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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거친 운전에 차멀미가...구글 완전 자율주행차 타보니 [김성민의 실밸 레이더]

거친 운전에 차멀미가...구글 완전 자율주행차 타보니 [김성민의 실밸 레이더]

입력 2022.01.02 08:49
 
2021년 12월 웨이모 자율주행 모습. /김성민 기자

‘과감하고 거칠다. 아직은 안 타고 싶다’.

최근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을 왕복 50여분 이용하고 내린 한줄평이다. 웨이모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율주행 업체다.

언젠간 도래할 자율주행 기술의 현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CES 등 첨단 테크 IT 전시회 등에서 자율주행차를 타본적은 있지만, 실제 도로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느낌은 어떤지를 알기 위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외곽 도시인 챈들러에서 웨이모를 호출했다.

웨이모는 2017년부터 미니밴(승합차)으로 챈들러에서 자율주행 시험 운행을 하다가 2020년부터 일반인을 상대로 운전사 없는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8월에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웨이모가 챈들러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처음 실시한 이유는 챈들러의 도로가 다른 도시보다 바둑판 형태로 곧고 넓게 뚫렸기 때문이다. 자율주행하기엔 더 나은 환경이다.

호출 방법은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나 리프트를 부르는 것과 같았다. 스마트폰에 설치한 웨이모원 앱을 통해 현재 위치와 가고자하는 목적지를 찍으면 된다. 현재 위치에서 12마일(19㎞) 떨어진 템피도서관을 목적지로 설정했다. 차량이 7분 안에 도착한다고 했고, 도착지까지 30분이 걸린다는 메시지가 떴다. 운임은 20달러로 우버나 리프트보다 2달러 정도 비쌌다.

웨이모 자율주행차 모습. /김성민 기자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

잠시 후 운전석이 비어있는 흰색 크라이슬러 미니밴이 왔다. 차량 앞과 좌우, 천장에는 각종 레이더와 라이더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내부엔 운전석과 뒷좌석을 구분하는 투명 플라스틱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고,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뒤엔 현재 자율주행차가 이동하는 길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그래픽이 떴다.

그래픽에는 자율주행차 주위의 차량 움직임, 사람들의 이동 상황, 자전거 움직임, 신호 상태 등 다양한 정보가 표시됐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차량이 자율주행을 하는 것이다.

 
웨이모 자율주행차 모습. 차량 내 디스플레이에 자율주행차 주변 상황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김성민 기자

탑승 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바로 움직인다. 생각보다 빨랐다. 조심스럽게 거북이 걸음을 할 것으로 봤지만 예상과 다르게 거침없었다. 구불구불한 주택가 도로를 유연하게 빠져나와 대로변으로 우측 도로를 통해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차량 이동 중 웨이모의 직원이 ‘현재 불편한 점은 없느냐’며 인터폰을 통해 말을 걸어왔다. 모든 탑승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드러움이 없는 자율주행

자율주행 차량은 차선 변경도 자유롭게 했고, 신호등 앞에서 천천히 안전하게 섰다.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할 때도 안전했다. 하지만 사람의 운전과는 달랐다. 차선변경, 좌·우회전을 할 때 다른 차량이 없고 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거침없이 곧바로 진입한다는 느낌이었다. 과격한 운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위험하진 않았다. 우측 상점가에서 도로 진입을 대기하는 차량이 있으면 그 앞에서 속도를 줄였고, 양보도 했다. 사거리에서 직진할 때, 가로질러 좌회전 하려는 다른 차량을 감지하면 충돌 위험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줄였다.

웨이모 자율주행차 주행 모습. /김성민 기자

문제는 운전이 너무 로봇 같다는 점이다. 주행 중 차량이 차선의 가운데로 가기 위해 기계적으로 맞추려다 보니 가끔 차량이 좌우로 출렁거렸다. 도로의 최고 시속이 40마일인 곳에서는 줄곧 시속 40마일로 운행했다. 도로가 합류되며 최고 제한 속도가 변하면 자율주행차량도 그에 맞춰 속도를 바꿨다. 그 과정에서 부드러움은 사라졌다. 시속 40마일에서 갑자기 30마일로 낮추는 식이다.

사고는 나지 않을 것 같지만 과격하고 거친 드라이브였다. 템피도서관에서 돌아올 때 동승한 가족들은 차멀미를 호소했다. 만 7세 조카는 자율주행차량에서 내리자 마자 토했다. 자율주행차가 아직은 갈길이 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