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판결문에서 일부 명단 공개
“미공개 360명 포함땐 더 늘어날 것”
입력 2021.03.29 03:00 | 수정 2021.03.29 03:00
법원은 지난 2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연루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판결문을 공개했다. 이 두 사람과 대립 관계에 있던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일부 회원(101명) 실명 명단도 판결문에 첨부돼 함께 공개됐다. 그런데 이 101명 중 ‘진성 인권법 판사’로 분류되는 73명 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핵심 요직에 진출한 비율이 24%에 달했다. 법원 관계자들은 “법원 내 특정 연구회 멤버 5명 중 1명 이상이 요직으로 가는 독식 현상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상단의 정의의 여신상/연합뉴스
2017년 2월 ‘가입한 법원 내 연구회 중 한 곳만 택하라’는 당시 법원행정처 권고를 받고 다른 연구회를 탈퇴하고 인권법을 택한 ‘진성 인권법 판사’는 101명 중 73명이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73명 중 18명(24%)이 2017년 9월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법원 핵심 요직에 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요직이란 각급 법원의 법원장, 수석 부장판사와 지원(支院)장,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심의관(판사) 자리를 말한다. 이 자리는 모두 216개다.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 총 460여명 중 이번에 공개된 101명 외 나머지 360명을 포함하면 인권법 판사들의 ‘요직 진출 비율’은 더 올라갈 것”이라며 “김 대법원장이 취임하면 그가 만들고 1·2대 회장까지 지낸 인권법 소속 판사들이 법원 요직을 장악할 것이란 관측이 현실화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이 올 초 법원 인사에서 영전시킨 판사 상당수도 ‘진성 인권법 판사’ 명단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법원장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 국내 최대 법원이자 주요 사건 대부분을 처리하는 서울중앙지법의 수장으로 성지용 법원장을 임명했다. 인권법 회원이다. 법원장과 더불어 이 법원의 ‘빅(big) 3’로 불리는 민사1수석 부장판사와 형사수석부장판사도 인권법 회원인 송경근·고연금 부장판사로 임명됐다. 이밖에 이 명단엔 김명수 대법원장과 그의 측근인 김기영 헌법재판관, 이성복 전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 우라옥 전 서울중앙지법 민사2수석부장판사,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이들 73명 판사 가운데 4명이 지원장이 됐고 대법원 재판연구관(4명), 행정처 심의관(3명), 법원장(3명), 수석 부장판사(3명), 헌법재판관(1명) 순으로 요직에 발탁됐다. 한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취임 후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진보 성향의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後身)인 인권법연구회 회원 판사를 연달아 임명하고, 법원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 인사 담당 심의관도 인권법 판사로 연이어 배치하는 등 코드 인사를 계속 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마치 군사독재 시절 ‘하나회’를 보는 듯한 인사 독점 현상”이라며 “유능한 판사들이 매년 정기 인사 때마다 법원을 떠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법원 정기 인사를 앞두고 현직 법원장과 고법 부장판사 등이 대거 사표를 냈을 때 법조계에선 “우리법연구회나 인권법연구회 출신이 아니면 어차피 대법관이 못 되는 최근 법원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는 말이 있었다.
앞서 인권법연구회는 2019년 법원 내 연구단체 15곳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9년 법원행정처의 인권법 지원 예산은 1830만원(전체의 11%)으로 전년 대비 55.1%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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