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고드름도 뒤집었다, 6·25때 생긴 연천 '역고드름' 비밀 [영상]
입력 2022.01.01 08:00
업데이트 2022.01.01 09:27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옛 경원선 폐터널에서는 한겨울이면 신기한 자연현상이 빚어진다. 보통 처마 밑에서 아래로 자라야 하는 고드름이 땅에서 위로 자라 오르고 있는 것. 이 고드름은 하늘을 향해 자라 오르는 동굴의 석순처럼 바닥에서 위로 거꾸로 커지고 있다.
접경지역인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옛 경원선 폐터널이 그곳이다. 터널은 강원도 철원군과 경계를 이룬 고대산 자락에 있다. 어두컴컴한 폐터널은 길이 100m, 폭 10m 규모로 한쪽 입구는 흙으로 막혀 있는 상태다.
동굴 석순처럼 땅에서 하늘로 자라올라
지난달 27일 오후 터널 안은 입구 지점을 중심으로 역고드름이 펼쳐져 있다. 2∼3㎝ 작은 것부터 50㎝ 높이의 얼음 기둥 300여개가 무더기를 이룬 채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둥근 얼음 막대 모양으로 땅에서 자라서 하늘로 올라가는 형태로 커지는 것이다. 폐터널 입구부터 안쪽까지 역고드름이 가득하다.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에 다양한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이석우씨
역고드름은 영하의 강추위가 이어지기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영하의 기온과 자연이 빚어낸 이색 자연작품이다. 역고드름 대부분은 양초와 대나무 모양을 하고 있다. 기도하는 사람의 모습을 하거나 다정한 연인, 아기를 업은 어머니 같은 다양한 형상을 띤 것도 있다.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 다양한 형태의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전익진 기자
이곳 역고드름은 이번 겨울 포근한 기온으로 인해 예년보다 보름가량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추위가 본격화한 이달 중순부터 다음 달 말까지 역고드름은 더 높이 자라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천장 틈에서 떨어지는 미세한 물방울이 원인인 듯”
역고드름은 지난 2005년 한 주민에 의해 발견된 뒤 매년 한겨울 동안 모습을 보인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는 “천장의 갈라진 틈새에서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면서 역고드름이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 다양한 형태의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전익진 기자
이 대표는 “이곳 폐터널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탄약고로 사용될 때 미군의 폭격을 받아 터널 위쪽에 틈이 생겼고, 이곳으로 물기가 스며들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물방울이 동굴 바닥으로 지속해서 떨어져 내리는 게 역고드름 생성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곳 역고드름은 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마이산 은수사의 역고드름과는 차이점을 보인다. 이 대표는 “마이산 은수사 역고드름은 물그릇에서 비스듬히 자라 오르는 것인데 비해 연천 역고드름은 수직으로 올라가는 게 특징”이라며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신비한 대규모 자연현상”이라고 소개했다.
연천 역고드름 위치. 다음지도
고대산 등 겨울 등산 코스도 인기
연천군은 역고드름의 관광 자원화를 위해 터널 입구에 관광안내판을 마련했다. 터널 앞에는 20여 대 규모의 주차장도 조성했다. 인근의 옛 경원선 철길과 교각 일부를 남겨 볼거리로 제공하고 있다. 주변에는 백마고지·고대산 등 안보 관광지와 등산코스도 있다. 경원선 신탄리역에서 철원군 백마고지역까지 5.6㎞ 구간 철길이 복원돼 대중교통도 편리해졌다.
역고드름 진출입로 입구에는 폐쇄된 경원선 철길과 교각이 보존돼 있다. 전익진 기자
연천 역고드름 현장 방문 시에는 교통안전과 안전 관람에 주의해야 한다. 진출입로로 사용되는 1㎞ 길이 논둑길은 차량 한 대만 지날 정도로 폭이 좁고 2∼3m 높이의 둑 위에 조성돼 안전 운전이 필수다. 빙판길·눈길을 이룰 경우 이 도로를 걸어서 가는 게 안전하다. 나무 울타리가 쳐져 있고 출입이 금지된 폐터널 안으로 들어가면 위험하다. 촬영을 위해 무단으로 들어갈 경우 미끄러지거나 천장에서 떨어지는 고드름에 맞아 다칠 위험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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