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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이스타젯 모른다더니...이스타 간부들, 대표와 수시 소통

타이이스타젯 모른다더니...이스타 간부들, 대표와 수시 소통

[주간조선]

곽승한 기자
입력 2022.05.08 05:35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지난해 11월 3일 전북 전주시 전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앞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태국의 저비용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의 한국인 대표 박모씨가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상직 무소속 의원(수감 중)의 측근이 직접 변호사를 소개해주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타이이스타젯은 이 의원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다. 박씨는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태국에서 귀국했는데, 이 시기를 전후해 이 의원의 측근인 A씨와 긴밀히 소통했다는 것이다. A씨는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이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로, 이 의원과는 고교 동창이다. A씨는 박씨에게 자신이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박씨가 이를 받아들이진 않았다고 한다. A씨는 박씨를 비롯해 수감 중인 이 의원에게 법적 조언 등을 해왔다. 이 의원의 측근이 직접 나서 타이이스타젯 대표에게 변호사 소개를 제안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타이이스타젯과 무관하다”는 이 의원의 그간 주장은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이상직 측근 “변호사 소개해주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 서모씨는 타이이스타젯에 2018년부터 전무급으로 근무해 ‘특혜 취업’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문 대통령 딸 일가의 태국 이주에도 이상직 의원이 유·무형의 도움을 줬고, 이 덕분에 이 의원이 문 정권에서 요직을 꿰찼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다만 이 의원은 “(타이이스타젯 박 대표에게) 경영상 자문 정도만 해줬다”며 이스타항공과의 연관성을 줄곧 부인해왔다. 청와대 역시 “(사위 서모씨의) 취업 과정에 특혜나 불법은 없었다”고 했다.

주간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태국에 살고 있는 타이이스타젯의 한국인 대표 박모씨는 지난해 귀국해 수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때 박씨는 검찰에 타이이스타젯 설립자금 조달 내역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했는데, 여기엔 본인이 운영하던 태국의 항공권 총판회사 ‘이스타젯에어서비스’의 돈으로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검찰 조사에서 박씨는 이스타항공이나 이 의원이 아닌 본인의 자금으로 타이이스타젯을 세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러한 내용을 이 의원의 측근 A씨와도 공유했다.

“김정숙 여사, 이상직 든든하게 생각”

지난 4월 27일 A씨는 주간조선과 만나 “박씨가 운영하던 회사는 수년간 매출이 1000억원에 이르렀다”면서 “타이이스타젯 설립자금을 대기에 규모가 충분한 회사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타이이스타젯의 실소유주라는 의혹과 달리, 박씨가 자체적으로 돈을 대 세운 것이라는 주장이다. A씨는 “향후 이스타항공과 컨소시엄 등은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이스타항공의 돈이 타이이스타젯에 들어가진 않았다”면서 “상당부분 소명이 됐기 때문에 검찰도 수사진도를 못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A씨의 이 같은 주장은 타이이스타젯 설립자금 2억바트(약 71억원)의 출처와 관련해 이 의원 또는 이스타항공과의 연관성을 부인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5월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스타항공이 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71억원 상당의 외상 채권을 발행하도록 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이스타젯에어서비스가 확보한 71억원으로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주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 의원과 이 의원 딸,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 김유상 현 대표 그리고 박씨 등을 업무상 배임·횡령, 외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스타항공이 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71억원 규모의 외상대금을 설정해주고, 이스타젯에어서비스는 이 돈으로 타이이스타젯을 세웠다는 것이 고발장의 주요 내용이다. 2017년 세워진 타이이스타젯은 4년간 총수입이 2200여만원에 불과한 반면 판매관리비로만 60억원 넘는 돈을 써 회사의 정체를 두고도 여러 의구심을 낳았다.

 

문 대통령 사위 서씨의 취업 과정에 대해 A씨는 “대통령 사위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 여기저기서 괴롭힘을 받을 수 있으니 도피처를 그쪽(태국)으로 찾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이 의원이) 추천을 했을 수는 있다”고 했다. 타이이스타젯의 한국인 대표 박씨가 기존에 운영하던 티켓 총판회사(GSA)가 이스타항공과 거래하며 사업을 키웠으니, 이 의원의 제안을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취지다. 대통령 사위가 취업한 과정에 도움을 준 적이 없다는 이 의원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는 설명이다.

A씨는 또 “이 의원이 문 대통령이나 김정숙 여사와 가까웠던 건 사실”이라면서 “지난 19대 대선 당시 이 의원이 전라북도 선대본부장을 맡아 문 대통령에게 표를 제대로 많이 몰아줬다”고 했다. 이 의원이 김정숙 여사와 특히 가까웠다는 소문에 대해선 “이 의원이 여사님을 많이 모시고 다녔다”면서 “여사님 입장에선 이 의원을 가장 든든하게 생각했을 수 있다”고 답했다. A씨는 “이 의원이 권력에 너무 가깝게 있다 보니 공격을 받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201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었던 이 의원은 ‘타이이스타젯에 대통령 사위 서모씨가 취업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있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대통령님 관련된 건 제가 여기서 말하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었다.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것이냐’는 추궁이 이어지자 이 의원은 “없다”고 답했다.

검찰, 이상직은 조사도 안 해

박씨가 검찰에 제출한 자료 중엔 타이이스타젯 설립 과정과 경영 상황 등에 대해 이스타항공 당시 수뇌부와 소통한 이메일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이메일은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를 비롯해 이 의원의 딸인 이수지 전 이스타항공 상무 등과도 공유됐다고 한다. 타이이스타젯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온 이스타항공 전·현직 고위 간부들의 입장과는 달리, 이들이 박씨와 수시로 소통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박씨를 조사한 기간을 전후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일정 기간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다만 전주지검은 의혹의 당사자인 이 의원은 현재까지 소환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를 비롯해 이스타항공 전·현직 간부들을 소환해 조사하면서 정작 실소유주 의심을 받는 이 의원은 불러들이지 않은 것이다. 전주지검은 지난해 12월 타이이스타젯 사건에 대해 증거자료 상당 부분이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 의원은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현재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기자는 이 의원에게 접견을 신청했는데, A씨가 “이 의원을 대신해 설명하겠다”며 먼저 연락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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