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심장 부정맥 99% 잡아낸다, 무게 4g '마법의 반지'
[중앙일보] 입력 2021.05.23 09:01 수정 2021.05.2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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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심장 모니터링 기기를 선보인 스카이랩스를 창업한 이병환 대표. 김현동 기자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스카이랩스는 한국의 정보기술(IT)을 바이오산업에 접목해 웨어러블(wearable·착용 가능한) 부정맥 진단 의료기기를 개발한 회사다. 의료기기 업체로는 드물게 한 개 제품 연구개발(R&D)에만 120억원을 투입했다. 이 회사는 반지 모양의 부정맥 진단 기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난 18일 이병환(47) 스카이랩스 대표를 판교 사옥에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 인터뷰
심방세동 경험 바탕으로 사업 시작
옥스퍼드대병원 교수가 임상연구 중
올 매출 100억 목표…절반은 해외서
어떤 제품을 개발했나.
심장 수축이 불규칙하고 미세하게 떨리는 부정맥은 진단이 까다롭다. 매일 꾸준히 병원을 방문해 심장 박동을 모니터링하기가 어려워서다. 이런 점에 착안해 어디서나 수시로 심장의 맥파를 측정할 수 있는 반지 형태의 기기(‘카트원’)를 개발했다. 다른 기기처럼 심근 활동의 전류(심전도)도 측정할 수 있지만, 광혈류 측정(PPG) 센서가 손가락 혈관의 혈류 흐름을 측정해 맥파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티모시 벳츠 영국 옥스퍼드대학병원 교수(왼쪽)가 스카이랩스의 반지형 의료기기를 활용해 임상 연구에 돌입했다. [사진 스카이랩스]
광혈류 측정 방식의 장점은.
손가락에 끼고 있으면 24시간 내내 심장 박동 측정이 가능하다. 반지 모양으로 디자인했고, 무게(3.75~4.79g)도 가벼워 일상에서 지속해서 심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렇게 측정한 데이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전용 소프트웨어도 자체 개발했다. 데이터는 클라우드 서버에 영구 보관하고, 환자가 원하면 언제든 추적·분석·관리할 수 있다.
정확성을 입증했나.
카트원이 수집하는 심장 관련 생체 신호는 의료기기 수준으로 정확하다. 서울대병원 교수팀이 카트원을 활용한 심방세동 탐지의 정확도를 연구해 지난해 국제학술지(인터넷의학연구저널·JMR)에 논문을 게재했다. 100명의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카트원의 민감도는 99%, 특이도는 94.3%였다. 민감도는 심방세동을 얼마나 정확히 찾아내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고, 특이도는 심장이 정상인 상태를 얼마나 정확히 찾아내는지 보여준다. 요즘엔 영국 옥스퍼드대가 임상연구에 카트원을 사용하고 있다. 티모스 벳츠 옥스퍼드대병원 심장병·부정맥 전문의가 자신의 심장 연구 과정에서 카트원·애플워치·삽입형 심장 모니터기기의 정확성을 비교 연구 중이다. 50명의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혈전 형성 방지 약물(항응고제)의 효과를 확인 중이다. 임상시험 결과는 1년 후 나온다. 사실 애플워치는 비교 대상이 아니고, 메드트로닉스가 개발한 삽입형 심장 모니터기기보다 카트원의 정확도가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품을 개발한 배경은.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5세대 통신기술을 연구하면서 잦은 야근·과로로 심방세동 증상을 직접 경험했다. 일상에서 심혈관계 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카트원 개발을 시작했다. 이동통신 분야 등과 달리,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는 벤처기업도 진입이 가능하고 수요도 갈수록 늘고 있어서 유망하다고 판단해 창업했다.
개발 자금은 어떻게 확보했나.
스파크랩스글로벌벤처스가 창업 초기인 2016년 3000만원을 투자했다. 이듬해 독일 제약사 바이엘이 주관한 우수 벤처기업 경연대회(그랜츠포앱스·G4A)에서 우승하면서 해외 자금(바이엘) 5만 유로(약 7000만원)도 유치했다. 이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모루자산운용 등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고, 최근엔 국내 제약사(종근당)도 투자했다. 자사 온라인 쇼핑몰(종근당케어)에서 카트원을 판매하는 조건이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 유치액은 120억원이다.
제품의 타깃이 명확하다.
그렇다. 우리 제품은 심혈관계 질환자를 위한 것이다. 일단 나부터 심방세동 경험자기 때문에, 심장 질환 문제 해결에 깊은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또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덕분에 세계 최초의 반지형 심장 모니터링 의료기기를 개발했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가 자사의 부정맥 진단 의료기기를 손가락에 낀 채 심장 모형을 만지고 있다. 문희철 기자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가 100억원인데,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 사업 기획 단계서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이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독일 최대 웨어러블 의료기기 유통기업(타이탄커머스)이 이달부터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에서 카트원 판매를 시작한다. 러시아와 아프리카·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도 연내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미국에선 연내 유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향후 계획은.
환자의 생체 데이터가 쌓이면 보다 정확한 치료법·예방법을 제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심장 관련 생체 신호 모니터링 기술을 보다 많은 질환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카트원은 심방세동과 심부전증 측정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고혈압·호흡기 질환 등 다양한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하겠다.
판교=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24시간 심장 부정맥 99% 잡아낸다, 무게 4g '마법의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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