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름다운 여행

"2만원 내고 일본여행" MZ세대 몰리는 동두천 기묘한 마을

"2만원 내고 일본여행" MZ세대 몰리는 동두천 기묘한 마을

중앙일보

입력 2021.12.23 05:00

업데이트 2021.12.23 09:58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니지모리 스튜디오. 코로나 장기화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일본여행 분위기를 즐기려는 20~30대 방문객이 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한국 여행 흉내 내기’ 놀이가 일본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단다. 주요 소셜미디어에 ‘도한놀이(渡韓ごっこ)’를 검색하면, 한국 음식이나 제품을 즐기고 있는 인증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코로나 장기화와 한류의 인기로 새 문화가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국내서도 ‘일본 여행 흉내 내기’의 인기가 만만치 않다. 일명 ‘동두천 일본마을’로 불리는 ‘니지모리 스튜디오’. 경기도 동두천 옛 미군 훈련장에 세운 일본풍의 오픈 세트장이자 테마파크다. TV드라마 ‘구미호뎐’ ‘펜트하우스’,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등을 촬영한 장소인데, 올해 9월 일반에 공개하면서 동두천 최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인스타그램에 '니지모리스튜디오'를 검색하면 수많은 인증 글과 사진을 찾을 수 있다. 기모노 차림의 사진이 유독 많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많게는 주말 하루 2000명 가까운 방문객이 이곳을 찾는단다.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 층이다. 인스타그램에 관련 게시물도 1만개가 넘는다. “당일치기 일본여행” “2만원(입장료) 내고 해외여행 중” “차타고 일본 왔다” “동두천에서 일본이 왜 나와” “오늘만 예스 재팬” 같은 다양한 인증 글과 사진이 쏟아진다.

세트장은 동두천 칠봉산(506m) 자락에 있다. 숲으로 둘러싸인 호수를 중심으로 일본 전통식 목조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전체 면적은 3만183㎡(약 1만2000평). 3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 만한 규모지만 구석구석 살펴볼 게 많다.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니지모리 스튜디오. 장진영 기자

마을 안쪽은 어떤 분위기일까. 일단 새빨간 도리이(신사 입구에 세우는 일본의 전통적인 기둥 문)를 세운 입구를 지나니 일본어 간판과 일본식 제등과 재단, 우체통 등으로 둘러싸인 거리가 나왔다. 식당‧책방‧카페‧료칸‧LP바‧소품숍 등이 줄지어 있는데, 점원들도 일본풍 의상을 한 채 손님을 맞았다. 한국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거리에선 크리스마스 캐럴 대신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 OST가 내내 흘렀다.

 

이곳에서 노는 방법은 간단하다. 의상실에서 기모노를 빌려 입고 일본 상점가를 거닐다가, 재단과 도리이 따위를 배경 삼아 인증사진을 찍는다.

니지모리 스튜디오에 일본식 료칸이 있다. 다다미 형태를 하고 있고, 일본 소품으로 내부가 꾸며져 있다. 객실에 일본풍 다기와 유카타 의상이 놓여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10일 영하 8도의 강추위에도 기모노 차림의 여행자를 여럿 목격했다. 상점가의 의상실에는 화려한 색감의 기모노가 줄줄이 걸려있었다. 기모노와 머리 장식을 짝지은 기본 의상 세트를 하루 빌리는 비용이 3만원이었다. ‘요로이’라 불리는 갑옷(하루 10만원) 의상도 있었다.

스시‧라멘‧우동‧꼬치 등 식당의 먹거리도 죄 일본식이다. 편의점에서는 일본 사케와 라멘, 과자 등을 판매한다. 료칸(숙박시설)도 있는데 가격은 만만치 않다. 하룻밤 최소 50만원. 그나마도 주말에는 빈방을 찾기 어렵단다. 천연 온천은 아니지만, 12개 객실 모두 다다미(일본 전통식 바닥재)와 히노키 욕조로 꾸며져 있어 료칸 여행 느낌을 충분히 낼 수 있다.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니지모리 스튜디오. 장진영 기자

이 세트장은 19금 시설이다. 촬영시 원활한 진행을 위해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다. 책방을 비롯해 곳곳에서 낯 뜨거운 수위의 책과 소품을 만나기도 한다. 입장료는 2만원이다.

“왜 우리나라에서까지 일본 건물을?” “미군 공여지에 기껏 지은 게 일본 건물이라니”처럼 인터넷에는 반일 감정을 드러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최수자 니지모리 스튜디오 대표는 “반일 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방문객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은 없다”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이 MZ세대를 불러들였다”고 전했다.

 
동두천=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