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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유대인 젤렌스키 美 전폭지원 얻어내…전쟁후 첫 대통령궁 복귀

유대인 젤렌스키 美 전폭지원 얻어내…전쟁후 첫 대통령궁 복귀

우크라·폴란드 국경지대 르포

"우크라 군대가 지키고 있다"
영웅들 이름 호명하며 훈장

거센공습에도 항전 의지 호소
무기 지원받고 러 제재 관철
지지율 23%서 순식간에 90%

유대인 부모둔 전직 코미디언
"푸틴 공격은 나치와 같은 짓"

  • 김덕식 기자
  • 입력 : 2022.03.08 17:26:47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집무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그가 대통령궁에 복귀한 것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군의 침공 이후 처음이다. [사진 제공 = 유튜브 캡처]

 
 
 
"젤렌스키에 대한 의심은 0%도 없다."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폴란드 할라 키요브스카에 마련된 난민캠프에서 최근 만난 율리아 씨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44)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보냈다.

기자가 닷새간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국경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하나같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절대 신뢰를 드러냈다. 군사 강국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지금까지 항전하고 있는 원동력이 젤렌스키에게서 나온다고 믿는 것이다.

개전 초 코미디언 출신인 그를 향하던 불안한 시선과 달리 이제 그에게서 '광대' 이미지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중요한 순간마다 홀연히 나타나 러시아에 대한 항전 의지를 밝히고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한다. 7일(현지시간) 그는 러시아군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키이우(키예프의 우크라이나식 발음) 대통령궁 집무실에서 연설한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여전히 키이우에 남아 있다"며 "아무도 두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에 맞서 전공을 올린 96명의 군 영웅 중 5명의 이름과 공적을 호명하며 이들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공습이 집중된 수도 키이우에 줄곧 머물며 우크라이나 국민의 항전 의지와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러시아군 침공 후 첫 사흘간 현격한 전력 차이에 수도 함락설이 돌던 지난달 26일 "나는 여기에 있다"며 첫 영상을 공개한 그는 키이우 대통령관저 앞에서 "무기를 내려놓지 않겠다"고 항전을 예고했다. 이 영상은 1시간 만에 300만명이 조회했다. 이때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대통령이 도피하지 않고 수도에 남아 있음을 확인한 국민이 '시민군'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가 예상외로 선전하자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돕고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요구한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금융 제재와 무기 지원 등에 대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즉각 호응했고,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 역시 미국 의회가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암살조가 목숨을 노리는 와중에 방탄조끼를 입고 면도를 하지 않은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선 젤렌스키 대통령 모습은 이번 전쟁의 상징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감정적인 호소가 유럽 지도자들을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러시아의 암살 위협에도 수도에 남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북돋운 젤렌스키 대통령이 윈스턴 처칠과 동급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제국의 부활을 노린 우크라이나 침공이 '푸틴의 전쟁'으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젤렌스키의 전쟁'으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처칠이 히틀러 나치에 맞섰던 것처럼 그는 푸틴의 러시아를 나치에 비유하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증조부가 홀로코스트 희생자로, 유대인 가정 출신인 그는 7일 미국 유대인협회와 영상 통화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을 언급하면서 "완전히 나치와 같은 짓"이라며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영국은 그를 최고 동맹국 정상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5일 줌을 통해 영상으로 진행한 면담에는 미국 상·하원 의원 300여 명이 참여했다. 이어 8일에는 영국 하원에서 영상 연결을 통한 연설을 했다. 영상 연설은 영국 의회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며 그가 연설을 하는 동안 의회의 모든 공식 업무는 중단됐다.

올해 1월 23%였던 지지율은 순식간에 90%를 넘어섰다. 우크라이나의 반부패 단체활동가인 올레나 하루슈카는 트위터에 "최고통수권자로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자랑스러워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프셰미실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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