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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호텔 6층 100평 아방궁서 쥴리가 접대? 거긴 공조실 있던 곳”

“호텔 6층 100평 아방궁서 쥴리가 접대? 거긴 공조실 있던 곳”

조선일보 유튜브 ‘팩폭시스터’, 당시 호텔근무자 증언 보도

입력 2021.12.22 14:31
 
2008년 당시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의 외관. /다음

최근 실명(實名) 증인을 동원해 이른바 ‘접대부 쥴리’ 의혹을 거듭 제기한 친문 유튜버 방송 내용에 대해, 조선일보 유튜브 ‘팩폭시스터’가 당시 호텔 장기 근무자와 관련 공무원의 증언 및 각종 문서·사진 자료를 통해 팩트체크했다.

이른바 ‘아방궁 접대’가 이뤄졌다는 호텔의 건물 구조, 접대를 받았다는 시점 접대의 주체였던 인물의 지위 등을 감안할 때, 친문 유튜버 주장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팩폭시스터 바로가기:

https://youtu.be/O74Hv31rMJ0

‘열린공감TV’라는 제목을 쓰는 친문 유튜버들은 이달초, 초등태권도연맹 회장 출신 안해욱(82)씨를 출연시켰다. 안씨는 이 방송에서 “1997년 5월 라마다르네상스호텔 나이트를 방문했다가 조남욱 당시 삼부토건 회장의 초대를 받아 연회장에서 접대를 받았는데, 그 당시 ‘쥬얼리’라는 예명을 쓰던 김건희 대표를 만났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 주장을 오마이뉴스 등이 받아썼다.

◇“나이트클럽서 승강기로 호텔 5~6층 이동? 두 공간은 분리”

방송에서 안씨는 1997년 5월 호텔 소유주였던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으로부터 초대받았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4명이 (나이트클럽) 홀에서 술을 시켜 먹고 있는데 웨이터가 와서 ‘라마다르네상스호텔 회장님이 손님들을 뵀으면 좋겠다고 한다’고 했다. 그래서 4명이 웨이터의 인도를 받아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5~6층의 높이에서 내렸다.”

하지만 팩폭시스터는 방송에서 “라마다르네상스호텔 나이트클럽(이하 ‘클럽’)에서 한 번에 5~6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클럽과 호텔은 같은 건물에 있었지만, 출입구가 따로 있는 등 별개의 공간으로 분리돼 있었다는 것이었다.

르네상스호텔 입구와 부속 나이트클럽 '볼케이노'의 입구. 도로를 따라 걸었을 때 100여m 떨어져 있다.

지하 클럽에서 6층으로 가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하나는 클럽 입구에서 나와서 언주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와 테헤란로에서 다시 서쪽으로 걸어 호텔 정문으로 약 120m 대로변을 걸어가 본관 로비의 승객용 엘리베이터를 타는 방법, ▲또 다른 하나는 클럽과 연결된 쪽문을 열고 지하 커피숍과 상점가를 관통한 뒤 호텔 4층까지만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거기서 다시 6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진행자인 김미선 TV조선 기자는 “그 호텔은 건축가 고 김수근씨의 ‘공간건축사무소’ 작품으로 건축물 여러 개가 붙어있던 구조”라며 “이렇게(안씨 주장처럼) 간단히 쑥 올라가는 게 아니다”고 했다.

◇“나이트클럽은 임대 내준 공간, 운영사와 사장 따로 있었다”

이밖에 팩폭시스터는 당시 르네상스호텔 부속 나이트클럽은 호텔과 분리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호텔 관계자는 “나이트는 호텔에서 손 모씨에게 임대를 줬으며, 호텔과는 출입구도 달라, 우리(호텔)는 거기(클럽에) 누가 왔다갔다하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호텔은 공간만 임대해줬기때문에 조남호 사장이 오후부터 나이트 손님들을 살피러 다닐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르네상스호텔 운영사였던 남우관광의 CEO 연혁.

실제로 팩폭시스터가 공개한 법인등기증명서를 보면, 나이트는 호텔과는 별도의 업체였던 것으로 나온다. 1992년 해당 나이트클럽이 카드깡 등으로 단속됐을 과거 당시 신문 기사에서도 처벌 대상자는 호텔과 무관한 클럽 사장이었다.

또 조남욱 회장은 2000년에야 르네상스 호텔을 경영하는 (주)남우관광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며, 1998년까지는 국내 호텔업계의 거물이었던 장철희씨가 남우관광 대표이사를 맡은 것으로 기록에는 나온다. 안씨가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시점은 1997년 5월이다.

◇“아방궁? 5층 수영장, 6층은 공조실”

열린공감TV는 방송에서 안씨가 갔다고 주장하는 장소에 대해 “르네상스 호텔은 사실 6층이 조회장의 아방궁이라 불리던 장소”라며 “우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6층에서 연회를 주재하다가 아가씨가 필요하면 볼케이노(클럽)에 있는 웨이터한테 얘기해서 필요한 여성들 불러올렸다는 증언 있었다”고 했다.

이어 안씨의 인터뷰도 내보냈다. 안씨는 “회장실에서 한참 걸어나오니까 연회장이… 홀이 상당히 큰데, 아무리 적어도 100몇십평”이라고 했다. 이어 “테이블 6개 정도 펼쳐져 있고, 양주가 진열된 바가 있었다. 바 한편에는 무대처럼 돼 있고, 거기에 드럼 같은 악기가 있었다”고 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를 “조 회장의 집무실뿐만 아니라 정계, 재계, 관계(검사 포함) 등 유력인사들을 만나는 연회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팩폭시스터가 만난 20년 근무 호텔리어는 “건물 구조상 아방궁 같은 게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 호텔리어는 “6층은 전체가 사실상 공조실이었으며, 객실을 만들 수 없는 일명 ‘자투리’ 공간이 있어 그곳을 조 회장이 사무실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안씨가 말한 ‘100평 넘는 연회장과 드럼, 아가씨’ 등에 대해 묻자 “조 회장은 그런 스타일도 아니고, 그 사무실에 외부인사들이 드나드는 것을 본적이 없다”고 했다.

르네상스호텔 5층에 있던 수영장. /팩폭시스터

팩폭시스터는 또 안씨가 말한 ‘5층’은 ‘RR Center(Rest&Recreatio center)’로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테니스클럽, 에어로빅홀, 사우나 등이 있었다며 당시 호텔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대형 건물에서 공조실을 두는 층에는 직원 휴게실과 창고 등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