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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기행

유자차 vs 생강차

 유자차 vs 생강차

입력 : 2021-12-24 00:00

[맛대맛 ㉒] 유자차 vs 생강차

 

두툼한 겉옷 사이로 매서운 바람이 파고드는 추운 겨울, 덜덜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는 데 따뜻한 차만 한 것이 없다. 특히 새콤달콤한 향에 씹는 맛까지 있는 유자차와, 맵싸한 맛으로 목을 시원하게 해주는 생강차는 겨울철 건강을 지켜주는 대표적인 차로 꼽힌다. 제철을 맞은 유자와 생강으로 차를 만드는 현장을 찾아 ‘차(茶)’ 대결을 펼쳐본다.
 

해풍을 맞아 껍질이 두껍고 향이 짙은 고흥 유자 사이에 놓여 있는 유자차. 고흥=현진 기자

유자차

달콤상큼 향내 가득…‘비타민’ 충전

설탕·유자만 있으면 쉽게 청 담글 수 있어

제육볶음·삼치구이 등에 곁들여 먹기도

감기 예방·피로해소·면역력 증진 효과

 

매서운 칼바람이 불 때면 따뜻한 유자차 한잔이 생각난다. 유자차는 상큼한 유자 향과 입 안 가득 채워지는 달콤한 맛이 매력적이다. 마지막에 얇게 썰린 유자 조각을 씹으면 쌉쌀하면서도 향긋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유자는 밝은 노란색 공 모양으로 껍질이 울퉁불퉁하다. 지름은 4∼7㎝로 두 손에 가득 찰 정도다. 우리나라 유자의 80%는 일교차가 크지 않고 강수량이 풍부한 전남 고흥에서 난다. 전남 완도와 경남 남해에서도 질 좋은 유자가 생산된다. 햇빛을 충분히 받고 자란 유자에는 비타민C가 레몬의 3배, 사과의 25배가 들어 있어 감기 예방에 좋다.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줘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유자의 강한 신맛을 내는 유기산은 피로 해소와 소화작용에 탁월하다.

유자차는 보통 유자청에 물을 부어 만든다. 유자청은 집에서도 쉽게 담글 수 있다. 우선 베이킹소다를 섞은 물에 유자를 넣어 손으로 비벼가며 씻는다. 물기가 마른 유자는 꼭지 부분을 도려내고 반으로 잘라 씨앗을 모두 뺀다. 물기가 있으면 곰팡이가 생기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쓴맛을 없애고 싶다면 유자 껍질 안쪽의 하얀 부분을 포 뜨듯이 잘라내면 된다. 그다음 유자 껍질의 노란 부분만 채를 썰고 과육을 갈아 열탕 소독한 유리병에 담은 뒤, 유자와 같은 분량의 설탕을 넣어 버무린다. 건강을 생각해 달지 않게 즐기고 싶다면 설탕을 35% 정도 줄이고 올리고당으로 채워주면 된다. 담근 유자청은 실온에서 2∼3일 보관 후 먹을 수 있다. 장기간 보관할 때는 냉장고에 넣어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유자청은 유자차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도 즐길 수 있다. 유자청에 시원한 탄산을 넣으면 유자에이드가 된다. 따뜻한 우유에 청을 넣고 우유거품을 올린 유자라테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유자청은 요리에도 활용하기 좋다. 유자청에 견과류를 잘게 잘라 넣으면 새콤달콤한 샐러드 드레싱이 된다. 제육볶음 등의 요리에 설탕 대신 유자청을 넣으면 고기의 잡내를 잡고 향긋한 맛도 더할 수 있다. 삼치에 생강·식초를 넣은 유자청을 발라 6시간 이상 재운 뒤 오븐에 8분 정도 구워주면 부드러운 살코기에서 유자향이 느껴지는 ‘삼치 유자소스 구이’가 완성된다.

집에서 직접 청을 담그기 귀찮다면 시중에 파는 제품을 활용하면 된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유자차 제품은 대부분 유자청의 함유량이 50% 정도로 물 등을 넣어 집에서 타 먹기 쉽게 가공된 것이다. 집에서 만든 것보다 유통기한이 길고 찬물에도 잘 녹는다.

전남 고흥 두원농협에서 생산하는 ‘두힐고흥유자나(왼쪽부터)’ ‘두힐고흥유자음료’ ‘두힐고흥유자차’ ‘두힐고흥 유자C 콜라겐’.
전남 고흥 두원농협 유자가공사업소에서 직원들이 씨를 뺀 유자를 잘게 채 썰어 유자차를 만들고 있다.

28년 역사를 지닌 고흥 두원농협 유자가공사업소에서는 진한 유자 맛을 느낄 수 있는 유자차를 판매하고 있다. 유자청 함유량이 70%에 달하며 1㎏짜리 한병에 유자가 10개 정도 들어간다. 잔류농약과 먼지 등을 제거하기 위해 자외선(UV) 살균 과정을 거치는 것도 특징이다.

신선식 두원농협 조합장은 “해풍을 맞고 자라 껍질이 두껍고 특유의 맛과 향이 강한 고흥 유자만을 사용한다”며 “1년에 평균 2000t의 유자를 수매해 100여명의 직원이 직접 유자를 깨끗하게 손질하기 때문에 믿고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원농협에서는 유자차와 함께 다양한 유자 가공식품도 판매 중이다. 유자 과즙을 넣은 <두힐고흥 유자C 콜라겐>과 가루 형태로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두힐고흥유자나>다. <두힐고흥유자차>는 1㎏짜리 2병에 1만4000원, 콜라겐은 15포에 1만5000원, 유자나는 30포에 1만원이다.

고흥=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햇생강으로 만든 생강차. 향긋하면서 맵싸한 생강차 한모금이면 속이 후끈해진다. 안동=현진 기자

생강차

맵싸한 맛에 속 뜨끈…‘원기회복’ 제격

분말·볶음 등으로 판매…청 달콤해 인기

배·레몬 넣기도…대추 섞으면 소화 촉진

혈액순환 돕고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



세계 4대 성인이자 73세까지 장수한 공자는 평소 생강을 즐겼다. 주자도 “생강이 정신을 맑게 통하게 하며 더럽고 나쁜 기운을 없애준다”며 생강의 효능을 극찬했다. 이뿐 아니다. 서양에서도 생강의 유명세는 대단했다. 유럽에 전염병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 영국 정부는 생강을 꾸준히 섭취한 사람들의 사망률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생강의 효능을 알렸다.

이렇듯 생강은 예로부터 건강에 유익한 식품으로 알려져왔다. 생강을 뜻하는 영어 단어 ‘진저(Ginger)’는 ‘원기를 북돋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강의 효능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다. 생강에 들어 있는 ‘진저롤’과 ‘쇼가올’ 성분은 혈액순환을 돕고 혈압과 체온을 정상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 동맥경화나 고혈압 같은 성인병 예방에 유용하며, 풍부한 항산화 성분으로 인체 내 염증을 가라앉히고 소화를 도와준다. 살모넬라 등 식중독 유발균에 대한 살균작용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고려시대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생강은 충남·전북·경북이 주산지다. 특히 최대 산지인 경북 안동은 기후가 온화하면서도 낙동강의 수분을 적당히 함유한 사질토라 뿌리채소 재배에 최적지로 꼽힌다. 안동의 마나 우엉·고구마를 알아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강은 주로 양념에 쓰이지만 차로도 즐긴다. 시중에선 청·분말·볶음 형태의 생강차가 판매되고 있다. 분말은 휴대하기 간편하고, 볶음은 단맛 없이 깔끔한 맛이 장점이다. 하지만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생강 특유의 향이 진하면서도 달콤한 맛의 청이다.

‘안동반가’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생강 가공식품. 왼쪽부터 ‘생강잼’ ‘생강편강’ ‘생강식초’ ‘생강진액’ ‘생강흑도라지진액’.
‘안동반가’ 직원들이 흙을 털어낸 생강 껍질을 벗기고 있다.

생강 주산지인 안동에 위치한 ‘안동반가’는 생강청의 일종인 생강진액으로 유명한 곳이다. 고향이 안동인 이태숙 대표가 2018년 설립한 안동반가에서는 물을 한방울도 넣지 않은 생강 착즙 원액에 유기농 원당을 넣고 1시간 정도 가열해 생강진액을 만든다. 생강진액에 물을 탄 생강차는 맛이 진하면서도 부드러워 목 넘김이 좋다. 생강차를 한모금 마셔보면 향긋하고 맵싸한 맛에 속이 금세 따뜻해진다.

생강진액은 쓰임새도 다양하다. 진액을 따뜻한 물에 넣으면 생강차, 따뜻한 우유에 넣으면 생강라테, 시원한 탄산수에 섞으면 생강에이드가 된다. 갈비찜이나 생선조림 등에 넣으면 고기 누린내를 없애는 것은 물론 혹시 모를 잡균도 잡아준다.

이 대표는 “알이 크고 굵으며 껍질이 얇은 안동산 최상품 생강을 쓴다”면서 “좋은 원재료로 정성껏 만들다보니 프랑스 명품 ‘루이비통’의 모회사가 운영하는 파리 ‘르 봉 마르셰’ 백화점에 생강진액을 납품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생강청을 직접 담그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도 생강에 묻은 흙을 구석구석 잘 털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생강을 손질할 땐 흙과 이물질을 물로 씻어 제거하고 물에 15∼20분간 불린 후, 숟가락이나 칼을 이용해 껍질을 벗기면 된다. 골 사이에 있는 껍질은 알루미늄 포일을 뭉쳐서 문지르면 잘 벗겨진다. 손질한 생강은 편으로 썰어 꿀이나 설탕에 1대1 비율로 2∼3일 재운 뒤 음용하면 된다.

생강청을 담글 때 다른 재료를 첨가하는 것도 좋다. 배를 넣으면 뭉근한 단맛이 더 깊어지고, 레몬을 넣으면 상큼한 향까지 즐길 수 있다. 대추를 섞어 마시면 위를 보호해주고 소화도 촉진한다.

한편 생강차뿐 아니라 다양한 생강 가공식품도 나와 있다. 안동반가에서는 입을 개운하게 하는 <생강편강>과 <생강식초> <생강잼>도 판매한다. 특히 생강잼엔 펙틴이나 방부제를 넣지 않는 대신 안동산 마를 넣어 잼 특유의 점도를 맞췄다. 가격은 <생강진액> 250㎖ 1만8000원, <생강편강> 60g 7000원, <생강식초> 500㎖ 3만8000원, <생강잼> 200g 1만8000원이다.

안동=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