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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

건강검진 받고도 암 진단 놓치는 이유

건강검진 받고도 암 진단 놓치는 이유

[헬스 에디터의 건강 노트]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1.05.26 21:49

 

“그럴 리가 없는데, 몇 달 전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어느 날 암 진단을 받은 사람 중에는 최근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뒤늦게 암이 발견됐다고 황망해하는 경우가 있다. 암을 조기 발견하려고 기껏 건강검진 했는데, 억울할만하다.

건강검진은 물고기 잡기다. 그물을 촘촘히 하면 질병 징조를 죄다 잡아낼 수 있지만 과잉 검사로 신체에 해를 줄 수 있다. 전신 암을 찾아낸다며 양전자단층촬영(PET·CT) 같은 것을 찍으면, 조기 암 발견 효과는 작고, 방사선을 과잉 피폭한다. 그렇다고 느슨한 그물을 던지면 큰 물고기도 빠져나간다.

그러니 전략을 잘 짜야 한다. 발견이 늦어 일찍 죽을 수 있는 병 위주로 찾아 나서야 한다. 현재 암 사망률 1위는 폐암이다. 흉부 엑스레이로만 검진하면 폐암을 놓칠 수 있다. 저선량 폐CT 검진을 해야 한다. 현재 흡연자이거나 지금은 담배를 끊었더라도 과거에 25~30년 이상 하루에 담배 한 갑 이상 피웠다면 1년에 한 번 저선량 CT를 권한다.

암 발생 증가율 1위는 대장암이다. 대장 내시경을 5년마다 받으면 된다. 하지만 대장은 길고 꼬불꼬불하여 내시경으로 못 보고 지나가는 부위가 생긴다. 잔변이 암을 가리는 경우도 있다. 대장 내시경 한 번으로 병소를 놓치는 경우가 10~20%라는 조사도 있다. 따라서 대장 내시경은 숙련된 소화기내과 의사에게 받아야 한다. 설사를 충분히 하여 대장을 잘 비운 상태서 받아야 한다.

 

암 발생 1위는 위암이다. 1년에 한 번 위 내시경을 하면 된다. 이때 같이 봐야 할 게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다. 한국인 50대 이상은 60% 감염돼 있다.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니, 검진 시 양성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췌장암은 생존율이 20% 이하다. 흔히 하는 복부 초음파로 조기 발견이 어렵다. 그렇다고 췌장암 때문에 복부 CT를 매번 찍으면 방사선 피폭이 너무 많다. 조기 발견을 원한다면 췌장 MRI를 해볼 만하다.

유방암은 유방 촬영술과 초음파를 같이 받으면 조기 진단 정확도가 높아진다. 자궁경부암은 매년 산부인과 검진으로 조기 발견할 수 있다. 간암의 80~90%는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에게 생긴다. 고령 남성의 전립선암 항원 수치(PSA)가 매년 올라가면 전립선 MRI를 추천한다. 뇌암·백혈병 등 나머지 암은 무증상 상태서 검진으로 조기 발견이 어렵다. 솔직히 복불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건강검진 원칙만 잘 지키면, 한국인 암 발생의 80%를 잡아내 자기 수명보다 이른 사망을 막을 수 있다. 안 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