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5.9%p 벌어졌다... 정권교체론과 尹 지지율의 간극
[주간조선]
최근 쏟아지고 있는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가장 큰 특징은 정권교체 민심은 높지만 야당의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이에 못 미치는 현상이다. 대선을 100일 앞두고 실시한 각 언론사 조사를 보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은 30%대 중후반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정권교체 민심은 대부분 조사에서 유권자의 50% 안팎에 달했다. 대선까지 남은 100일 동안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가 윤 후보 쪽으로 강하게 결집한다면 승부가 쉽게 기울겠지만, 정권교체론과 윤 후보 지지율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여야 후보 간 접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교체론자의 선택’이 내년 대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란 것이다.
최근 코리아리서치·MBC 조사(11월 27~28일)에선 내년 대선에서 원하는 결과를 묻는 질문에 ‘정권재창출’이 36.8%에 그친 반면 ‘정권교체’가 50.1%였다. 한국리서치·KBS 조사(11월 26~28일) 역시 내년 대선에 대한 인식을 물은 결과, ‘정권교체’가 51.4%였고 ‘정권연장’이 39.5%였다. 칸타코리아·조선일보·TV조선 조사(11월 29~30일)도 ‘정권교체’(49.7%)가 ‘정권재창출’(34.8%)을 비교적 큰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여야 후보 간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차이가 작았다. 여야 후보 4자 가상대결 지지율이 코리아리서치 조사는 윤석열 후보 35.7%, 이재명 후보 32.7%였고, 다음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6.0%, 심상정 정의당 후보 4.1% 순이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선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각각 35.5%로 동률이었다. 칸타코리아 조사는 윤 후보 35.6%, 이 후보 29.3%로 차이가 6.3%포인트였다.
과거에도 정권 말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대선 정국에서 정권교체론이 높았지만 야당 후보 지지율은 그보다 낮았던 적이 많았다. 2012년 대선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선 3개월 전 미디어리서치·KBS 조사에서 ‘정권교체’(53.2%)가 ‘정권유지’(36.0%)보다 지금처럼 높았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 여당의 박근혜 후보와 야당의 문재인 후보 가상 양자대결은 45.0% 대 45.9%로 박빙이었다. 문 후보 지지율은 정권교체론보다 7%포인트가량 낮은 반면 박 후보 지지율은 정권유지론보다 9%포인트 높았다. 문 후보는 끝까지 정권교체론 수준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했고 결국 패했다.
2012년 이전에 치러진 대선에선 ‘정권교체 지수’를 물어본 여론조사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가 정권교체론과 비슷한 50%대 초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과거 대선에서도 당시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수치를 정권교체 민심으로 볼 수 있다. 갤럽 자료에 따르면 1992년 대선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58%에 달했지만, 야당의 김대중 후보(24%)와 정주영 후보(10%)의 지지율 합(合)은 34%에 그쳤다. 야당 후보의 저조한 지지율은 결국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2002년 대선에서도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52%였지만 야당 주자인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41%에 머물렀다. 이 후보가 정권심판 민심을 제대로 결집했다면 승부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론과 윤석열 후보의 간극이 가장 큰 계층은 2030세대였다. 칸타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20대에선 정권교체론이 47.5%였지만 윤 후보 지지율은 23.4%로 차이가 24.1%포인트에 달했다. 30대도 정권교체론이 49.5%였지만 윤 후보 지지율은 23.2%로 차이가 26.3%포인트였다. 정권교체론과 윤 후보 지지가 동시에 높은 60대 이상(정권교체론 61.1%, 윤 후보 지지 53.9%)에선 차이가 7.2%포인트로 가장 작았다. 정권교체론과 윤 후보 지지가 동시에 낮은 40대(정권교체론 37.9%, 윤 후보 지지 26.7%)도 두 지표의 간극이 작은 편이다. 내년 대선의 승부를 가르는 ‘캐스팅 보터’로 지목되고 있는 2030세대에서 정권교체 민심과 윤 후보에 대한 지지의 차이가 좁혀질지 여부가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인 셈이다.
2030의 간극이 24%로 최대
정권교체를 원하면서도 제1야당 후보를 외면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은 현상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대선은 각 후보의 정책과 능력을 보고 ‘누구에게 미래를 맡길 것’이란 전망적 차원으로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치 입문이 늦고 행정 경력이 없는 윤석열 후보로선 ‘인물 경쟁력’에서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칸타코리아 조사에서도 정권교체를 원하면서도 윤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전체 표본 1013명 중 158명)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절반가량(42.9%)이 ‘후보의 자질과 능력 부족’을 꼽았다. 다음은 ‘정책과 공약 불만’(14.5%), ‘언행이나 도덕성 문제’(12.1%), ‘후보나 가족 등 비호감’(7.6%) 순이었다.
한편 정권교체론자가 생각하는 ‘교체’에는 정권이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뀌는 ‘여야(與野) 교체’와,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이더라도 성향이 다른 인물로 대통령이 바뀌는 ‘인물 교체’가 섞여 있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2012년 대선 때에도 여당의 박근혜 후보 당선이 ‘정권교체’란 여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선 3개월 전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정권교체론자 가운데 야당의 문재인 후보 지지는 78%였고 박근혜 후보 지지가 14%였다.(모름·무응답 8%) 최근 코리아리서치 조사도 정권교체론자 중에서 야당의 윤석열 후보 지지는 81%였다. 다만 이들 중 이재명 후보 지지는 5%에 그쳤다.(모름·무응답 14%) 정권교체론자가 윤 후보 쪽으로 견고하게 뭉치지는 않았지만, 2012년과 비교하면 여당 후보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다. 아직은 ‘정권교체론자의 최종 선택’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것이다.
장호원 칸타코리아 부장은 “윤석열 후보가 얼마 전부터 지지율이 정체하면서 시험대에 올랐다”며 “야당은 승리를 위한 연대와 개혁 청사진 등으로 수권(授權)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도 외연 확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당은 정권교체론이 강세를 보이자 “이재명 후보의 승리도 정권교체”란 식의 주장을 폈지만 별로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아직 마음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정권교체론자들은 여야 후보 모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대선판을 주도할 수 있는 이슈와 공약을 만들어내는 쪽의 승리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인용 자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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