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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文에 "李 선대위원장" 직격…"우리 대통령" 이랬던 尹 변했다

文에 "李 선대위원장" 직격…"우리 대통령" 이랬던 尹 변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30 05:00

업데이트 2021.12.30 08:28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앙포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른바 ‘반(反) 문재인 진영’의 핵심과도 같은 존재다. 그는 검찰총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탈원전 관련 수사를 진두지휘하다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권력층과 마찰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권력에 저항하는 이미지를 쌓은 게 대중들의 지지와 대선 출마의 기초가 됐다.

그런 윤 후보지만 막상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지난 6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 때나 지난달 5일 국민의힘 후보 수락 연설 때 ‘문재인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긴 했어도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지난달 15일 문 대통령이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후보 선출 축하난을 보냈을 때도 윤 후보는 “우리 대통령님하고 여사님하고 다 건강하십니까”라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윤 후보는 잇따라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윤 후보는 29일 페이스북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무분별한 통신기록 조회를 비판하며 “그토록 공수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쳤던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민주당, 왜 아무런 말이 없느냐”고 썼다. 하루 전인 지난 28일에는 전기·도시가스·기후환경요금 인상을 내년 3·9 대선 이후로 미룬 걸 지적한 뒤 “문재인 정부, ‘참 나쁜’ 정부”라며 “문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자처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앞서 지난 21일 윤 후보 직속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비상대책회의’ 회의를 직접 주재했을 때는 “현재 코로나 대처 상황은 거의 국난 수준이고, 국가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오판이 부른 참사”라며 “대통령은 확진자가 급증하자 1만명까지 대비했다고 장담했다. 이것은 명백한 인재다. 대통령 오판이 부른 참사”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감염 재확산으로 인한 책임을 명백히 문 대통령에게 돌리는 발언이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윤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해왔다”면서도 “가급적 이름을 직접 거명하는 식의 비판은 조금 자제하려고 노력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여권을 향한) 비판적인 얘기를 하더라도 (당내 혼선으로) 비판이 잘 안 먹히는 국면이 있었다”며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직접 사과하는 등) 이제는 어느 정도 정돈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비판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오른쪽) 당시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선거 전략 측면에서 윤 후보에게 문 대통령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문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집권 5년차 3분기 평균 지지율은 37%로 역대 2위인 김대중 전 대통령(28%)에 비해서 9%포인트 높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40% 지지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문가들은 임기 4개월여를 남겨놓고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윤 후보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문 대통령에게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선 ‘정권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게 결국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는 동기가 될 수 있다”며 “윤 후보뿐 아니라 이 후보 지지율도 함께 떨어진다고 해서 국민의힘이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이 후보가 역점을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시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후보의 차별화를 안 좋게 보면 엇박자지만 좋게 보면 일종의 투트랙 전략”이라며 “문 대통령은 안정감을 주고, 이 후보는 치고 나가는 식의 전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윤 후보 캠프가 문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공격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자 정보      joongang.co.kr/election2022/candidates/LeeJaeMyung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