전분을 만드는 효소, 그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게 초당옥수수다. 전분으로 바뀌지 못한 당이 그대로 고여 단맛이 강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참 여러모로 까다로운 옥수수다.

힘겹게 새 품종이 나와도 그걸로 끝이 아니다. 몇 가지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이게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한다. 배환희 연구사는 “품종 하나를 육종하는 데 10년도 걸린다. 몇 가지 테스트를 하고 환경에 잘 적응하는지도 보는데, 아무리 빨라야 3년”이라고 한다. 충북대 유전육종학 실험실과 함께 육종 연구 중인 이신영 대표도 고충을 털어놓는다. “미국과 비교하면 육종 규모부터 차이가 크기 때문에 더 좋은 품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또 개발해도 끝이 아니다. 옥수수는 면적을 많이 쓰는 작물이다. 종자로써 값어치를 하려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기반시설이 받쳐줘야 한다. 시설이나 부지를 확보하는 사업 등 다양한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5월 중순, 초당옥수수 출하는 이미 시작됐다

 

초당옥수수는 빠르면 5월 중순부터 출하한다. 사진 공심채

그렇다면 옥수수는 언제부터 먹을 수 있을까? 초당옥수수는 빠르면 5월 중순부터 출하한다. 배환희 연구사는 “남쪽 지방에서 5월에 수확하는 옥수수는 대부분 하우스 재배나 터널 재배”라고 말한다. 5월 중순에 수확하려면 3월 초에는 심어야 한다. 3월보다 더 빨리 심는 곳도 있다. 소윤섭 교수는 “제주는 1월부터 온실에서 옥수수를 키우기도 한다”고 말한다.

수확이 빨라지는 이유는, 농가에서 선호하기 때문이다.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비단 옥수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우스‧터널 재배가 아닌 노지(자연 상태의 밭을 말한다)를 기준으로 본다면, 씨를 뿌리는 파종 적기는 4월 중순~말이라고 한다. 이때 심으면 초당옥수수는 6월 말, 찰옥수수는 7월 초나 중순부터 수확한다. 5월부터 초당옥수수를 실컷 먹고 7~8월에는 찰옥수수로 갈아탈 수 있겠다며, 속없이 좋아해 본다.

도움말=충북대 식물자원학과 소윤섭 교수‧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배환희 농업연구사‧농업회사법인 자작(달콘) 이신영 대표‧농업회사법인 공심채 홍창욱 대표
참고서적=『농업기술길잡이, 옥수수(2021년 개정판)』 『총균쇠』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