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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검수완박 되면 경제사건 수사공백... ‘누더기법’ 비판받는 5대 허점

 

검수완박 되면 경제사건 수사공백... ‘누더기법’ 비판받는 5대 허점

법조계 5가지 문제점 지적
김오수, 개정안 반대하며 사퇴

입력 2022.04.18 03:36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해 국회에 제출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두고 법조계에서 “앞뒤가 안 맞는 누더기 법안”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처리할 목적으로 ‘검수완박 법안’을 졸속으로 만들면서 헌법뿐 아니라 다른 현행법들과 충돌하는 개정안을 내놨다는 것이다. 17일 법조계에선 민주당 ‘검수완박’ 법안의 5대 허점과 문제점이 추가로 지적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김용민(왼쪽)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뉴스1

①공정거래 및 자본시장법 위반 수사 공백

현행법상 공정거래법 사건과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의 경우, 각각 공정위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검찰총장에게 고발 또는 통보하게 돼 있다. 표시광고법, 하도급거래법, 가맹사업법 등에도 검찰 고발 규정이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까지 박탈하는 ‘검수완박’을 하겠다면서 그것이 영향을 미칠 다른 법들은 정비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뒀다. 법조인들은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해당 사건 처리에 공백이 불가피한 코미디 같은 상황”이라며 “어디서 수사하라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공정위 고발로 검찰이 수사한 사건에는 효성그룹, LS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 사건이 있다. 지난달 공정위는 호반건설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금융위 증권선물위가 고발한 사례로는 2013년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을 시세조종 혐의로 고발한 경우 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위의 주가조작 관련 고발은 수없이 많다”고 했다. 한 법조인은 “민주당 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이와 같은 사건의 수사 주체가 없어지면서 사건 자체가 공중에 붕 뜨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날 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면서 사퇴했다. 그는 “검찰총장으로서 갈등과 분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법무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면서 “검찰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 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는 “형사 사법 업무를 책임지는 공직자로서의 충정으로 이해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에는 일반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요소들도 곳곳에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김오수 총장. 사직서가 수리되면 문재인 정부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이어 김 총장이 2번째가 된다. /연합뉴스

②고소·고발은 경찰에만 접수

민주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는 경찰만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민들은 검찰과 경찰 모두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할 수 있지만 민주당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고소 또는 고발은 서면 또는 구술로써 사법경찰관에게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호선 국민대 교수는 “국민이 수사받고 싶은 수사기관에 대한 선택권을 강제로 없앤 것”이라고 했다. 한 법조인은 “가령, 경찰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람이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자 해도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③검사, 구속 피의자 석방 권한 없어

민주당 개정안에 검사의 구속취소권이 사라지면서 구속 피의자에 대해 무혐의 등 불구속 사유를 검사가 발견하더라도 구속 기간 중에는 풀어줄 수 없게 됐다는 문제점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구속송치 하더라도 검사가 구속취소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반의사불벌죄’인 폭행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경찰에서 구속 송치되어 온 뒤 피해자와 합의하면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풀어줬다. 앞으로는 검찰이 구속취소를 할 수 없게 되면서 합의금을 주고 피해자가 처벌 의사가 없더라도 구속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피의자는 구속 상태로 있어야 한다.

또한 검찰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피의자에 대해 ‘무혐의’라는 판단이 서더라도, 경찰이 ‘보완수사’ 등을 거쳐 계속 ‘기소’를 고수한다면 사실상 이를 뒤집을 방법이 없다고 법조인들은 밝혔다.

④검찰, 경찰의 직무 관련 범죄만 수사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가 경찰·공수처 소속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검사가 경찰과 공수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도록 해놨다면서 ‘검사의 수사권을 아예 없앤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나마도 경찰·공수처에 대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경찰·공수처 공무원의 범죄는 직권남용, 뇌물 등 직무 관련 혐의에 한정되고 절도나 사기, 폭행 등 일반 범죄의 경우 경찰에 넘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도 검찰은 다른 일반 형사사건처럼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고 ‘수사지휘’는 할 수 없다. 법조인들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비판하던 민주당이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놨다”고 비판했다.

⑤압수수색 청구권자에 ‘검사’ 삭제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에서 검사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의 근거가 되는 형사소송법 215조 1항을 아예 삭제했다. 압수수색을 할 때 경찰의 신청을 받아 검사가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만 남겼다. 아울러 민주당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권한에 대해서도 같은 제한을 뒀다. 경찰의 신청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검찰이 독자적으로 구속·압수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막아놨다.

이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헌법 12조 3항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형해화(形骸化) 하는 내용으로 헌법과 반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황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단순히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는 것 말고도 함께 바뀌어야 할 법령이 많은데 (검수완박 법안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아예 들어 있지 않다”면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기에 앞서 관련 법 조항이 정비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