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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기행

미시령을 넘자 맛도 색도 달라졌다… 춘천은 비벼서, 인제는 말아서 먹는 이 국수!

미시령을 넘자 맛도 색도 달라졌다… 춘천은 비벼서, 인제는 말아서 먹는 이 국수!

[아무튼, 주말] 춘천·인제·고성·속초·용인
막국수 찾아 떠난 면식수행

강원도 춘천 ‘샘밭막국수’의 막국수와 제면 과정. 조성종 대표는 “춘천 막국수는 비빔이 기본”이라며 “취향에 따라 육수를 더해 먹는다”고 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입력 2021.12.11 03:00

산 너머 골마다 하나씩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많은 막국수 집이 강원도 전역에 포진해 있다. 그만큼 막국수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타 지역 사람들은 막국수라고 하면 ‘매콤새콤달콤한 국물에 말아 먹는 갈색 국수’로 알지만, 같은 강원도라도 지역 따라 맛과 모양이 다르다. 양념에 비벼 먹는 마을이 있는가 하면, 맑은 국물에 냉면처럼 말아 먹는 동네도 있다. 국물도 동치미를 쓰는가 하면, 사골 육수를 쓰거나, 동치미와 사골 육수를 섞기도 한다. 뽀얀 크림빛부터 메밀 겉껍질이 거뭇거뭇 박힌 검정까지, 면발 색과 굵기도 다르다. 막국수라는 이름 하나로 묶어도 될지 의문이 들 정도다.

막국수의 정체는 과연 뭘까. 어떻게 변해왔을까. 마침 연중 이맘때는 동치미가 알맞게 익고 햇메밀이 나와 막국수가 가장 맛있는 때. 강원도로 ‘면식수행(麵食修行)’을 떠났다.

◇막국수의 메카, 춘천

춘천은 자타 공인 막국수의 메카. 신북읍 ‘샘밭막국수’(033-242-1712) 조성종(51) 대표는 “춘천에서 영업 중인 막국수 집이 200곳쯤 된다”며 “그것도 이전보다 줄어든 숫자”라고 했다.

샘밭막국수는 춘천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막국수 전문점 중 하나다. 조 대표가 태어난 1970년 어머니 최명희(87)씨가 “먹는 장사를 하면 식구들 끼니는 거르지 않는다’는 시어머니 말에 세 칸짜리 초가집에서 막국수를 뽑아 팔기 시작했다.

춘천이 막국수 고장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샘밭막국수가 문 열 무렵. 막국수는 본래 화전민이 먹던 음식이다. 1970년대 초 화전민이 정리되며 본격적으로 세상에 나왔다. 때마침 1970년대 소양강댐 공사로 전국에서 노동자들이 몰렸다. 노동자들과 강원도에서 군 생활 한 남성들, MT 온 대학생들이 막국수를 맛보고는 “싸고 맛있고 소화도 잘된다”고 소문 냈다.

조 대표는 “춘천 막국수가 본격적으로 대중화한 건 1980년대”라고 기억했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집마다 차 한 대씩 소유한 ‘마이카’ 시대가 됐잖아요. 춘천으로 드라이브 온 사람들이 막국수를 맛보면서 유명해진 거죠.”

춘천 '샘밭막국수' 순메밀 막국수./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대화를 나누는 사이 갓 뽑은 막국수가 나왔다. 대접에는 양념장, 김 가루, 참깨를 뒤집어쓴 국수 한 덩이와 삶은 달걀 반쪽이 담겨 있었다. 국물은 주전자에 담겨 열무김치, 겨자와 함께 따로 나왔다. 조 대표는 “춘천 막국수는 비빔이 기본”이라며 “육수는 취향에 따라 부어 먹는다”고 했다.

면이 흔히 아는 막국수와 달리 흰색에 가깝다. 속메밀만 쓰기 때문이다. 메밀을 한 번 벗기면 녹쌀이 나온다. 쌀로 치면 현미(玄米)다. 녹쌀을 한 번 더 벗기면 흰 메밀쌀이 나온다. 녹쌀을 빻으면 우리가 흔히 아는 겉메밀, 메밀쌀만 빻으면 속메밀이다. 샘밭막국수에서 일반 막국수는 춘천의 다른 막국수 전문점과 마찬가지로 속메밀가루 70%와 밀가루 30%를 섞어 면을 뽑고, 순메밀 막국수는 100% 속메밀가루로 뽑는다.

메밀은 찰기가 없어서 뚝뚝 끊기고 국수가 잘 안 된다고 알려졌다. 이 집 국수는 그렇지 않았다. 씹는 즐거움을 느낄 정도의 탄력을 지녔으면서 동시에 메밀 특유의 구수한 향이 짙었다. “메밀이 국수가 되지 않는다는 건 옛날얘기죠. 제분 기술이 좋아져서 옛날보다 훨씬 곱게 빻을 수 있어요. 열에 약하고 금방 탄력이 떨어지는 메밀의 예민한 성격을 이해하고 거기 맞춰 면 뽑고 삶는 기술까지 더하면 매끄럽고 차진 면을 뽑을 수 있죠.”

속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하면서도 입에 착 감기는 국물은 동치미와 사골 육수를 섞어 쓴다. 어머니 최명희씨가 화전민에게 배운 비법이다. “이북이 고향인 화전민이 말해줬대요. ‘우리 동네선 소뼈를 우려내 동치미 국물과 함께 섞어 냉면 육수로 쓴다’고요. 동치미 국물이 시원하지만 부족한 감칠맛을 사골 육수가 보완해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