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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때문에 시작한 정치…'검수완박' 못 박고 盧찾는 文운명

'검찰' 때문에 시작한 정치…'검수완박' 못 박고 盧찾는 文운명

중앙일보

입력 2022.05.08 09:00

업데이트 2022.05.08 10:41

2011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은 저서 『운명』을 내고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측근들은 문 대통령이 돌연 정치판에 뛰어든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으로 2010년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의 ‘노무현 차명 계좌’ 발언에 대한 검찰의 늑장수사를 꼽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리고 11년이 지난 2022년 5월 3일 문 대통령은 임기 만료 직전 자신의 마지막 국무회의 시간을 변경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공포했다.

검찰 때문에 정치에 뛰어든 문 대통령이 결국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을 만들며 정치를 마무리하게 됐다.

두번의 검찰청 1인 시위

2010년 3월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은 경찰간부들을 교육하는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 10만원짜리 수표의 거액 차명계좌가 발견됐다.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얘기해 특검을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고, 그 해 8월 문 대통령은 유족들을 대리해 조 전 청장을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2011년 4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튜브 캡처]

그러나 검찰은 본격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자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던 문 대통령은 담당 검사를 직무유기로 고발한 뒤 2010년 12월과 2011년 4월 검찰청 앞에서 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검찰이 수사하지 않고 버티는 것은 무언가를 향한 눈치보기 때문”이라며 “검찰의 특권을 해체하는 시대적 과제는 반드시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정부를 맞이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두달 뒤『운명』을 출간했고, 이듬해인 2012년 4월 총선 당선을 발판으로 그해 12월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직행했다.

2010년 12월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의 검찰 소환조사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당시 검찰은 조 청장 소환을 미루며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뉴시스

공교롭게 조 전 청장에 대한 수사는 문 대통령이 정치로 뛰어든 이후 본격화됐다. 검찰은 조 전 청장에 대한 고소가 이뤄진지 2년 가까이만인 2012년 5월 그를 처음으로 소환조사했다. 기소는 대선을 석달 앞둔 9월에 이뤄졌다.

안경환과 조국 그리고 윤석열

2017년 5월 문 대통령은 초대 법무장관 후보에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를 지명하고, 민정수석에는 조국 당시 서울대법대 교수를 임명했다. 주요 수사를 주도할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윤석열 현 대통령 당선인을 파격 발탁했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017년 5월 16일 오후 8시 40분쯤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전했다. 김성룡 기자

이들에 대해 당시 청와대에선 “검찰 개혁을 주도할 삼각편대”란 말이 나왔다.

그런데 안 교수는 부적절한 내용의 칼럼 등으로 논란을 일으키다, 몰래 혼인 신고한 과거 이력이 드러나며 낙마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조국 민정수석에게 맡겼고, 2019년 그를 재차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자녀의 입시 비리 관련 논란을 거치며 36일만에 장관직에 물러나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연합뉴스]

특히 문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던 윤 당선인은 조 전 장관과 대립하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나서 문 대통령의 후임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은 “검찰개혁을 맡겼던 검찰총장이 야당 후보로 출마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3일 오전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검수완박’ 못 박고 盧 찾는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은 결국 퇴임을 앞두고 법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선택을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운명』에서 “노 대통령의 죽음은 정치적 타살이나 진배없었다”고 했다. 이명박(MB) 정부 당시 진행됐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검찰을 동원한 정치 보복으로 인식한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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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서울 경복궁 앞 뜰에서 열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헌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3일 검수완박법을 공포한 국무회의에서도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은 역사적·시대적 소명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2011년 6월 16일 '문재인의 운명'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묘소에 헌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퇴임 이후인 오는 23일 검수완박법을 들고 노 전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8주기 추도식에서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한 뒤 재임 중 추도식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강태화기자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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