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흑역사의 상징 'MB아바타' [정치, 그날엔…]
최종수정 2022.01.01 09:06 기사입력 2022.01.01 09:00
2017년 4월23일 안철수, MB아바타 발언 '정치 역효과'
논쟁 지켜본 홍준표, "초등학생 감정싸움인지 알 길이 없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재인) 후보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제가 ‘MB아바타’입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17년 4월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나온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돌발 질문’은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장면을 남겼다. 지금도 TV토론 흑역사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게 그날의 ‘MB아바타’ 논쟁이다.
그날 안철수 후보는 정색을 하고 물어본 게 아니었다. 웃음을 머금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MB아바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얘기를 곁에서 듣고 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웃고 있었고, 질문을 받은 문재인 후보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남아 있었다.
TV토론 현장에 어색한 웃음이 번져나갈 무렵, 문재인 후보는 “항간에 그런 말도 있죠”라고 답변했다. 다시 안철수 후보는 “문 후보님 생각을 묻습니다. 제가 MB아바타입니까”라고 질문했다. 문재인 후보는 즉각 “그게 제 생각입니다”라고 답변했다.
문재인 후보는 “방금 안철수 후보가 말하는 그런 얘기를 제 입으로 올린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후 안철수 후보의 발언에서 MB아바타 질문이 나오게 된 이유가 드러났다.
안철수 후보는 “제가 지난 대선 때 후보를 양보해드렸다. 그 이유는 더 이상 이명박 정권이 연장되면 안 된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MB아바타입니까”라고 재차 물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우)/사진=아시아경제DB
썝蹂몃낫湲 븘씠肄안철수 후보는 자신이 정치적으로 이명박 정권의 연장을 반대한 바 있는데 2017년 대선에서 ‘MB아바타’ 논란이 불거지는 것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질문을 던졌다. MB아바타 논란의 진원지로 문재인 후보 쪽을 겨냥한 셈이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님 아니면 아니라고 본인이 해명하십시오”라고 재차 반박했다. 문재인 후보는 본인의 입으로 MB아바타 얘기를 한 일이 없는데 왜 TV토론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결과적으로 MB아바타 발언은 정치권의 관심을 받았다. 지금도 대선 TV토론 가운데 가장 기억나는 장면을 하나만 꼽으라면 그날의 MB아바타 논쟁이 거론된다.
정치적인 흥행에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질문을 던진 안철수 후보와 답변을 한 문재인 후보에게는 유쾌한 기억이 아니다.
특히 MB아바타 논쟁을 촉발한 안철수 후보는 정치적인 후폭풍에 시달렸다.
이는 TV 토론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대선 TV 토론은 국민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는 대형 정치 이벤트다. 후보들은 TV 토론에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고자 힘을 쏟는다. 각종 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TV 토론을 대비한 예행연습도 진행한다.
23일 열린 3차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MB아바타' 질문을 던졌다/ 사진=아시아경제 DB
상대 후보의 대역을 세워놓은 뒤 압박 면접 비슷하게 질문을 주고받는 연습이다. TV토론에서 상대 후보를 압도하기 위한 연습일 수도 있지만, 이른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연습이다. TV토론에서 나올 만한 질문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예상 질문이 나왔을 때 엉뚱한 답변을 하지 않기 위해 연습을 거듭하는 것이다.
MB아바타 질문은 예상 질문지에 없던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질문을 받은 당사자나 이를 지켜본 다른 후보들이나 어색한 웃음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MB아바타 질문이 그날의 TV 토론을 사실상 망치는 효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유권자 기억에는 MB아바타라는 단어만 남게 되고 대선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어떻게 답변했는지 기억에 남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피해는 질문을 한 안철수 후보에게도 돌아간다. TV토론을 위해 준비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상황을 반길 후보는 없다.
당시 TV토론 상대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MB 아바타 질의응답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이게 초등학생 감정싸움인지, 대통령 후보 토론인지 내가 참 알 길이 없습니다.”
'정치 무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속보]신지예, 새시대위 수석부위원장 사퇴 "이준석 뭐했나" (0) | 2022.01.03 |
---|---|
윤석열의 '김건희 리스크' 파급력, 이재명의 '대장동 리스크' 못지않았다 (0) | 2022.01.01 |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야권 최대 변수로…尹 “安과 소통할 생각 있어” (0) | 2021.12.31 |
"朴 '진밥 달라'며 강해졌다"…병원앞은 사면축하 화환 1000개 (0) | 2021.12.30 |
文에 "李 선대위원장" 직격…"우리 대통령" 이랬던 尹 변했다 (0) | 2021.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