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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버리란 말에 “꺼져라!”… 끝까지 맞선 우크라 경비대, 결국 전멸

무기 버리란 말에 “꺼져라!”… 끝까지 맞선 우크라 경비대, 결국 전멸

입력 2022.02.26 08:2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째인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이 수도 키예프 중심부에서 러시아군의 진군에 대비해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 침공에 맞서 흑해 섬을 지키던 우크라이나 경비대가 끝내 전멸했다. 이들은 러시아 군함의 반복된 투항 요구를 거부하고 마지막까지 항전하다 전원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현지 시각) CNN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항구 도시 오데사 남쪽에 있는 흑해 지미니섬을 점령했다. 면적 0.18㎢의 작은 섬으로 우크라이나 본토에서 48㎞ 떨어진 곳이다.

당시 러시아 군함을 막아선 건 지미니섬에 배치된 국경수비대 13명이었다. 이들은 러시아 측의 투항 요구가 있었으나 끝까지 항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외신이 입수해 공개한 영상에는 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무전 음성이 나오는데 “이건 군사 전함이다. 최악의 경우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즉각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내용이 담겼다.

24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흘루히브가 러시아군으로부터 공격받은 모습.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투항하지 않을 경우 포격하겠다는 위협도 있었으며 해당 음성은 같은 내용으로 두 차례 되풀이됐다. 그러나 곧 음성 전송이 끊겼고 뒤이어 “꺼져라”라는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이후 우크라이나 경비대가 러시아군을 향해 발신한 것으로 보이는 음성이 흘러나오고 “러시아 군함은 꺼져 버려라”라고 말한다.

 

무전이 오간 뒤 러시아 군함의 공격이 시작됐고 이에 맞서 조국을 지키던 13명은 결국 전사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들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경수비대원 모두가 영웅적으로 숨졌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며 애도의 말을 전했다.

앞서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해 저항을 끝내고 무기를 내려 놓으면 언제든 회담할 준비가 돼 있다”며 사실상 항복을 종용했다.

이어 “아무도 그들을 공격하거나 탄압할 계획을 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우크라이나 정권은 신나치 세력, 미국이 이끄는 서방 등 두 가지 외부의 통제에 복속됐다. 우크라이나의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내일의 운명을 결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시민들에게 화염병을 만들어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등 결사항전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